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가 된 금융] 루블화 폭락…환전·송금 '빨간불'
국내 은행권도 대러제재 동참하며 긴장모드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손지현 기자 =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금융권도 영향권에 들고 있다. 한국 정부도 주요국 제재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은행들은 선제적인 거래 중단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러시아 루블화 환율이 요동치면서 제대로 된 환율 자체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은행의 루블화 환전이나 자금 결제도 난항이다. 러시아 현지와 수출입대금을 주고받아야 하는 기업과 유학생들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 달러당 루블화 가치 사상 최저…송금 스프레드 30%까지 뛰었다
4일 연합인포맥스 종합차트(화면번호 5000)에 따르면 달러당 루블화는 사태 이전과 비교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제재가 발표된 다음 거래일인 지난달 28일에는 하루 만에 22.65% 뛰면서 루블화 가치가 급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는 70~80루블 수준이었던 루블화 환율은 지난 3일 118.29루블까지 치솟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 주요 은행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하고, 러시아 주요 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하는 등 강력한 경제 제재에 나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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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화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은행권에서는 루블화 고시환율과 관련한 업무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우크라이나 관련 리스크로 워낙 변동성이 커지다 보니 시장에서 형성되는 루블화 가격에 의문도 커졌다.
일부 은행에서는 현재 루블화에 대한 거래 수요가 아예 꺾여버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수요자 사이에서도 현시점에서는 환전이나 거래 자체가 이뤄지기 어렵고 의미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주만 하더라도 루블화에 대한 수요가 실제 거래 체결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주부터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외환시장에서의 수요 자체가 죽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루블화와 관련한 시장리스크가 커지면서 은행권에서는 송금·환전 시 적용되는 스프레드율도 다른 통화와 비교했을 때 다소 높게 설정해둔 상태다.
일부 은행들은 지난 3일 기준 러시아 루블화를 현찰로 매도할 때 약 12% 안팎의 스프레드율을 적용하고 있다. 한 은행의 경우 송금 거래시 30%의 스프레드율을 고지하기도 했다.
통상 은행권이 미 달러·유로화 등에 대해서는 1%대, 기타통화에 대해서도 한 자릿수대에서 스프레드율을 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루블화에 대한 스프레드율은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다.
다만 스프레드율의 경우 시장 리스크를 반영한 공시 개념으로, 실제 거래가 이뤄진다면 변경 전 수준으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한편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현지에서도 뱅크런 등이 이어지면서 현지에 있는 금융사들은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파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다수가 현지 기업을 상대로 한 기업금융에 무게를 두고 있어 이번 뱅크런 등의 사태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의 경우에도 예치자금 등이 확보된 만큼 유동성 문제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는 러시아에서도 안전한 은행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어 그 부분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달러 등 외화의 경우 제재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추후 본점 차원의 지원을 준비하는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중은행, '러시아 송금' 중단…모니터링 지속
우리나라 정부 역시 러시아에 대한 제재 흐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미국 제재 대상인 러시아의 7개 주요 은행 및 자회사와의 금융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제재 대상은 스베르방크(Sberbank), VEB, PSB, VTB, 오트크리티예(Otkritie), 소보콤(Sovcom), 노비콤(Novikom)과 관련 자회사 등이다. EU의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 제재 또한 대상과 시기 등이 구체화되는 대로 즉시 이행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은 미국의 특별지정 제재대상(SDN) 리스트에 포함된 러시아 금융사에 대한 외화송금 등 금융거래를 선제적으로 중단했다. 정부가 발표한 7개 러시아 은행 가운데 스베르방크를 제외한 6개 은행이 현재 SDN 리스트에 올랐다.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은행들을 통한 송금, 수취, 수출입거래 등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신용장 발급이나 신규 송금 등 새로운 거래는 러시아에 대한 익스포저가 확대되는 것으로 보고 있어 제한적인 상황이다.
다만 지금은 유예기간인 것을 감안해 이미 진행되던 거래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를 거쳐 정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차액 송금이나 잔여 계약분에 대한 거래 정도만 후속 거래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가 가해지지 않은 러시아 은행을 통한 금융 거래의 경우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만 계속적으로 제재 리스트가 확대되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기도 어려워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은행들은 전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SDN 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러시아 은행이 현재는 송금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동결이 되거나 아예 넘어가지 않고 퇴결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기 때문에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이용하실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발표한 러시아 은행과의 거래중단 시기가 미국의 제재 유예기간에 맞춰 이달 말에 적용됨에도 시중은행들이 선제적으로 거래 중단에 나선 것은 미국의 2차 제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해당 제재를 위반하거나 우회하는 제3국 금융기관에 대해 미 금융시스템 접근금지 등 2차 제재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추후 과징금 등을 우려했을 때 제재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권에서는 러시아와 가급적 거래를 안 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금융거래 제한 등으로 발생하는 국내 기업 및 개인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금융당국은 금융제재 대상에 포함된 러시아 은행과 국내 금융회사·기업 간 거래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금융감독원에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를 설치해 기업·현지 주재원·유학생 등으로부터 금융애로 접수와 해소작업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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