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대결 택한 BOJ에 시장 '깜짝'…완화 유지 부작용 우려
  • 일시 : 2022-04-29 10:47:01
  • 전면대결 택한 BOJ에 시장 '깜짝'…완화 유지 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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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엔화 약세가 일본 수입물가 상승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했다.

    나쁜 엔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이 경기 지지를 위해 오히려 채권금리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자세를 뚜렷하게 나타내 달러당 엔화 가치는 20년래 최저치로 추락(달러-엔 환율 기준 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환시세에 좌우되지 않는 게 정론이고 왕도이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흔들리지 않는 완화 스탠스가 그 자신도 경계하는 급격한 엔화 약세를 낳을 수 있다는 딜레마는 이어진다고 29일 지적했다.

    신문은 일본은행과 시장과의 공방이 격렬해지고 있다며, 구로다 총재에 승산이 있는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 국채 매입 '일상의 풍경'으로…투기세력 저지 목적

    전일 일본은행이 회의 결정문을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완화 유지는커녕 완화 강화로 반격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당초 일부에서는 일본은행이 완화의 강도를 다소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일본은행은 10년물 금리가 0.25%를 넘지 않도록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하는 '연속 지정가 매입 오퍼레이션'을 원칙적으로 매영업일 실시한다는 새로운 방침을 꺼냈다. 시장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물론 이 새로운 조치를 반드시 완화 강화라고만 볼 순 없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구로다 총재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시장의 억측을 배제한다'고 반복해서 언급한 것처럼 '오퍼레이션 운용의 기계화'로 해석하는 게 맞을 수 있다.

    시장 조작이 나올지 말지 매번 시장의 궁금증을 유발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매일 실시해 지정가 매입 오퍼레이션을 '흔한 일상의 풍경'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의도다.

    최근 시장과의 공방에서 쓴 경험을 한 것이 이 같은 행보의 배경이 됐다. 지난 3월 하순 채권시장에서 장기국채 매도 압력(금리 상승 압력)이 강해질 때 일본은행이 지정가 매입 오퍼레이션 등 금리억제책을 내놓으면 그때마다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도세가 커지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흐름을 주도한 것은 해외 세력들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일본은행이 엔저를 제한하기 위해 금리 상승을 용인할지 여부를 테스트하고자 오랜만에 엔화채 시장으로 (해외 세력들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신문은 일본은행이 어떤 식으로 대응하더라도 이익을 노릴 수 있는 거래가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우선은 채권 매도와 엔화 매도를 동시에 거는 방법이다. 만약 일본은행이 채권금리 상승을 용인하는 자세를 조금이라도 보이면, 투자자는 서둘러 채권을 추가로 매도하고 엔화를 환매수하거나 새로운 엔화 매수에 나선다.

    반대로 일본은행이 금리상승 억제 자세를 유지한다면 채권은 환매수하고 엔화를 더욱 깊게 매도한다. 실제로 시장에서 발생한 것은 후자로, 채권 단기매매와 엔화 매도 양쪽에서 모두 이익을 얻은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다 총재는 이번 연속 지정가 매입 결정과 관련해 "시장을 지나치게 변동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안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구로다 총재가 채권뿐만 아니라 엔화 시세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사사건건 일본은행을 시험하려는 시장에게서 그 기회를 빼앗아 '금리 상승 억제와 엔화 약세'라는 나선형 구도의 진행을 막는다는 의도다. 그러면 구로다 총재가 최근 마이너스 영향도 있다고 언급한 '급속한 엔화 약세'도 그다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계산이다.

    시장안정을 도모하는 조치가 엔화를 131엔대로 급격히 떨어뜨렸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단기적인 엔화 약세 압력을 감수하고서라도 장기적으로 투기세력을 막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 '자원 가격 상승 일시적' 판단 맞을까

    구로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엔화 약세에 대해 "전체적으로 플러스"라는 평가를 바꾸지 않은 한편으로 "과도하게 급격한 변동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지난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엔화 약세 영향이 업종이나 기업 규모, 경제 주체에 따라 불균일하다는 점에 충분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신문은 일본은행이 미일 금리차 확대와 자원 가격 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 즉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엔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여러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은 사실 엔화 약세를 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28일 닛케이 지수가 오후에 상승폭을 확대한 것을 보면 엔화 약세는 수출 대기업에 아직 플러스 요인이다.

    한편 구로다 총재는 수입물가 상승에 의한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저금리 유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일본은행 관계자는 "물가 상승의 주요인은 어디까지나 달러로 표시된 원자재 가격의 상승 때문"이라며 "엔화 약세는 제한적인 영향밖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이 논리로 시장을 정면 돌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초점은 저금리 유지 효과와 엔화 약세 부작용 중 어느 쪽이 더 클지 여부다. 예를 들어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대출금리 상승이라는 비용 상승과 엔화 약세로 인한 주택 수입자재 가격 상승 중 어느 쪽이 더 영향이 크냐는 것이다.

    신문은 엔화 약세 효과가 일부 수출기업이나 부유층에 국한된다면 엔화 약세 영향이 저금리 효과를 적어도 일부 상쇄하게 되며, 완화 효과에도 물음표가 붙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완화 유지를 일관하는 구로다 총재가 언제까지 승산이 있을지 주목된다며 자원 가격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일본은행의 전망대로라면 역풍은 점차 누그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후반에도 자원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 일본은행 완화 정책을 둘러싼 여러 모순에 의해 구로다 총재가 그토록 싫어하는 '엔화의 급격한 하락'이 나타날 위험은 남는다고 우려했다.

    신문은 연속 지정가 매입 오퍼레이션으로 투기세력을 막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시장과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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