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카오스, 생보사 위험하다-①] 1천조 곳간, 보험업법 딜레마에 ROA '꼴등'
  • 일시 : 2022-04-25 08:00:34
  • [금리 카오스, 생보사 위험하다-①] 1천조 곳간, 보험업법 딜레마에 ROA '꼴등'



    <<※편집자 주 = 금리는 생명보험사의 지속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그런 생명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커졌습니다. 치솟는 금리가 호재가 되리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RBC비율은 떨어지고 선제로 확충한 자본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형국이 됐습니다. 안정성을 위해 운용자산 대다수가 채권에 묶였지만, 수익성은 금융권 내 최하위입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1천조 원에 달하는 생보업계 자산운용 현실과 필요한 제언을 6꼭지로 담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정원 기자 = "국내 생명보험사는 특수한 상황에 부닥쳐있어요. 금리 상승기가 무조건 유리하다는 관점은 긴 호흡의 이야깁니다. 지금은 6개월 앞을 대비하기도 버겁습니다"

    이달 22일 금융감독원을 찾은 한 생명보험사 대표는 업계의 현실을 이렇게 말했다. 금리가 상승하자 시장은 생명보험사를 대표 수혜주로 지목했지만, 주가는 덤덤했다. 올해 직면한 감익 위기에 내년부터 적용될 신(新)제도 도입을 앞두고 치솟는 금리는 현재의 재무 건전성을 끌어내리는 주범이 됐다.

    이날 금감원에 모인 약 20여 명의 보험사 최고경영자들은 치솟는 금리 탓에 관리하기 어려워진 재무 건전성의 현실을 이야기하기 바빴다. 특히 연말까지 하락세가 불가피한 지급여력(RBC) 비율과 관련해 건전성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달라는 건의가 빗발쳤다. 채권 재분류와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금리가 오르는 속도와 방향을 종잡을 수 없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생보업계에 보험료 산정체계의 합리성에 대한 자체 점검을 당부하며 사실상 생명보험료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시장 금리만큼이나 생보업계의 긴장감도 치솟고 있다.

    ◇보험업법 104조의 딜레마…안정 좇다 수익성 잃은 생보사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영업하는 23곳 생명보험사의 총자산은 992조 원을 돌파했다. 일반계정 기준 운용자산은 800조 원에 달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생보업계의 자산 규모는 500조 원에 미치지 못했다. 운용자산 역시 400조 원이 안 됐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자산은 100%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국민의 경제 여력이 나아지면서 미래를 보장하고자 하는 수요가 커진 덕이다.

    늘어난 자산만큼 업계의 책임은 커졌지만, 수익성이 보여주는 생보업계 현실은 국내 금융권 내 최하위다.

    이는 총자산순이익률(Return on Asset·ROA)만 살펴봐도 명확하다. 금융회사에 있어 ROA는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생보업계의 평균 ROA는 0.38로 336조 원의 자산을 보유한 손보업계(1.22)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저축은행(1.88), 은행(0.54) 보다도 현저히 낮았다.

    업계에선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험업법의 딜레마를 이야기한다.

    자산운용 원칙을 담고 있는 보험업법 제104조는 자산을 운용할 때 안정성·유동성·수익성, 그리고 공익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가 어려울 때 미래의 자산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업의 근간을 담고 있다. 안정적인 자산운용만큼 중요한 원칙은 없다는 얘기다.

    이에 생보업계의 운용자산 대부분은 채권으로 운용된다. 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반계정 내 운용자산 중 부동산과 예금 등을 제외하면 유가증권과 대출채권이 평균 7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유가증권의 80%는 국내외 채권이다. 채권 중심의 안정적인 운용 때문일까. 지난해 말 생보업계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3.25%에 그쳤다. 10년 전 5%에 육박했던 운용이익률은 2016년 이래 3%대로 내려온 이래 줄곧 하락세다.

    한 생명보험사 임원은 "3%대 운용자산이익률은 글로벌 선진보험사들과 비교해도 부끄러운 수준인 것은 맞다. 보험사 모두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여기에는 국내에서만 갖는 제도적 한계가 갖는 이유도 있다"며 "특별계정의 경우 상황이 조금 낫지만, 일반계정이 수익성을 쫓긴 어렵다. 요즘 같은 시장 상황은 더 최악"이라고 귀띔했다.

    ◇IFRS17·K-ICS 압박에 자본 변동성 낮췄지만…함께 추락한 RBC

    올해 보험사들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내년부터 적용하는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17과 새로운 감독기준 K-ICS에 대한 준비다.

    수년간 이어진 금리 하락으로 누적된 보험부채 부담이 IFRS17이 도입되며 회계장부에 일시에 반영되면 대부분의 보험사는 자기자본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일부 생명보험사는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기도 했다. 제도 도입을 앞두고 시행 시기가 여러 차례 연기된 것은 이런 업계 상황이 반영된 결과였다.

    다만 일부 제도적 완화 조치가 이어졌고, 장기 금리가 상승 추세로 접어들며 보험사들의 부담은 줄었다. 초장기 만기를 제외한 보험부채의 할인율이 올라가고, 장기선도금리의 인하 부담이 낮아진 것이 대표적이다.

    자산과 비교해 부채 듀레이션이 긴 생보업계에 채권 수익률 관리는 상대적으로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럴수록 생보업계는 채권 투자에 주력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운용자산이익률이 3%대를 기록하기 시작한 2016년 이래 생보업계가 투자한 채권은 50조 원 가까이 늘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운용자산 비중이 가장 큰 채권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중장기 사이클상 금리가 상승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하더라고 그 과정에서의 급등락에 따라 변동성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며 "유가증권 중에서도 수익성이 낮지만, 국채를 많이 담을 수밖에 없다.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갭을 줄이는 게 가장 큰 과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치솟은 금리는 생보사의 RBC비율에 부메랑이 됐다.

    지난해 말 262.61%였던 생보업계 평균 RBC비율은 연초 이후 급격히 떨어졌다. 업계에선 이달 들어 10여 개 생보사가 금융당국의 권고치 미만으로 하락했다는 추정까지 나온다.

    보험업법상 RBC비율 규제는 100% 이상이지만,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통상 장기 국고채 금리가 10bp(1bp=0.01%포인트) 오르면 RBC 비율은 1~5%P가량 하락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형사의 경우 200%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150%에 근접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금리 추세만 봐도 1분기에 30%P 이상 하락한 곳이 다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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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sjeong@yna.co.kr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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