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가 꺼내든 배드뱅크…빚 얼마나 탕감될까
인수위 "배드뱅크 검토"…빚 탕감 규모·재원 마련 논의
은행권 "디테일한 내용 지켜봐야"…모럴해저드 지적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김예원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 해결을 위해 부실채권 관리를 전담하는 '배드뱅크' 설립을 주문하면서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출자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배드뱅크는 '외환위기 당시 긴급구제식 채무 재조정 추진' 공약 실현방안 중 하나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빚으로 버텨온 서민들이 재기불능 상태에 빠지고 잠재부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배드뱅크 설립을 위해서는 재정지원이 필수다. 이에 정부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많게는 수십조원 규모의 나랏돈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33조 '무더기 부실위기' 자영업 구제책 급부상
1일 인수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전일 경제분과 업무보고에서 "지금처럼 단기간에 자영업자의 소득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선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소상공인진흥공단·정부·은행이 공동 출자하는 일종의 배드뱅크를 만들어 주택담보대출에 준하는 장기간에 걸쳐 낮은 금리로 대출을 상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방안은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부실채권정리기금'을 구체화한 것으로, 지난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민간 금융권에 소상공인들에 대한 선제적인 상생협력을 주문할 때부터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
배드뱅크는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채무 재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전문기관이다. 시중은행 등 금융사가 보유한 개인사업자대출 채권 중 부실 징후를 보이는 것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한다.
배드뱅크는 부실채권을 장기간 보유하며 회수할 수 있어 자영업자 상환 기한도 늘려줄 수 있다. 은행은 권리를 넘기는 대신 매각대금을 받고 장부상에서 관련 대출을 완전히 지워낼 수 있다.
특히 인수위는 기존 배드뱅크처럼 부실채권 회수·정리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신용회복위원회, 은행 등과 연계해 자영업자의 재기 지원역할까지 하는 통합적인 지원체계 구축까지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빚 부담에서 벗어나 다시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리빌딩 서비스도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배드뱅크 재원 조달 방안은 향후 논의 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 1월 말 기준 만기가 연장되거나 상환이 유예된 자영업자 대출은 총 133조3천억원(원금 기준)이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정부가 기업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설치해 부실채권 111조6천억원의 채권을 매입했을 당시 조성된 기금은 40조원에 달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신용회복기금'을 통해 7~10등급 저신용자를 구제하는데 10조원의 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 은행권, 배드뱅크 또 동원되나…"구체적 요건 기다려야"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배드뱅크가 새롭지만은 않다는 의견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IMF)가 발생한 이후 거의 정부마다 배드뱅크가 등장했고, 여기에 은행권도 참여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부실채권정리기금' 운용주체인 성업공사부터 금융회사 출자를 통해 만들어졌다. 해당 기금의 배분금으로 만들어진 게 이명박 정부 당시 신용회복기금이다.
여기에 은행권은 민간 배드뱅크 '유암코(UAMCO)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8개 은행권이 총 출자한 금액은 8천265억 수준이다.
이번 인수위원회 역시 배드뱅크에 대한 은행권의 공동 출자를 언급했다.
특히 은행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왔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은 작년에만 2조원 넘는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였다.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하면 배드뱅크 출자에서 벗어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권은 출자는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채권 매각시 세부 조건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만기 연장 등 조치가 9월에 종료되면 그 이후 단절되는 부분을 어떻게 메울지에서 나온 이야기로, 당장 은행권의 유불리를 따지기엔 시기상조인 점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채권에 대한 매입률인데 실제로 정책 시행 시 디테일 등이 어떻게 마련될지에 따라 은행 손실률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배드뱅크 설립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럴해저드 문제는 여전히 숙제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과거에도 배드뱅크를 통한 신용불량자 지원이 모럴해저드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만기상환 등 조치 당시에도 해당 조치가 사실상 필요 없는 차주임에도 조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적용을 받은 이들이 없지 않았다"며 "이러한 도덕적 해이는 물론 그간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대출을 꾸준히 갚아온 차주들의 박탈감도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그림*
hjlee@yna.co.kr
ywkim2@yna.co.kr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