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가 된 금융] 수출제한부터 SWIFT까지…대러 금융제재 강도는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80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에서 대형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전쟁의 양상은 2차 세계대전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
80년 전과 달리 현재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로의 파병을 자제하고 강도 높은 금융 및 경제 제재로 러시아의 손발을 묶었다.
◇ 미국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서방 국가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제2의 은행인 VTB방크를 비롯해 방크로시야, 방크 오트크리티예, 노비콤방크, 소브콤방크, 프롬스비야지방크(PSB), VEB 등 총 7개 은행을 퇴출했다.
SWIFT는 전 세계 200여 국, 1만1천 곳 이상의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높은 보안을 갖춘 전산망으로 세계 금융의 핵심적인 인프라다.
러시아의 일부 은행이 SWIFT 결제망에서 퇴출당한 것은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러시아를 단절시키는 한편 수출을 제한한다는 의미로 금융 제재 중에서도 핵폭탄급에 속한다.
미국은 SWIFT 제재 이외에도 러시아 중앙은행 등 러시아 금융기관이 미 달러화로 거래하지도 못하도록 하는 제재를 내놨다.
이뿐 아니라 러시아의 국부펀드 격인 직접투자펀드(RDIF)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측근을 위한 '알려진 비자금'이라고 칭하며 거래를 전면 차단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미국에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도 동결됐다.
이러한 조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때 의존할 수 있는 자금을 막기 위해서다.
또 미국은 러시아의 국책은행인 VTB와 스베르방크, 가스프롬방크 등 90여 개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 시스템을 통해 거래할 수 없도록 제한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은 금융 제재에 멈추지 않고 러시아 산업 전반에 직접 피해를 줄 수 있는 수출 통제도 내놨다.
미국은 외국 기업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이 통제대상으로 정한 장비나 기술 등을 사용했다면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했다.
백악관은 "이 조치에는 반도체, 이동통신, 암호 보안, 레이저, 센서, 내비게이션, 해양 기술 등 러시아 전반에 대한 제재를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 정유사를 대상으로 원유 및 가스 추출 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등 기술 수출도 제재했다.
◇ 유럽연합
EU 또한 전례 없는 수준의 강력한 금융 제재를 내놨다.
EU는 RDIF에 대한 EU 신규 투자, 러시아나 러시아 내 개인, 법인 단체에 대한 유로화 지폐의 판매, 공급, 수출 등을 금지했다.
이러한 조치는 러시아가 SWIFT 제재를 우회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다.
EU와 미국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접근도 제한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 위원은 이러한 조치가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마비시키고 거래를 동결시켜 자산 유동화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루블화 가치 폭락에도 외환보유액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올리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외에도 EU 회원국인 독일은 대러시아 핵심 제재로 꼽히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 사업 승인 중단을 결정했다.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 스위스 등도 제재를 내놨다.
영국은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를 대상으로 파운드화 청산을 막았으며 VEB 등 일부 은행에 대해서는 자산 전면 동결 결정을 내렸다.
지난 두 차례 세계대전 때 중립을 지켰던 스위스도 이번에는 푸틴 대통령과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관련한 모든 자산을 동결시켰다고 밝혔다.
◇ 크림반도 때보다 제재 수위 높아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도 미국, EU 등 서방국가가 금융 제재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미국인이 크림과의 무역은 물론 크림에 대한 투자와 금융지원도 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스베르방크에 대해 만기 30일 이상의 채권 발매와 주식 매매도 금지했다.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티 등 러시아 에너지와 국방·기술 분야 5대 기업에 대해서는 만기 90일 이상의 채권 매입과 금융제공을 금지하는 등의 제재를 내놨다.
미국 기업이 러시아 심해와 북극 연안 개발, 셰일가스 생산과 관련해 러시아 에너지 기업에 상품이나 서비스, 기술을 제공하는 것도 금지했다.
EU는 일부 러시아 은행, 에너지, 방산업체뿐 아니라 러시아 일부 정부 인사, 기업인, 동부 반군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제재 조치를 내놨었다.
EU 회원국 기업의 크림 내 투자나 관광 상품 판매도 금지했다.
2014년 당시 제재에 대해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범위가 좁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추가로 영토를 얻어내는 것도 제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2014년 당시 금융 제재가 러시아의 경기 침체를 야기할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러시아 경제를 통째로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제재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또 매체는 달리프 싱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피터 해럴 백악관 국제경제·경쟁력 담당 선임 국장 등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 금융제재를 준비했던 실무자가 올해는 제재 폭탄을 준비하는 핵심 인물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이들이 유럽 국가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해야 제재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으며 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일부 은행을 퇴출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등 2014년보다 더 강력한 금융 제재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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