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가 된 美 달러…기축통화 지위 흔들리나
  • 일시 : 2022-04-13 14:13:07
  •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가 된 美 달러…기축통화 지위 흔들리나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내리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고 호주파이낸셜리뷰가 13일 보도했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 따라 달러 이용이 제한받는 모습을 목격한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 외환보유고를 줄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결제 통화로 위안화를 수용하고, 러시아가 루블화를 통한 원유대금 수금 등에 나서는 등 원자재 시장의 변화도 달러 지위의 위협요인으로 거론됐다.

    최근 몇 년 동안 몸집을 키워온 암호화폐는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 러시아 경제제재의 나비효과…"달러는 美 대외정책과 한 몸"

    지난 달 미국과 동맹국들은 러시아가 해외에 보유한 외환보유고를 이용할 수 없도록 차단했고 국제금융결제망인 스위프트에서도 배제했다. 수천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에 따른 것이었다.

    미국의 의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그와 가까운 러시아 신흥재벌 올리가르히들을 압박하는 데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세계 기축통화이자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핵심 외환보유고인 달러를 무기화했다.

    많은 금융 시장 전략가, 애널리스트, 심지어는 국제통화기금(IMF)까지 이에 대해 달러가 미국 대외정책과 연동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을 줄일 수 있다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전직 미국 재무부 관료이자 컨설팅 회사인 마켓츠 팔러시 파트너스의 공동설립자인 존 페이건은 "이것은 미끄러운 비탈길이다. 전 세계의 모든 외환보유고 관리자들이, 잠재적으로는, 달러가 예전만큼 튼튼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차단한 것은 미국이 설정한 한계선을 넘어서면 한 국가의 달러 보유고를 위태롭게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페이건 공동설립자는 "글로벌 달러는 반드시 기준을 가지게 됐다"며 "근본적으로 이번 조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도한 것은 어느 한 국가가 지닌 달러 보유고는 다른 나라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지 않는 선에서만 안전하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골드만 삭스의 잭 팬들 애널리스트는 현재 진행 중인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공공 기관들의 달러 중심 결제망 노출을 줄이려는 달러 탈출 노력이 제재 이후 세계 기축통화에 대한 위험으로 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 중앙은행, 달러 대신 원자재로…위안화·루블화 결제도 주시

    원자재 시장의 변화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와 관련해 주시해야 한다. 중국의 위안화가 경쟁 통화로 부상한 것 외에도 석유, 천연가스, 밀 등에 대한 중앙은행의 보유 수준이 외환만큼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단기 이자율 전략 글로벌 헤드인 졸탄 포즈사는 "원자재 보유에 대한 수요가 훨씬 높다. 이는 자연스럽게 외환보유고 수요를 대체할 것이다"며 "더 많은 거래가 다른 통화로 이뤄지면서 달러에 대한 수요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에는 국제 무역에서 중요한, 별개의 두 사건이 작용했다. 지난 3월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유류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달 러시아는 자국 석유와 천연가스 결제 대금을 루블화로 받기 시작했다.

    두 사건은 향후 벌어질 새로운 통화체제의 윤곽을 그릴 수 있게 했다. IMF의 기타 고피나스 수석 부총재는 세계가 작은 통화블록으로 나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지난 3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에서도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수준으로의 분절은 상당히 그럴듯하다"고 말했다.

    IMF에 따르면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년 전 70%에서 60%로 내려갔다. IMF는 이를 두고 '조용한 잠식'이라고 명명했다.

    줄어든 달러 보유고의 4분의 1가량은 중국 위안화가 차지했고 나머지는 호주달러, 캐나다달러, 한국 원화 등이 차지했다.

    ◇ 암호화폐의 위협

    암호화폐 부분에서 떠오르는 구상 중 하나는 중앙은행들이 결과적으로는 외환보유고를 지지하기 위해 금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분산화된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헤지펀드 알파 트라이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맥스 고크먼은 "달러 지배력에 대해 가장 큰 위험은 암호화폐의 부상이다"고 말했다.

    고크먼 CIO는 "만약 그들이 공식 기관에 의해 국가 단위를 벗어나는 안전하고 독립적인 자산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달러는 구조적인 하락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호주중앙은행(RBA)을 포함해 소수의 중앙은행이 자체 암호화폐 사용을 구상하고 있다. 물론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암호화폐가 부상하려면 수년은 더 있어야 하고 오늘날 인기 있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관심사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고크먼 CIO는 "주요 10개국과 같은 의미 있는 중앙은행이 암호화폐를 외환보유고에 포함하기 시작한다면 격렬한 변화가 될 것인데 나는 향후 5년 내 이런 일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포즈사 헤드는 달러가 맞이하고 있는 새로운 압력은 "거대 세력 간의 세계적 갈등과 원자재 시장의 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전쟁은 통화의 지배력을 종식하고 새로운 통화 체제가 태어나는 산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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