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를 둘러싼 구로다와 기시다의 복잡한 셈법
  • 일시 : 2022-01-24 09:42:32
  • 엔화 약세를 둘러싼 구로다와 기시다의 복잡한 셈법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일본은행(BOJ)이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을 재천명함으로써 지난주 외환시장이 진정되는 것으로 보였지만 올해 큰 폭의 변동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닛케이 아시아가 24일 보도했다.

    이달 초 달러-엔 환율은 5년 내 가장 높은 116엔 부근까지 상승했다. 달러-엔 환율 상승은 엔화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엔화 가치가 5년 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한 엔화의 전망은 불확실하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부를 경우 달러보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엔화 선호가 강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엔화 가치는 상승한다.

    반대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부각되면 엔화 가치는 추가 하락할 수 있다.

    전 BOJ 정책위원이었던 시라이 사유리 게이오대 교수는 연준 금리 인상이 양국 금리차를 부각해 엔화 약세를 부를 것으로 예상했다.

    시라이 교수는 "금리차 확대는 통화투기세력에게 좋은 투자구실을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도 양분됐다.

    통화정책 수장인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수입물가 상승과 코로나19 재확산 속에서 경제 회복을 지속시켜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하기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지만 그의 임기는 내년 4월 종료된다. 신임 총재 부임과 함께 정책이 변경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엔화 약세는 중요한 관심사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작년 10월 취임하면서 아베노믹스와 코로나19 팬데믹, 공급망 병목현상, 인플레이션 등으로 확대한 소득격차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여름 기시다 총리는 참의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아베 전 총리와 같은 단단한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거에 이겨야 한다.

    모건스탠리의 이사를 역임했던 로르사흐 어드바이저리의 조셉 크래프트 최고경영자(CEO)는 "현 정부가 엔화 약세에 민감하다는 것을 눈치챘다"며 기시다 정부는 지난 2014년~2015년 아베를 지지하기 위해 엔화 가치가 100엔에서 120엔으로 급락하며 소비자 구매력을 훼손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래프트 CEO는 2014년 이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만 엔에 근접한 것도 경고 신호라면서 "참의원 선거에서 이기고 싶다면 인플레이션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닛케이 아시아는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0.8% 수준인데 무선전화요금의 대규모 인하 영향이 크다면서 이를 제외하면 2% 부근일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엔화 추가 하락을 방지할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환율 관리는 일본 재무성의 전통적인 업무지만 외환시장 개입은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 비판을 살 수 있다.

    상품가격 상승과 공급망 병목현상 해결을 위해 주요 7개국(G7) 혹은 주요 20개국(G20)회의가 열렸지만 해결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이와 증권의 타니 데이이치로 수석 전략가는 이 때문에 BOJ의 통화정책이 "엔화 약세를 다룰 수 있는 저위험 선택지"라고 말했다.

    시라이 게이오대 교수는 금리 인상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BOJ가 금리보다는 10년물 금리 변동폭을 0%에서 플러스마이너스 25베이시스포인트(bp)로 확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되면 BOJ의 시장금리 개입 범위가 확대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일본의 이즈미 드발리어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향후 통화정책 정상화 방향으로 시장 전망을 견인해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드발리어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참가자들이 중앙은행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영원히 동결할 것으로 생각하는 대신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을 예상하는 것에 대해 BOJ는 불만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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