[KP물 새역사①] 30억弗 시대 연 수은…결정부터 발행까지 막전막후
  • 일시 : 2022-01-06 11:30:19
  • [KP물 새역사①] 30억弗 시대 연 수은…결정부터 발행까지 막전막후

    역대 최대 규모 딜 성사…후속 조달 '청신호'



    (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피혜림 기자 = 1월 5일, 한국수출입은행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30억 달러라는 역대 최대 규모 글로벌본드(SEC Registered) 북빌딩(수요예측)을 앞두고서다. 미국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고조 등으로 변동성이 상당했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은 글로벌 채권시장에서의 확고한 위치를 확인했다.

    6일 새벽 한국수출입은행은 3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을 확정했다. 5일 아시아를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투자 모집을 완료한 결과다. 트랜치(tranche)는 3년과 5년, 10년물로 각각 10억 달러씩 배정했다.

    이번 조달로 한국수출입은행은 사상 최대 발행 기록을 경신했다. 대한민국 정부를 제외한 국내 발행사가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3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25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 발행을 성사시키기도 했지만 30억 달러의 벽은 여전히 쉽게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다. 한국물 시장은 그동안 10억 달러 이상의 빅딜(big deal)조차 흔치 않은 곳이었다.

    30억 달러 발행은 '한국물 대표 발행사' 수출입은행에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그동안 20억 달러 안팎의 조달을 이어왔다. 발행 규모가 이전보다 10억 달러 이상 늘어나는 만큼 투자금 확보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은 과감히 조달에 나섰다. 기존 외화채 만기 규모가 상당한 데다 수출 기업의 외화 자금 수요 증가 등으로 발행 규모가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에만 155억 달러가량의 조달이 필요했다. '30억 달러'의 벽을 넘기로 한 배경이다.

    다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도전을 뒷받침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한국물 대표 발행사로, 수십 년간 독보적 물량을 쏟아냈다. 꾸준한 조달을 통해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와 시장 통찰력 등을 활용해 대규모 조달이라는 목표에 전략적으로 접근했다는 후문이다.

    우선 주관사단을 과거 6곳에서 7곳으로 늘렸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 기반을 둔 글로벌 하우스를 고루 선임해 다양한 지역의 투자 기관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겨냥했다. 뉴욕과 홍콩의 글로벌 신디케이트 헤드와 직접 접촉해 주관사단의 전사적 지원을 유도키도 했다.

    투자자 포섭에도 적극 나섰다. 북빌딩에 앞서 인베스터 콜(investors' call) 형식의 비대면 로드쇼(road show)를 진행해 글로벌 기관 설득에 주력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방문규 수출입은행장과 이동훈 자금시장단장 등이 뉴욕 현지 기관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는 한국수출입은행을 포함해 총 4건의 점보 딜(Jumbo deal)이 등장해 수급 부담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은 북빌딩에서 60억 달러 수준의 자금을 확보하는 등 남다른 인기를 드러냈다.

    특히 이번 조달에서는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강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10년물 등 장기물은 금리 변동성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 미국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고조 등으로 한국수출입은행의 10년물 채권 발행에 대한 우려 역시 커졌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그린본드(green bond)로 위기를 돌파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자금이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일반 투자자와 사회적책임투자(SRI) 기관을 동시에 사로잡겠다는 계획이었다.

    결과는 적중했다. 10년물에 25억 달러의 주문이 집중돼 흥행을 이끌었다. 3년물과 5년물에 집계된 자금은 각각 15억 달러, 20억 달러였다.

    미국 시장에서의 불안감은 속도전으로 해결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12월 의사록을 발표하기 직전 북빌딩을 완료해 리스크를 피해갔다.

    FOMC 의사록 발표 이후 미국 국채 금리가 더욱 뛰어올랐으나 한국수출입은행은 빠른 결정으로 위험을 회피했다. 금리 산정 요소인 미국 국채금리와 가산금리(스프레드) 등은 북빌딩 당시 확정된다.

    이번 조달로 2022년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은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경우 최근 미국 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부상하면서 출렁이는 양상을 보였다.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한국물 발행시장 내 불안감도 상당해졌다.

    하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이 2022년 첫 한국물 발행에서 역대 최대 조달을 성사해 이러한 우려를 완화했다. 동시에 한국물 금리 기준점 역시 끌어내렸다. 높은 주문량에 힘입어 스프레드를 최초제시금리(이니셜 가이던스, IPG) 대비 최대 35bp 절감하면서다.

    뒤를 이어 한국석유공사와 우리은행, 신한카드 등이 달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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