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카오스, 생보사 위험하다-④] '美 푸르덴셜처럼'…초장기 국채선물 시급
<<※편집자 주 = 금리는 생명보험사의 지속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그런 생명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커졌습니다. 치솟는 금리가 호재가 되리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RBC비율은 떨어지고 선제로 확충한 자본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형국이 됐습니다. 안정성을 위해 운용자산 대다수가 채권에 묶였지만, 수익성은 금융권 내 최하위입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1천조 원에 달하는 생보업계 자산운용 현실과 필요한 제언을 6꼭지로 담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정원 기자 = "푸르덴셜처럼만 할 수 있다면 금리리스크를 지금의 절반 가까이는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미국 최대보험사 푸르덴셜 파이낸셜(Prudential Financial·Inc. PRU)은 글로벌 보험사 중 적극적으로 파생상품을 이용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규모가 1조7천420억 달러에 달하는 푸르덴셜은 국내외 익스포저 관리에 파생상품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의 파생거래 비중은 전체 자산의 절반 가까이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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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헤지 거래에 있어 스와프, 선물, 옵션 등 다양한 파생거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글로벌 시장의 제도적 장치 덕이다.
◇보험사 파생거래 고작 1%대 불과…보험업법 또 발목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보험사의 파생상품(장내·장외) 거래 규모는 80조6천49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증권(5천377조9천850억 원)과 은행(4천105조4천546억 원)의 거래 규모와 비교하면 1%대 불과한 수치다.
이는 보험사의 자산운용 방법과 비율을 규제한 현행법 탓이다.
보험업법 제106조는 보험사가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위탁증거금 합계액이 일반계정과 특별계정 모두 총자산의 6%(장외파생은 3% 미만)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파생상품시장이 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산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생보사의 위험 관리를 위해 마련된 장치였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법상 불합리함을 제고하고자 보험업 감독규정을 개정했다.
변액보험의 보증준비금에 대한 헤지 파생거래에 대해서만 일부 예외를 인정하던 것을 규정 개정을 통해 금리, 주가, 환율 등 금융시장 변화로 인한 최선추정부채, 위험조정변동위험을 회피할 목적의 파생금융 거래까지 확대했다.
실제로 RBC 제도가 개선된 2020년 10월, 채권선도 거래금액은 11조 원에 육박하며 1년 새 10배 이상 늘었다. 채권선도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미래에 채권을 매수할 것이라고 약정하는 장외파생 상품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채권선도를 통해 적은 비용을 들여 장기채를 매수하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런 제도 완화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생보사 한 임원은 "푸르덴셜은 물론 메트라이프 등 글로벌 선진 보험사 다수가 금리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파생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듀레이션 관리를 위해 아무리 장기채를 사들인다 해도 현물투자에는 한계가 있다. 회계적 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지는 만큼 업권법도 이에 따라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 30년 국채선물 상장 언제쯤…기재부 "시장 수요 인지, 준비 중"
정부는 초장기 국채시장을 완성하고자 지난 2012년부터 30년물 국고채 발행을 시작했다. 경제 규모의 확대와 맞물려 고령화, 금융부문 고도화 등의 사회적 변화에 맞춰 금융상품에 대한 벤치마크 금리를 시장에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을 뒀다.
이 과정에는 줄곧 장기물 투자에 대한 의지를 밝혀온 연기금과 보험사 같은 큰손 투자자들의 니즈가 있었다. 연금식 상품이 확대되며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초장기채 발행이나 스트립 채권 발행 물량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줄곧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장기채 공급은 보험사의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며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다. 국고채 30년물 발행 비중이 매년 늘긴 했지만, 수요를 만족시킬만한 공급은 아니었다. 이는 장기 금리가 하락하는 동안 적잖은 금리 구조의 왜곡을 일으켰다. 현금흐름이 장기간에 걸쳐있는 생보사 입장에선 사실상 10년 이상의 구조적인 금리 리스크를 헤지(hedge)할 수단이 부족했던 셈이다.
생보사들은 해외 장기채를 사들여 자산 듀레이션을 늘렸다. 하지만 이 역시 늘어나는 환 프리미엄 탓에 마냥 포지션을 확대하긴 어려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업법상 파생상품 거래 한도 역시 총자산의 6%로 제한돼있어 업계로부터 꾸준히 다양한 헤지 수단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현행 RBC 제도하에서 금리위험액을 산정할 때 금리파생 상품을 반영하지 않아 실질적인 리스크를 살펴볼 수 없다는 한계도 같은 맥락에서 줄곧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선 오랜 시간 30년 이상의 장기국채 선물 상장을 요청해왔다.
K-ICS 체제에서는 모든 금리파생상품을 금리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허용한다. 현행 RBC제도는 이자율 선도거래만 가능하지만, K-ICS 제도가 도입되면 다양한 파생거래가 가능해지는 만큼 장기국채 선물을 발행해 금리리스크를 헤지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국채시장 중장기 로드맵을 준비 중인 기획재정부 역시 장기국채 선물의 상장을 검토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의 재정 확대에 걸맞은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수요에 걸맞은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최근 변동성이 극심해진 금리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는데 30년 초장기 선물 도입이 효과를 낼 것으로 기재부는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시장 수요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관련 사안을 준비 중"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상장 일정이 구체화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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