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디폴트 점검] '정크본드 추락' 포스아그로, 이자 만기일 줄줄이 대기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러시아가 이달 달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가운데, 정부의 주요 수입원 중 한 곳으로 알려진 러 최대 비료업체 포스아그로(PhosAgro)의 해외 채무 상환 일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리는 짐 로저스가 투자했던 것으로도 알려진 포스아그로는 지난 수년간 자금 조달을 위해 글로벌 채권을 적극적으로 발행해온 만큼 올해 달러 채권 이자를 갚아야 하는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
앞서 러 주요 기업인 로즈네프트와 러시아철도공사(RZD) 등이 서방의 제재로 채권 이자나 원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포스아그로도 빚 상환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연합인포맥스가 'IHS 마켓 채권' 데이터(인포맥스 화면 4010, 4011)를 입수해 포스아그로가 발행한 외화표시채권의 발행 잔액과 표면 금리, 현금흐름 스케줄 등을 개별 종목별로 추산해 집계한 결과, 이 회사는 올해 총 1억4천623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천800억 원에 육박하는 달러채 이자를 갚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행잔액이 남아 있는 달러채 건수는 6건에 달했지만,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달러화 및 유로화 채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덩치를 고려하면 올해 갚아야 하는 채무 규모는 크지 않은 수준이다. 포스아그로의 시가총액은 무려 61억6천506만 달러(약 7조4천7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러시아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제재로 자금의 원활한 이동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빡빡하게 잡혀 있는 상환 일정을 제때 지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로즈네프트와 러시아철도공사(RZD) 등 러시아의 주요 기업들도 서방의 제재로 인해 달러채 이자와 원금을 만기일까지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며 투자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포스아그로는 지난 16일 2천600만 달러(약 300억 원) 상당의 달러채 이자 상환일을 넘긴 가운데, 오는 4월 24일 5억 달러(약 6천억 원) 규모로 발행한 달러채 2건의 이자를 갚아야 한다. 상환 규모는 3천949만 달러(약 500억 원) 수준이다.
올 상반기 두 차례의 고비를 넘기고 나면 하반기에도 빚 상환 일정은 줄줄이 다가올 예정이다. 회사는 7월 말에 1천525만 달러(약 200억 원)를, 9월 중순에 2천600만 달러(약 300억 원)를 각각 내야 한다.
10월에도 해외채 이자 지급 기한은 또다시 도래한다. 회사는 10월 24일에 3천949만 달러(약 500억 원)의 달러채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포스아그로 달러채에 대해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달 초 포스아그로의 신용등급을 'B'에서 'CC'로 내리며 재무상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치의 CC 등급은 정크(junk)본드 등급 중에서도 신용 위험이 매우 높다는 뜻으로, 실제 디폴트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발생 가능성이 크게 예상되는 상황에 해당한다.
피치는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상황이 불확실하고 역동적이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는 기업 간 큰 차별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회사 수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소식도 자칫 경영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포스아그로의 최고경영자(CEO)인 안드레이 구르예프 주니어는 최근 EU 제재 대상에 오르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구르예프 가문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올리가르히(Oligarchi·신흥 재벌)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EU는 구르예프를 제재 대상에 포함하며 "포스아그로는 러시아 정부와 크게 연관돼 있으며, 회사 수익은 러시아 정부의 중요한 수입원"이라고 밝혔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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