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캥거루본드 겨냥 적중…노련미 부각
6.5억 호주달러 발행…돋보인 관찰력, 전 세계 잡았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수출입은행이 6억5천만 호주달러(약 5천926억 원) 규모의 캥거루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31일 투자금융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호주 달러 자금 수요 등에 대응해 캥거루본드 시장을 겨냥했다.
캥거루본드의 경우 한 번에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비교적 크지 않은 시장이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은 호주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 등 전 세계를 사로잡아 6억 호주달러를 뛰어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FOMC 후 시장 안정화 겨냥, 각국 투심 잡았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내달 7일(납입일 기준) 6억5천만 호주달러 규모의 캥거루본드를 발행한다. 국내 시간 기준 이달 28일과 29일 이틀여 간 진행한 투자자 모집에서 발행액 이상의 주문을 확보한 결과다.
트랜치(tranche)는 3년 고정금리부채권(FXD)과 5년 변동금리부채권(FRN)으로 각각 2억 호주달러, 4억5천만 호주달러씩 배정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 1월 3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SEC Registered) 발행 후 이종통화 조달을 준비했다. 연초 해당 딜로 대한민국 정부를 제외한 역대 최대 발행 기록을 경신하자 이어 달러화 이외의 자금 시장을 활용해 조달처 다각화 등의 효과를 누리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주 달러 자금 수요가 상당했다는 점에서 캥거루본드가 유력하게 부상했다.
최근 국내 기업의 호주 인프라 분야 민관협력사업(PPP) 수주 등으로 호주 달러 대출 수요가 발생한 여파였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경우 2012년 첫 캥거루본드 발행 이후 꾸준히 해당 시장을 찾아왔던 터라 시장 친숙도 역시 높았다.
이후 한국수출입은행은 최적의 조달 타이밍을 고심했다. 이달 중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이 유력하게 점쳐졌다는 점에서 관련 이벤트가 해소될 시점을 겨냥했다.
분기 말의 경우 투자 수요가 비교적 위축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해 이달 28일과 29일을 목표로 조달 채비에 나섰다.
판단은 적중했다. FOMC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미국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투자 수요 회복 등으로 미국 국채금리는 이주 들어 상승세가 완화되는 양상을 드러냈다.
투자 수요를 겨냥한 조달 구조 등도 흥행을 뒷받침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맨데이트(mandate) 공표(announce) 후 유럽 등 각국의 투자 수요를 확인했다. 이를 고려해 전 세계 기관들의 주문을 받을 수 있도록 북빌딩을 이틀 여간 진행했다.
앞서 이달 캥거루본드를 발행한 IBK기업은행과 현대캐피탈 등의 경우 시장 변동성 고조 등으로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북빌딩을 완료했다. 반면 한국수출입은행은 시장이 안정세를 되찾는 등 최적의 타이밍을 겨냥한 덕에 이틀 여간 북빌딩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전 세계를 사로잡아 6억천만 호주달러 규모의 조달을 성사시켰다. 호주 역내의 경우 비교적 작은 시장 규모 탓에 해당 금액을 마련하는 것이 녹록지 않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은 아시아와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전반을 겨냥해 주문을 확보했다.
3년물 FXD의 경우 호주 투자자들이, 5년물 FRN은 아시아 은행들의 호응도가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꾸준한 조달 등으로 입지를 쌓아온 유럽 등지에서도 주문을 넣어 흥행을 북돋웠다.
◇발행-투자 수요 부합…금리 이점 톡톡
캥거루본드의 경우 주요 투자자가 은행 등 금융기관이라는 점 역시 조달 편의성을 높였다. 은행의 경우 변동금리부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당초 북빌딩에서 3년 FXD와 5년 FRN은 물론 5년물 고정금리부채권 투자자 모집에도 나섰으나 이중 앞선 두 트랜치만을 발행한 배경이다. 캥거루본드 시장의 경우 여러 트랜치를 열어놓은 후 주문량 등을 고려해 투자 수요가 높은 만기물만 찍는 경우가 비교적 흔하다.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대출 자금 마련 등을 위해 이번 조달에 나섰다는 점에서 FXD보단 FRN 조달에 따른 이점이 컸다. FXD 중심인 달러채 발행시장의 경우 은행들이 조달 후 대부분 FRN으로 스와프하는 방식을 활용해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산금리(스프레드) 절감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5년물 금리는 3개월물 호주달러 스와프금리(BBSW Bank Bill Swap Rate)에 100bp를 더해 확정했다. 당초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로 105bp를 제시했으나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5bp를 끌어내렸다.
캥거루본드 시장의 경우 실수요 중심이라는 점에서 IPG 대비 발행 금리를 낮추는 일 등이 쉽지 않다.
3년물은 고정금리 기준 호주 스와프금리(SQ ASW·Semi-Quarterly Asset Swap Rate)에 80bp 가산한 수준으로 확정했다. IPG와 동일한 수준이다. 이에 따른 3년물 쿠폰과 수익률(yield)은 각각 3.55%, 3.6115%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경우 조달 자금을 호주 달러 통화로 바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달러화 채권 대비 금리를 비교하는 일 등이 쉽지 않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달러채 뉴이슈어프리미엄(NIP) 등을 고려할 때 이보다 낮은 비용을 지불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달러채의 경우 최근 20bp 안팎의 NIP를 지불하는 것과 달리, 캥거루본드는 여전히 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무디스와 S&P, 피치는 각각 'Aa2', 'AA',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딜은 JP모건과 내셔널호주은행(NAB)이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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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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