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시 선진화 앞두고 불거진 종가 쏠림…"픽싱 환율 고민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서울 외환시장의 거래시간 연장 등 선진화가 추진되는 가운데 취약 단면 중 하나인 종가 쏠림 현상이 드러났다.
15일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거래 시간 연장시 달러-원 '픽싱' 환율 설정에 대한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장 종료 직전 달러-원이 1,196원 부근에서 거래되다 1,191원 선까지 급락했다.
소량의 거래로 순식간에 달러-원 환율이 5원가량 하락했다. 딜러들은 매수 주문이 공백인 가운데 이른바 '종가 매도' 주문이 나온 영향으로 풀이했다.
종가 매도는 서울 환시 정규장 마감 가격으로 달러를 팔아달라는 주문이다. 마감 가격과 괴리가 클 경우 주문을 받은 딜러의 손실이나 이익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장 종료에 임박해 거래가 몰린다.
문제는 전일과 같이 주문이 한쪽으로 쏠릴 경우 종가가 전반적인 거래와 동떨어진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일에도 달러-원은 장 종료 직후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195원 선 부근으로 곧바로 반등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종가 1,191.10원이 일종의 노이즈에 그쳤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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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환시장은 시장평균환율(MAR)이라는 독특한 제도가 정착되어 있다. MAR는 장중 모든 거래의 평균 환율이다. 선물환 등 다양한 파생상품의 픽싱 환율로 종가보다는 MAR가 활용되는 비중이 높다. 그런 만큼 현재는 종가가 다소 비정상적으로 결정되더라도 파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유로나 엔 등 선진 통화의 거래에서는 매우 예민한 문제다.
대부분의 선진 통화들은 픽싱 환율로 WMR(WM/Refinitiv) 환율을 사용한다. WMR은 런던 오후 4시 등 특정 시간대의 환율을 산출해 일종의 기준환율로 제시한다. 이 환율에 따라 해당 통화자산에 대한 평가 기준 등이 결정된다.
그런 만큼 WMR 픽싱 환율 산출 시간대(약 5분)의 거래 결과가 시장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거 대형 글로벌 은행들의 환율조작 사건도 일부 딜러들이 담합해 픽싱 도출 시간대에 특정 방향으로 거래를 집중시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환율을 유도한 행태였다.
달러-원 거래의 편의성 확대를 요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런던 4시 픽싱 환율 제공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당국이 달러-원의 거래 시간을 런던시간 오후 4시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환시 참가자들은 하지만 달러-원에 선진 통화들과 유사한 픽싱 환율 제도가 자리 잡을 경우 부작용이 작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야 시간대는 국내 기업의 거래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 장중 거래보다 유동성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가운데 픽싱 시간대에 주문이 한쪽으로 몰릴 경우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원에 런던 4시 픽싱이 도입되면 해당 시간대 거래는 한 방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서울 시간대와 괴리가 큰 기준 환율이 결정될 공산이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도 "MAR는 서울 환시의 독특한 제도지만 매우 공정하고 장점이 많다"면서 "거래 시간이 연장되더라도 일정 시간대 거래를 바탕으로 MAR를 산정하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외환당국도 향후 거래 시간 연장시 픽싱 환율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중이다.
런던 시간대 WMR이 자리 잡을 경우 심야 시간대의 유동성 문제 대한 우려가 있지만, 거래 시간이 길어질 경우 현재의 MAR가 계속해서 유용한 기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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