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글로벌본드 조달 진기록…노련미·안정성 빛났다
15억 달러 발행, 시장 관찰력 부각…금리 절감 방점, 우량 기관 호응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KDB산업은행이 1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SEC-Registered) 발행에 성공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강한 긴축 의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으로 변동성이 극대화됐지만,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를 인정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인플레이션·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속 조달 성사
17일 KDB산업은행은 15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확정했다. 전일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에서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에서 최대 37억 달러가량의 주문을 확보한 결과다.
트랜치(tranche)는 3년과 5년물로 각각 10억 달러, 5억 달러씩 배정했다.
KDB산업은행의 조달은 쉽지만은 않았다. 북빌딩 전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라 금리 인상 불안감이 더욱 고조됐다. 뒤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은 더 출렁였다.
이주 초 등을 목표로 북빌딩을 준비했던 KDB산업은행의 고심은 깊어졌다. 변동성을 높이는 악재가 쌓이자 시장을 좀 더 살피기로 했다.
다행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 충돌 위기가 진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군사적 충돌 시점이 16일로 점쳐졌으나 전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배치한 병력 일부를 철수하면서 우려가 완화됐다.
KDB산업은행은 이틈을 놓치지 않았다. 16일 오전 곧바로 북빌딩을 개시해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트랜치는 3년과 5년, 10년으로 구성했다.
KDB산업은행의 10년물 도전은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금리 인상 가능성 고조 등으로 단기물 금리가 급등한 탓에 3년물과 10년물 간 미국 국채금리 차이가 20bp 안팎 수준까지 좁혀졌다. 장기물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진 탓에 조달 성사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KDB산업은행은 그린본드(green bond) 전략적 대응에 나섰다. 일반 투자자는 물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기관을 동시에 겨냥해 수요 위축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초우량 기관 포섭, 안전자산 위상 입증
북빌딩 개시 후 기관들의 투자 수요는 3년과 5년으로 집중됐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국제기구·기관(Sovereign, Supranational&Agency) 등의 초우량 투자자가 3년물과 5년물에 대거 참여해 주문량을 끌어올렸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결과였다. 대한민국의 경우 아시아에서 비교적 높은 AA급 국가 신용등급을 보유한 데다, KDB산업은행의 국책은행 지위가 더해져 채권 안정성을 더욱 높였다.
투자시장 분위기를 확인한 KDB산업은행은 비용 절감에 방점을 두고 조달 전략을 과감히 수정했다. 10년물을 빼고 3년물과 5년물 중심으로 조달 구조를 재편했다.
기관들의 호응을 고려할 때 3년물과 5년물의 경우 발행금리를 유통물보다 소폭 낮은 수준까지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주효했다. 이보다 높은 금리를 형성하는 10년물보단, 비용 절감 효과가 확실한 3·5년물 중심의 조달이 경제적일 것이라고 해석한 셈이다. 같은 날 북빌딩에 나선 미즈호 역시 장기물에 대한 투자 위축 분위기를 반영해 20년물 발행을 철회하기도 했다.
판단은 적중했다. KDB산업은행은 비용 절감과 동시에 전 세계 다양한 우량 투자 기관을 포섭할 기회를 얻었다.
북빌딩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주문은 3년물과 5년물 각각 각각 17.5억 달러, 7.5억 달러였다. 발행액의 두 배까진 미치지 못했지만 참여 기관의 퀄리티가 상당해 배정을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3년물과 5년물 참여 기관은 각각 66곳, 32곳이었다.
이에 따라 KDB산업은행은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다양한 기관에 물량을 배정할 수 있었다.
3년물의 경우 미국과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아시아·태평양(APAC)이 각각 41%, 33%, 26%를 가져갔다. 5년물 배정 비율은 EMEA와 APAC, 미국이 각각 54%, 33%, 13%였다. 한국물의 경우 통상 70% 이상을 아시아가 가져가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비용 절감 효과 역시 상당했다. 3년물과 5년물 가산금리(스프레드)는 동일 만기 국채 대비 각각 35bp, 43bp 더한 수준으로 확정했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 대비 최대 27bp 절감한 수치다.
이는 유통금리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최근 금리 인상기로의 진입과 함께 각국 발행사는 일정 수준의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을 감수해야 했다. 한국물(Korean Paper) 역시 이 같은 분위기에서 비껴가지 못했다.
반면 KDB산업은행은 금리 절감에 방점을 둔 조달 전략으로 NIP 없이 발행을 성사시키는 진기록을 세웠다. 시장 관찰력을 바탕으로 과감히 조달 계획을 수정해 실리를 톡톡히 챙긴 모습이다.
북빌딩 이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러시아 병력 증강 반박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순간을 포착해 채권 시장은 찾은 KDB산업은행의 결단력 역시 돋보였다는 평가다.
3년물의 쿠폰과 수익률(yield)은 각각 2.00%, 2.127%다. 5년물 쿠폰과 수익률은 각각 2.250%, 2.359%다.
KDB산업은행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이다. 무디스와 S&P, 피치는 각각 'Aa2', 'AA',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딜은 BoA메릴린치와 BNP파리바, HSBC, JP모건, KDB 아시아, 소시에테제네랄, UBS가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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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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