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펀드는 자본시장 꽃"…NH證, 10월부터 수탁업 직접 한다
  • 일시 : 2022-04-21 07:57:01
  • 정영채 "펀드는 자본시장 꽃"…NH證, 10월부터 수탁업 직접 한다

    우리·농협·메릴린치 등 수탁 전문가 포진…원화·외화 투트랙 시장 공략

    정영채의 특명 "수탁 리스크 직접 없애자"



    (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정지서 기자 = "창고에 물건을 쌓아두기만 해서 되겠나. 정확한 물류 목록을 활용할 줄 아는 하이브리드형 창고 데이터는 돈이다"

    지난 2020년, 펀드 시장은 어려웠다. 사모펀드 사태가 훑고 지나간 자리의 상흔은 컸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저금리로 갈 곳을 잃고 다시 사모펀드 시장으로 유입됐지만, 펀드 설정은 녹록지 않았다. 수탁은행들이 너도나도 손사래를 치면서다. 그야말로 수탁사 쇼티지(shortage)였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탓에 수탁 수수료는 치솟았지만, 수탁은행의 거부감은 여전했다. 정영채 사장은 이 쇼티지를 기회로 봤다. 국내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시장을 이끌어온 사업자의 자신감이었다. NH투자증권은 이내 수탁업을 신사업 비즈니스로 선정하고 이를 세팅할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다.

    ◇10월 국내펀드 수탁 개시…내년 3월 해외펀드 시장도 진출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르면 오는 10월께 국내펀드를 대상으로 한 원화 자산 수탁 시장에 진출한다. 국내 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3월부터는 해외펀드까지 수탁 비즈니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꾸려진 수탁업 추진 TFT는 올해 PBS 본부 산하 수탁부란 이름으로 정식 부서가 됐다. 지난해까지 숫자와 시장 전문가인 이창목 현 경영전략본부장 아래서 청사진을 그렸다. 그 바통은 올해 임계현 상무가 넘겨받았다. 임 상무는 FICC와 채권, IC 기획 등을 거쳐 경영기획 전반에서 경력을 쌓고 지난해부터 PBS 본부를 관할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연내 수탁부를 10명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미 우리은행, 농협은행, 메릴린치 등 업계에서 '수탁의 신'으로 불리던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선수들이 영입됐다. 공격적인 외부 인재 영입은 업계에서도 꽤 회자했다.

    국내 증권사 중 직접 펀드 수탁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NH투자증권이 처음이다.

    일찌감치 수탁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NH투자증권은 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자 원화와 외화자산 수탁 시스템을 분리했다. 이미 수탁업무를 하는 농협은행과의 마찰을 없애고자 농협금융지주 차원의 업무 협의도 마쳤다. 수탁 시장에서 NH라는 브랜드 아래 은행과 증권이 서로 보완재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NH투자증권은 'PBS 기반 특화 수탁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이미 국내 PBS 시장 점유율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리딩 컴퍼니로서의 입지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사모펀드 시장을 중심으로 수탁 시장에 안착한 뒤 늘어나는 수탁고에 따라 기관 대여 풀 등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와의 연계를 늘리고 리스크관리 인프라도 강화할 계획이다.

    ◇PBS 1위 사업자의 자신감…정영채 "수탁 리스크 직접 없애라" 특명

    현재 NH투자증권이 관리하는 한국형 헤지펀드 PBS 계약고는 10조 원이 넘는다. KB증권, 삼성증권의 추격이 이어지고 있지만, 명실상부 업계 1위다.

    수탁업이 PBS 사업 부문과 연관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고도화된 IT 인프라 없이는 불가능하다. NH투자증권은 수탁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만 100억 원 넘는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영진 차원의 결정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내로라하는 'IB 맨'인 정 사장은 몇 년 전부터 자산관리(WM) 시장에서의 승부를 예고했다. 이미 포화가 된 IB 시장에서의 무의미한 경쟁보단 WM 시장에서 고객과 시장별로 세분화한 접근이 금융지주 증권 자회사로서의 경쟁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지름길로 봤다. 이는 이미 국내외 시장에서 IB 하우스로 확실한 입지를 굳힌 만큼 이제는 시장 변화의 흐름에 따라 성장 여력이 큰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업계에선 얼마 전 옵티머스 사태가 NH투자증권이 수탁업에 직접 진출하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펀드의 집합투자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사가 펀드에 편입된 자산과 수량, 운용 과정의 명세를 상세히 점검하는 의무만 충실히 했더라도 대다수 사모펀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으리란 게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옵티머스 사태는 그 대표적인 사례였고 NH투자증권은 꽤 오랜 시간 그 짐을 졌다.

    정 사장은 수탁 TFT 출범 당시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수탁 리스크를 직접 없애자는 특명을 내렸다고 한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 자본시장의 수탁업무가 차원이 다른 수준을 갖추고 있듯이 국내 수탁업이 한 단계 발전한다면 자본시장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직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NH투자증권 고위 관계자는 "과거의 수탁 업무가 단순한 창고였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수탁은)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창고다. 한 단계 진일보한 수탁"이라며 "대차, 수탁, 시딩 등 과거 PBS 산하에 있던 각각의 비즈니스를 전문화해 국내 펀드 산업이 제대로 커 나갈 수 있는 동반자 역할을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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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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