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가 된 금융] 핵심은 '돈줄 죄기'…러 디폴트 위험
우크라 침공 후 루블화·채권 급락…한달새 CDS 10배 급등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최진우 기자 =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적 군사개입 대신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제재가 가장 파급효과가 큰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야흐로 금융이 국가간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변수가 되고 있는 셈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 은행들을 배제하고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접근을 제한하는 등 본격적인 돈줄 조이기에 나서면서 러시아의 경제활동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와 국채가격이 폭락하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폭등하면서 러시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할 가능성까지도 거론된다.
◇ 스위프트 퇴출 등 핵폭탄급 제재에 러 경제 휘청
4일 국제금융시장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등 서방국가의 금융제재로 동결된 러시아의 자산은 약 1조달러로 추산된다.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직접적인 파병을 자제하는 대신 경제제재 수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러 전략물자 수출통제 등 다방면에서 경제제재가 이뤄지고 있지만, 돈줄을 조이는 금융제재가 가장 파급력이 큰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주요 7개국(G7)은 지난달 26일 공동성명을 통해 일부 러시아 은행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하고,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사용을 제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유럽연합(EU)는 지난 2일 러시아 은행 7곳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는 러시아 국책은행이자 러시아 제2의 은행인 VTB방크를 비롯해 방크로시야, 방크 오트크리티예, 노비콤방크, 소브콤방크, 프롬스비야지방크(PSB), VEB 등이 포함됐다.
스위프트는 200여개국 1만1천개 은행을 연결하는 국제 통신망이다. 스위프트 퇴출은 거의 모든 국제 금융거래 봉쇄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융의 핵무기'에 비유될 만큼 강력한 제재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스위프트에서 배제된 러시아 은행은 국제 자금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일각에서 거론하고 있는 자체 통신망 활용 등 우회 수단도 현재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newsimage.einfomax.co.kr/PYH2022022707480034000_P2.jpg)
서방은 스위프트 배제 외에 추가 금융제재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기금, 러시아 재무부와 거래를 전면차단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하고 즉각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 3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들인 러시아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 19명은 물론 47명에 달하는 그들의 가족과 측근들의 비자를 제한하는 제재를 부과했다.
EU도 스위프트 제재를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 국부펀드에 대한 EU의 신규 투자 금지, 러시아나 러시아 내 개인·법인단체에 대한 유로화 지폐의 판매·공급·수출을 금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금융제재로 러시아의 경제활동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탈이코노믹스(CE)는 루블화 폭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러시아에서 외화를 대규모로 빼갈 가능성이 있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대응 과정에서 올해 1천억달러를 써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번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6%가량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루블화·채권 폭락, CDS 폭등…디폴트 가능성도 언급
서방의 금융제재 파급력은 국가 경제의 온도계라고 할 수 있는 화폐가치 추이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루블화 가치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극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24일 하루만 보더라도 달러-루블화의 고점은 전날보다 10.48% 상승한 89.98루블이었다. 그러다 나흘 후인 28일 하루에만 고점 레벨이 109.72루블까지 높아졌다. 전날 대비 상승 폭은 31.22%에 달했다.
이달 1일 러시아가 기준금리를 연 9.5%에서 연 20%까지 단숨에 올렸지만 루블화 환율 고점은 116.36루블까지 키를 더욱 키웠다.
지난 3일 달러-루블화는 95~118루블 수준에서 움직였다. 높은 변동성에 고점 기준으로 지난 10일 저점인 74.23루블보다 6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러시아의 CDS 프리미엄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부도위험이 커지면 덩달아 상승하는 러시아의 CDS 프리미엄은 마킷 기준으로 2월에만 10배 넘게 치솟았다. 지난달 1일 러시아의 CDS 프리미엄은 220.86bp에 불과했지만, 같은 달 28일 2,584.80까지 상승했다.
지난 3일 조건부 휴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합의하면서 러시아의 CDS 프리미엄은 1,391.71bp로 그나마 일부 하락했다.
![[출처:연합인포맥스]](https://newsimage.einfomax.co.kr/AKR20220303029300016_03_i.jpg)
러시아 채권은 폭락했다.
오는 2043년 9월 16일 만기가 돌아오는 30년 만기 달러화표시 러시아 국고채(USD Sovereign 144A)의 신용스프레드는 지난달 1일 241bp에서 이달 3일에는 1,683bp까지 치솟았다.
이 채권은 하루 전만 해도 스프레드가 2,713bp에 달했다.
채권 가격도 지난 2일 5분의 1 토막까지 갔다가 전날 4분의 1토막으로 다소 회복했다.
루블화 채권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채권에 대한 이자지급을 중단했다.
이렇다 보니 러시아가 금융시스템 붕괴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러시아가 달러로 발행한 채권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러시아에 대해 "부도위험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러시아가 보유한 대외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디폴트까지 이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는 막대한 대외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서방에서 그 자산을 처분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라도 디폴트를 방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제 체질 자체가 디폴트가 날 상황은 절대 아니다"며 "보유 자산으로 이자 상환만 지속하게 한 다음, 만기가 되면 롤-오버를 해주는 방식으로 러시아 경제 숨통은 열어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출처:연합인포맥스]](https://newsimage.einfomax.co.kr/AKR20220303029300016_04_i.jpg)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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