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2015년 이후 최저…美 엔저에도 'OK'
바이든, 인플레 억제 위해 강달러 용인
(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엔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2015년 8월 이후 최저치인 125엔대까지 떨어졌다. 올 초 110엔대에서 거래되던 것에 비하면 가파르게 하락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현지시간) 엔화 가치가 6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나 엔화 가치 하락이 미국과 일본에 모두 잠재적 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일본 당국의 개입이나 미국의 개입 압박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달러 강세,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 제조업체들에 비용 부담을 낮춰 미국과의 제품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때문에 일본 정책 입안자들은 엔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
미국에도 잠재적 호재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거의 8%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국 소비자들은 일본 제품을 살 때 더 싼 값에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엔화 약세가 경제 전반과 물가를 끌어올려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기본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BOJ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엔화 가치가 10%가량 절하되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1%가량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일본 당국도 가파른 환율 움직임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시장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모든 가파른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최근의 엔화 가치 하락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10년물 국채금리가 2.5%에 육박했지만,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0.2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금리가 10배 더 높은 상황이다.
이날 BOJ는 일본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국채 무제한 매입에 나섰다. 10년물 국채금리가 0.25%까지 상승하자 금리 상승을 차단하기 위해 지정가에 두 차례 무제한 매입에 나선 것이다.
미일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달러 매수 압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익률 격차로 저금리인 엔화로 자금을 빌려, 고금리의 달러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부활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BOJ는 다른 나라처럼 미국과 동조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크게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거 엔화의 가파른 하락은 미국의 우려를 샀으며, 미국의 대통령들은 종종 일본의 엔저 정책에 불만을 표시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일본과 중국, 독일 등을 지적하며 이들이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시키고 있으며, 우리는 바보처럼 거기에 앉아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금은 강달러가 수입 비용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40년 만에 최고치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미국으로써는 달러 강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통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관심사라는 점에서 미국은 엔화 가치 하락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에서는 당시 이미 엔화가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이러한 움직임에 별다른 우려를 표명하지 않았다.
많은 일본 기업들은 생산을 해외로 이전해 엔화 약세 이익이 제한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일본 기업들이 일본에 남아 엔저에 따른 수혜는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이와 연구소에 따르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0엔 떨어지면, 일본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1조5천억 엔가량(12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엔화로 환산하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MUFG은행의 타카히로 세키도 전략가는 전 세계가 러시아 에너지 대체재로 미국의 에너지로 눈을 돌리고 있어 미국이 달러 가치를 내리고 싶어도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석유와 가스를 사기 위해 각국의 달러 수요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은 당분간 강달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는 원유와 가스 수입 부담을 높이기 때문에 일본에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고유가와 비우호적인 환율로 원유 수입국인 일본의 소비자들은 더 높은 휘발유와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환율 정책이 아니라 에너지 유통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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