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물 변곡점④] 선심성 대선공약, 재정건전성 흔들…韓 크레디트물 영향은
후속 추경 예고, 재정적자 확대 불가피…국제 신평사 우려, 증가 속도 촉각
<<※편집자 주 = '사상 최저 금리'를 연속 달성했던 한국물 시장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 저금리 기조가 막을 내리고 금리 인상기로의 전환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국내 발행사들의 외화채 조달 역시 녹록지 않아진 모습입니다. 연초 효과가 사라진 한국물 시장을 돌아보고 2022년 시장 전망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높은 한국물(Korean Paper) 인기를 뒷받침했던 건 대한민국 정부의 대외 신인도였다.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 카테고리에서는 흔치 않은 AA급 국가 신용등급은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의 한국물 입지를 끌어 올렸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정집행 확대 등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견고했던 펀더멘탈 역시 흔들리고 있다.
정부 부채 비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자 국제 신용평가사 또한 우려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후속 추경을 예고하는 등 선심성 대선 공약으로 재정 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채권시장 내 한국물 판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정 건전성 악화 속 후속 추경 우려 확대
한국물 시장은 대한민국 정부의 견고한 펀더멘탈과 함께 몸값을 높여왔다. 우리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가운데 동일 등급물인 국책은행과 공기업은 물론 금융기관, 민간기업까지도 조달 호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 악화에 속도가 붙으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무디스와 S&P,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AA급 신용등급을 재확인하긴 했으나 정부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에서 재정 건전성이 등급 부담을 높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 3사 중 가장 보수적인 피치에서 가장 먼저 경고음이 나왔다. 대한민국 정부에 'AA0' 수준의 등급을 평정하고 있는 무디스·S&P와 달리, 피치는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피치는 올 1월 대한민국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피치는 당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재정 여력은 단기적으로는 국가채무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지속적 상승 전망은 신용등급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치는 국가 부채비율이 2019년 말 27.9%에서 2022년 말 49.9%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AA' 중앙값은 49.4%에 해당한다.
한국 정부의 재정 부담은 2019년부터 본격화됐다. 2018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40.02% 수준이었던 정부 부채 비중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집행과 코로나19발 지원책 등이 맞물려 2020년 말 47.88%까지 증가했다.

대선을 앞두고 한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고음은 더 커지고 있다. 올 1월 유례없이 연초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처리한 데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등 유력 주자들이 2차 추경을 예고하면서다.
중앙정부의 국가채무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939조 1천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699조 원 대비 240조 원 이상이 늘었다. 대선 이후 예상되는 대규모 추경을 고려하면 올해에만 재정적자가 1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민국 대선에 대한 우려는 국제 신용평가사도 마찬가지였다. 피치는 앞선 리포트를 통해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는 중기 재정 전망에 불확실성을 가져온다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재정 지원을 지지하고 있어 대선 이후에도 재정 안정화가 완만한(only modest)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부채 증가 속도 관건, 외평채 조달 '예의주시'
국제 신용평가사는 대한민국 정부의 국가 채무 증가 속도가 비교적 빠르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 채무 비율 증가 폭은 여전히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지만 증가 속도는 가파른 실정이다.
정부 부채비율이 GDP 대비 절반 수준까지 올라서는 데에는 불과 3년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1월 추경 예산을 반영한 2022년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50.1% 수준으로 예상된다. 2018년 말 40% 수준에서 4년여 만에 10%포인트가 상승하는 셈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의 경고음이 커질 경우 한국에 대한 채권시장 내 입지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국물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채권시장 내 한국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만큼 국제 투자자들은 여전히 AA급 한국 정부에 대해 견고한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면서도 "다만 국제 신용평가사 등으로부터 경고가 본격화될 경우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정부의 신용등급 우려는 한국물 전반의 기세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채권의 경우 해당 국가 크레디트물의 벤치마크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으로 국제적인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신용도 하방 압력은 크레디트물 전반에 더 큰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제적 불안감이 확산으로 한국은 물론 각국 CDS 프리미엄이 증가하는 등 시장 민감도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올해 대한민국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조달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획재정부는 수년간 꾸준히 외평채 발행을 이어왔다.
채권시장 내 대한민국의 신인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지만, 차환 수요 이상의 조달로 부채 증가를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비판도 상당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신용평가사가 한국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자주 표현하고 있어 외평채 발행 시 투자 심리에 다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외평채 발행 시 재무 건전성 및 대선 이후 새 정권을 상대로 한 북한의 지정학적 도발 등 각종 거시적 문제들이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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