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전고점 다시 뚫나…외환딜러들 복잡해진 셈법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연고점을 한 달여 만에 바짝 다가선 달러-원 환율을 바라보는 외환딜러들 셈법이 복잡해졌다.
20일 시장 참가자들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좀처럼 물러서지 않으면서 눈앞에 다가온 연고점에 대한 상단 테스트가 임박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외환 당국의 개입 등 별다른 저항이 없다면 또 한 번 연고점을 경신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달러-원 환율은 1,240원대로 진입해 출발했다. 장 초반에는 상승 폭을 1,241원까지 올리는 등 전일 종가(1,236.90원) 대비 3.10원 올랐다. 지난 3월 15일 기록한 연고점 종가인 1,242.80원과 차이는 1.80원가량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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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원, 천장 다시 뚫릴까…트리거는 '연준 위원의 입'
지난달 달러-원 환율은 역사적 레벨인 1,240원대를 넘어 연고점을 기록했다.
당시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급격히 확산한 영향을 받아 환율이 급등했다.
최근에는 다가오는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공격적인 긴축 우려가 누적되면서 달러화 강세 압력이 다시 한번 거세지고 있다.
미 국채 금리가 10년물 기준으로 3%대 근접해 치솟았고, 엔화와 유로화 등 주요 통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심화하면서 달러-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환시 외환딜러들은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오판을 환율 급등 시발점으로 평가했다. 최근 뒤늦게 긴축 행보를 뜀박질하는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인 돌출 발언에서 환율 급등의 리스크 요인을 꼽았다.
A은행의 한 딜러는 "작년까지만 해도 연준은 인플레가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단 입장이었는데, 3월 우크라 전쟁 발발 등과 결부돼 갑자기 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통화 시장에도 충격이 안 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간밤에 연준 위원 발언이 나오고 여차하면 달러-원은 갭업으로 연고점을 넘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외환딜러들은 연준의 긴축 우려를 시장이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고 판단하면서도 마땅히 추세를 되돌릴 만한 재료는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약 2주 뒤에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벤트까지 불확실성이 내재한 점도 환율 하락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B은행의 한 딜러는 "역외 NDF 시장 움직임 등을 보면 오늘 당장 연고점 상승을 시도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연준의 5월 FOMC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연준 위원의 75bp 인상 발언 등으로 미 금리 인상 이슈가 소화되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롱 심리에 쏠린 달러-원…변곡점에 빌미가 될 이벤트는
전반적인 달러화 롱 심리가 압도적으로 우위를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추세 전환을 가져올 만한 이벤트 혹은 기술적 조정 가능성에도 눈길이 향했다.
최근 급격한 일본 엔화의 약세 반전 및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상황에 따른 악재 해소 등을 빌미로 시장에 쏠려있는 롱 심리가 되돌려질 가능성이 거론됐다.
최근 일본 엔화는 20년 만에 가장 큰 약세를 기록하면서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29.4엔대까지 치솟았고, 지난달 이후 엔화는 달러화 대비 11% 넘게 가치 하락을 겪고 있다.
일본 재무상과 일본은행(BOJ)의 실개입 가능성도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를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이 기존 견해를 수정해 일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경고하면서 보다 강력한 개입을 유발하게 될지 주목된다.
과거 일본은행은 지난 2003년 1월부터 2004년 3월까지 15개월간 무려 35조 엔을 개입에 사용하는 등 달러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전력이 있다.
C은행의 한 딜러는 "아직 일본 당국에서는 구두개입만 나오고 본격적인 개입을 안 하고 있다"며 "과거에도 달러-엔 환율은 한 번 개입에 나서면 적어도 2~3%가량 크게 밀렸다. 환율이 130엔 선에 도달한 이후 크게 반락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이슈는 달러-원 환율에 양방향 재료로 해석된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등 물리적 충돌이 격화할 경우와 극적인 외교적 협상이 돌파구를 찾아 사태가 마무리될 경우 등의 시나리오가 모두 거론된다.
D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원 상승 압력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것 같다"며 "이전 고점인 1,244~1,245원을 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엔이 130엔을 찍고 내려오는지, 러·우크라 사태가 핵 공격으로 확산하거나 러시아 디폴트 및 미·중 갈등으로 번지지 않으면 롱 포지션을 눈치를 보면서 조금씩 줄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환시 당국 추가 개입 가능성도 촉각…
달러-원 환율이 재차 1,240원대로 진입하면서 외환 당국의 스탠스에도 또 한 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주 1,230원대에서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은 점과 글로벌 강달러 분위기가 긴축 기조하에 지속하면서 당국의 추가 개입은 신중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A딜러는 "지금 환율 수준은 이전에도 구두개입 한 애매한 레벨이다"며 "달러-엔이 반세기만의 약세를 연속하는 환경에서 굳이 당국에서 실탄을 낭비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은행의 한 딜러는 "일본 엔화 약세와 글로벌 달러화 강세에 반대로 보이게 할 만큼 당국이 액션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본도 실개입을 단행하기보다 구두개입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의 추가 개입 타이밍이 높은 레벨 피로감 등과 겹친다면 환율이 후퇴하면서 조정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지난주 12일 당국의 구두개입성 메시지가 전해진 이후 달러-원 환율은 이틀 새 롱스탑 물량 등이 가세하면서 11.50원가량 급락한 바 있다.
F은행의 한 딜러는 "1,240원대 진입은 당국이 어느 정도 용인할지 지켜봐야 한다"며 "연고점 부근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상승 동력이 강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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