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카오스, 생보사 위험하다-②] 6조 쏟아부었지만 건전성은 '밑 빠진 독'
  • 일시 : 2022-04-25 08:00:32
  • [금리 카오스, 생보사 위험하다-②] 6조 쏟아부었지만 건전성은 '밑 빠진 독'



    <<※편집자 주 = 금리는 생명보험사의 지속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그런 생명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커졌습니다. 치솟는 금리가 호재가 되리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RBC비율은 떨어지고 선제로 확충한 자본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형국이 됐습니다. 안정성을 위해 운용자산 대다수가 채권에 묶였지만, 수익성은 금융권 내 최하위입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1천조 원에 달하는 생보업계 자산운용 현실과 필요한 제언을 6꼭지로 담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정원 기자 =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국내 보험사들이 지난해부터 총 6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에 나섰지만 건전성 문제는 오히려 악화하는 모양새다.

    채권금리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면서 보험사들의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이 급격히 확대, 그간의 자본확충 노력이 희석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금리 오름세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자본확충 직후 곧바로 2차 계획을 내놓는 보험사들도 나오는 추세다.



    ◇ 치솟는 채권금리에 RBC비율 '악화일로'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297.27%였던 국내 생보사들의 평균 RBC비율은 1년 뒤인 지난해 말에는 262.61%로 35%포인트(p)가량 급락했다.

    여기에는 지난 1년간 채권금리가 꾸준히 오름세를 나타낸 점이 주효했다. 지난 2017년 말 1.713% 수준이었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에는 2.250%로 50bp가량 오르는 흐름을 보였다.

    보험사들은 운용자산이익률 확보 등 수익률 관리 쉬운 만큼 당연히 시중금리가 높은 쪽을 선호한다. 최근 수년간 보험사들이 수익률 악화로 고전했던 것도 초저금리 여파로 자산운용 부문의 실적이 둔화한 데 따른 영향이었다.

    하지만 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국면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생보사들의 경우 보유 자산의 상당 부분을 매도가능증권 계정을 통해 관리하고 있는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손실이 커져 RBC비율에 곧바로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 하에서는 매도가능증권 비중이 높은 편이 평가이익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지만, 최근과 같이 금리 오름세가 가파른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재무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올해 들어 채권금리의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진 점에 대한 우려도 급격히 늘고 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2.25%에서 최근에는 3.30% 수준으로 1.05%p 이상 뛰었다. 4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오름폭을 2배 이상 상회하는 수준으로 오른 셈이다.

    업계에선 국고채 1년물 금리가 10bp 오를 경우 업계 전반적으로 RBC비율이 1~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운용자산 규모와 매도가능증권 비중이 높은 생보업계의 경우 손보업계에 비해 금리 변동에 더 민감한 편이다.

    ◇채권재분류에 영구채·후순위채·증자까지…효과는 미미

    보험사들 또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부터 이미 6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을 시도했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조원가량의 자본확충에 나섰던 국내 보험사들은 올해들어서도 한화생명(후순위채 9천200억원)과 NH농협생명(후순위채 6천억원), 한화손보(후순위채 2천500억원), 흥국생명(후순위채+영구채 500억원), DGB생명(영구채 950억원), 메리츠화재(영구채 700억원) 등을 중심으로 자본확충에 나섰다.

    이를 고려하면 보험권에서는 이미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2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의 자본확충이 완료된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까지도 금리 변동성이 완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생보사를 중심으로 자본확충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올해 6천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던 NH농협생명의 경우 금리가 추가로 오르자 지난 20일 3천7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가로 결정했다. 이를 모두 고려하면 최근 2개월동안 1조원에 육박하는 자본확충을 결정한 셈이다.

    한화생명 또한 RBC비율 사수를 위해 숨가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초 매도가능증권 계정에 보유하고 있는 50조원가량의 채권 중 절반 수준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한 데 이어, 9천억원 규모의 외화표시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금리 오름세가 지속돼 건전성이 흔들리자 최근에는 5천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추가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보헙업계 관계자는 "일단 RBC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본확충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긴 하지만 최근의 금리 수준에서는 금융비용 부담도 상당하다"며 "내년부터 제도가 변경되면 해소될 문제라고 보는 만큼 버텨야 할지, 자본확충에 나서야 할지 등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보험업계 "남은 7개월도 쉽지 않다"

    보험업계에서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K-ICS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K-ICS의 경우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해 현행 RBC 제도 대비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RBC 제도에서는 시중금리가 오르면 부채를 원가로 평가해 자본이 감소한다. 하지만 K-ICS에서는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자산과 부채가 함께 감소하게 된다. 보험사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부채의 잔존 만기가 자산보다 긴 만큼 금리가 오를 경우 부채가 더 크게 줄어 자본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당장 내년 제도까지 남은 7개월이 고비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 전방위적 자본확충을 진행하며 가까스로 건전성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수익성과 금융비용 등을 고려할 때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존에 200% 안팎의 RBC비율을 나타냈던 보험사 중 상당수가 이미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 수준까지 건전성이 악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유연한 대응 없이는 이번 고비를 넘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내몰렸다"고 덧붙였다.

    한편, DB생명(158%)과 KB생명(186%), KDB생명(169%), 한화생명(185%), 흥국생명(163%), NH농협손해보험(196%), 롯데손해보험(181%), MG손해보험(88%), 코리안리(188%), 흥국화재(155%), 한화손해보험(177%) 등 11곳은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이 200%를 하회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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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sjeong@yna.co.kr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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