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日엔화…서울환시 "제한적 파급력에도 1,200원대 지지 요인"
  • 일시 : 2022-03-23 09:33:24
  • 추락하는 日엔화…서울환시 "제한적 파급력에도 1,200원대 지지 요인"



    (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의 가치가 2016년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궁금증도 커졌다.

    대표적인 안전통화로 분류되는 엔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속해서 가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데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기조 강화에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엔화 약세를 가속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23일 가파른 엔화 가치 하락 속도와 강도에 관심을 두면서도 과거보다 엔화에 기반을 둔 거래 비중이 현저히 줄어든 만큼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레 진단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해외주요국 외환시세(화면번호 6411)와 주요통화 재정환율(화면번호 6426)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간밤 121엔을 넘어서는 등 2016년 1월말 121.680엔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엔화 급락에 따라 엔-원 재정환율도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지난 8일 100엔당 1,072원대를 기록했던 환율은 약 2주 만에 1,010원 아래로 추락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중순 엔-원 환율이 1,008원대를 기록한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엔화의 약세 요인으로는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 기대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높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신속한 대응을 강조하며 50bp 빅스텝 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지난주 일본은행(BOJ)은 금리 동결과 금융완화를 지속할 뜻을 내비치는 등 정반대의 행보를 나타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엔저가 전체적으로 경제와 물가를 모두 밀어올려 일본 경제에 플러스로 작용하는 기본 구조는 변함이 없다"며 사실상 엔저를 옹호했다.

    또한, 일본의 원유 등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거의 100%에 달할 정도로 큰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유가 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폭이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일본의 경상수지는 1조1천887억엔 적자로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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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이러한 엔화 약세에도 국내외 금융시장이나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되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과거와 달리 엔화가 원화에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당장의 영향력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A은행의 이종통화 딜러는 "2010년대 초반에만 해도 엔화 움직임을 관심있게 보며 엔-원 크로스 거래를 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안 하고 있다"며 "하더라도 달러-엔 거래를 하거나, 크로스 페어를 하더라도 유로-엔을 거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아무래도 미국과 일본의 정책 스탠스에 차이가 있고,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겪으며 엔화가 안전통화로서 역할을 못 한 것도 있다"며 "가보지 않은 레벨이 아닌 만큼 아직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가치 하락세가 너무 빠르고 가팔라 피로감과 기술적 저항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환시에서는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만큼 엔화 매도, 원화 매수 등 크로스 거래 매도포지션 구축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과거보다 관련 거래가 줄어들며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보다는 엔화 약세가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며 간접적으로 달러-원 환율을 1,200원 아래로 내려오지 못 하게 하는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는 달러 강세 재료로 원화에도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우크라 사태 장기화로 인플레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이 5월과 6월에 50bp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큰데, 미 금리가 더 오르면 엔화 약세가 달러 강세를 지지하며 환율을 1,200원대에 머물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 사태가 더 악화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더 반응할 부분은 없어 보인다"면서도 "지금은 연준의 빅스텝 인상으로 하반기까지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엔화보다는 유로화가 달러화 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B은행의 외환 딜러는 "미국과 통화정책 차별화와 유가 상승이 더해져 엔화 약세로 작용하는 것 같은데 엔화와 원화의 상관관계는 많이 약해진 상태"라며 "결국 우크라이나 상황이 끝나고 인플레이션이 진정돼야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화 약세가 달러 강세를 이끌어 달러-원 상승 재료로 작용할 수 있지만, 달러화는 엔화보다 유로화의 영향을 더 받는 만큼 유로화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저금리와 엔화 약세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되며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현재는 안전통화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2004년과 2015년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초기 국면에도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등 현 상황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될 수 있는데 2000년 이후 미 금리 인상과 엔화 약세 국면에서 코스피 랠리가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이전 사례를 고려할 때 원화가 강세를 보여야 하는데 이는 결국 유가 하락 등 불확실성 해소에 달렸다"고 전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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