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카오스, 생보사 위험하다-⑤] "숙원사업 담았다"…보험업법 개정 반기는 업계
<<※편집자 주 = 금리는 생명보험사의 지속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그런 생명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커졌습니다. 치솟는 금리가 호재가 되리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RBC비율은 떨어지고 선제적으로 확충한 자본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형국이 됐습니다. 안정성을 위해 운용자산 대다수가 채권에 묶였지만, 수익성은 금융권 내 최하위입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1천조 원에 달하는 생보업계 자산운용 현실과 필요한 제언을 6꼭지로 담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정원 기자 = "같은 30년물인데 80bp나 차이가 납니다. 사실상 장기채 시장의 기능이 마비됐다는 뜻이죠. 헤지를 위한 파생상품 공급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입니다. 신속히 대응하고 싶어도 시장이 요동치면 속절없습니다"
한 생명보험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보험사가 직면한 시장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국고채 30년물을 헤지하고자 금리스와프(IRS) 30년물을 찾아야 하는 보험사들은 이렇게 매번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27일 연합인포맥스 채권종합(화면번호 4103)·IRS 종합(화면번호 2401)에 따르면 전일 30년 국고채 금리는 3.13%에 거래됐다. IRS 30년물은 2.32%, 이들의 금리 차는 80bp에 달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들은 내년부터 적용될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해 파생상품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변화 반영해야"…업계, 보험업법 개정에 "올바른 접근" 환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금리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대다수 보험사는 선물 시장을 이용해 위기를 넘겼다. 파생상품을 활용하지 않으면 시장에 대한 헤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지난 2020년 8월 1.2% 수준까지 낮아졌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이후 오름세로 전환하더니 1년 8개월 만에 3.2%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급등했다. 생보사가 느끼는 금리리스크는 상상 그 이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는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현행 RBC 제도의 경우 부채는 원가로 평가하고 보험계약 현금흐름은 최대 50년까지만 측정하는 반면, K-ICS 하에서는 부채를 시가 평가하고 보험계약 현금흐름 또한 잔존만기까지 전 기간을 측정하는 것으로 바뀐다.
K-ICS 제도하에서 금리 리스크를 측정할 경우 현행 제도보다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 지점 때문이다.
부채의 시가평가에 따른 금리위험을 헤지하기 위해서는 초장기물을 편입하거나 파생상품을 활용해야 하는데, 장기국채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장기 국채선물이 도입되지 않은 데다 자산·부채 관리(ALM)를 위한 파생상품 헤지 역시 보험업법상 한도 규제로 활용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렇다 보니 보험업계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보험사가 일반ㆍ특별계정에 속하는 자산을 운용할 때 준수해야 하는 파생상품 거래 위탁증거금 합계액 비율 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파생상품 거래를 할 경우 위탁증거금의 합계액이 일반·특별계정 총자산 100분의 6을 초과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관련 한도 규제를 폐지해 보험사의 위험회피를 위한 파생상품 거래를 지원하고, 자산운용 상의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인 셈이다.
*그림1*
태생적으로 부채 듀레이션이 긴 보험사들은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기 위해 초장기 국채 매입과 본드포워드(국채선도) 등을 활용하는 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국내에는 활용할 수 있는 초장기물이 많지 않은 데다, 해외 초장기물의 경우 환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국내 중형 생보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시장의 경우 국채는 물론 30년물 이상의 회사채도 많아 보험사들엔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보통 5년 단위로 롤오버를 하면서 환 리스크를 관리하다 보니 비용 등의 측면에서 오히려 부담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국내에서 30년물 국채선물 도입 논의와 함께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점은 향후 보험사들의 금리위험 관리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강조했다.
◇ "개정 보험업법·장기 국채선물 실효성 충분…새 상품 등장 기대감"
특히, 업계에서는 과거 규제가 나왔던 시점과 달라진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보험업계가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보험사들의 금리위험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 2020년 8월 도입됐던 채권선도 또한 초기 8천억원 수준에서 1년 만에 10조6천억원으로으로 거래 규모가 10배 이상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채권선도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미래에 채권을 매수하겠다고 약정하는 장외파생금융상품으로, 낮은 비용으로 장기채를 매입하는 효과가 있다. 그간 초장기채 현물을 사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가뭄 속 단비'였던 셈이다.
특히, 과거의 상황에 맞춰 보험사들의 파생상품 활용 한도를 규제하는 것도 후진적인 접근이라는 평가가 늘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 한도 규제 자체가 과거 파생 자체를 위험하게 봤던 인식이 그대로 반영됐던 것으로, 오히려 최근에는 각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파생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연금이나 보험상품의 특성상 금리위험을 헤지하기 위해서는 파생상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채권선도 또한 이러한 이유로 허용됐고 현재 대다수의 보험사가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30년 국채선물이 상장되면 장기 이자율 옵션 등 새로운 옵션 상품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식으로 확장 과정을 거치는 것이 보험사의 현실에는 물론 채권·파생시장의 선진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30년 국채선물 상장 등이 금융시장에 안착하는 것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보험사의 CIO는 "K-ICS 도입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금리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30년 국채선물이 필수적이다"며 "금융 환경 인프라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당국이 이를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0년 국채선물의 경우 헤지 수요는 있는데 반대로 받아줄 수요가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 표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IRS로 변액보험을 헤지하는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며 "IRS 또한 받아주는 물량이 있으니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당국 또한 이를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jwon@yna.co.kr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