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가 된 금융] '금융판 新냉전' 도래…장기화 우려
  • 일시 : 2022-03-04 09:15:02
  • [핵무기가 된 금융] '금융판 新냉전' 도래…장기화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본질은 금융판 신(新)냉전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대(對) 러시아와 중국의 금융 전쟁이 촉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패권 충돌의 향방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러시아에 대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제재를 도입했다.

    ◇ 8년 전의 러시아가 아니다

    러시아 자국 경제 상황은 구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러시아는 제재에 따른 자본 유출 방지를 위해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하고 외국인 주식 매도를 금지했다. 고강도 제재에 루블화 가치는 역대 최저치 수준으로 폭락했다.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러시아로 들어오는 수입 물가는 치솟을 수밖에 없고, 금리 급등에 따른 내수 경제 충격도 불가피하다.

    이런 자국 경제의 피해에도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당시와는 금융 체력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러시아는 국민 경제 피해에 리더십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서방 세계의 고강도 금융 제재에 직면해 자금줄이 막히며 대단히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그때 이후로 러시아는 수년에 걸쳐 '탈달러화' 등 미국 중심의 국제금융결제망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꾸준히 진행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지난 2014년 이후 러시아 국채 매매를 중단했고, 지난 2019년부터는 러시아 정부가 달러표시채권을 발행하지 않으며 달러 대출을 멈췄다.

    특히,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 외화보유액 가운데 달러 비중은 작년 6월 기준 16.4%로, 50% 이상이었던 지난 2013년 대비 대폭 줄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대신에 위안화와 금의 비중은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간 교역의 달러 비중은 지난 2020년 1분기 46%로, 지난 2015년 90%에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스위프트 분리를 대비한 독자적인 결제망을 2014년부터 구축하기 시작했다.

    코트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까지는 러시아의 금융결제 정보전달 시스템(SPFS)이 스위프트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스위프트 결제수단이 분리되면 당분간 경제적 혼란이 초래되겠지만, 러시아는 SPFS와 같은 대체 수단을 본격 도입하고 국제교역지원수단(INSTEX) 구축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은 "스위프트 분리 결과로 큰 손실을 보는 국가는 러시아가 아닌 미국과 독일"이라며 "이들 국가가 러시아와 국제 송금 거래가 가장 많은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금융 판 신냉전이다."

    러시아의 대비에 더해 이번 사태를 글로벌 금융 패권 경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중국의 영향력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외환보유액 가운데 위안화 채권 비중을 키워왔는데, 위기 시 이를 중국에 팔아 위안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국 공산품을 수입하는 등 중국과의 교역에 활용하면 된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 측면의 신냉전이 펼쳐진다고 볼 수 있다"며 "금융 제재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은 우방을 강조하고, 반대로 러시아는 중국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는 흔치 않게 생필품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국가"라며 "나머지 문제는 공산품 수입인데, 이는 중국이 메워줄 수 있다. 그러면 에너지와 식량, 공산품 문제가 모두 해결되며 경제적으로 버틸 여력이 늘어나게 된다"고 진단했다.

    중국 외교부는 서방의 러시아 금융 제재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러시아와 정상적인 무역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 서방, 러시아 핵심은 찌르지 못하고 있다

    스위프트 배제 등 이번 금융 제재의 실효성도 두고 봐야 한다.

    EU는 러시아 은행 7곳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하기로 했지만,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와 가스프롬방크 등 두 개의 주요 은행은 명단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들은 EU의 러시아 가스와 석유 주요 결제 창구 은행이다.

    당장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가 반발했다. 'EU에 대한 에너지 공급 관련 거래'를 이유로 스베르방크와 가스프롬방크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의 주장이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폴란드로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금을 대는 덕분에 모든 러시아 주체가 효과적이고 완전하게 제재 대상이 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스위프트에서 분리된 러시아 은행들도 이번 사태를 어느 정도 충분히 대비했다는 입장이다.

    제재 대상 은행인 VEB는 주요 외신들을 통해 자신들은 스위프트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국내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으며, 해외 관련 사업에는 유력한 대체 시스템인 SPFS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스위프트망에서 분리되는 다른 은행인 쏘브콤뱅크와 프롬스비아즈뱅크, VTB, 오트리트어 등도 은행 운영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2위 대출 규모 은행인 VTB의 안드레인 코스틴 대표는 작년 12월 "스위프트 분리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러시아의 국제 금융거래에는 시스템적으로 큰 장애가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었다.

    이처럼 현 단계에서 진행되는 서방 국가의 금융 제재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중국은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경제적 배경에는 최근 국제유가가 급반등하며 수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오른 영향이 있다"며 "중국이 서방 제재에 맞서 큰 역할을 할 경우 이번 사태의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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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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