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커진 한국물 시장, 발행사 조달 역량으로 '차별화'
'매크로 이슈' 흥행 좌우, 비용 상승 이중고…타이밍 모색, 이종통화 등으로 대응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 내 변동성이 고조되자 조달에 나선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사들의 개별 역량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7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매크로 이벤트에 따라 북빌딩(수요예측) 성패가 좌우되는 데다 금리 인상발 비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한국물 발행사는 저마다의 조달 노하우를 쏟아내며 투자자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분위기를 살펴 적절한 조달 타이밍을 포착하는 곳이 등장하는 한편 이종통화 시장 등으로 우회로를 모색하는 곳도 늘고 있다.
◇변동성 커진 조달 시장, 딜 성패 가르는 '타이밍'
저금리발 유동성 강세로 호황기를 이어갔던 한국물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각국이 금리 인상기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매크로 리스크가 급부상하면서다. 발행사 우위에서 투자자 우위로의 전환과 함께 한국물 발행사들은 최근 수년 중 그 어느 때보다 투자 수요 확보에 애를 쓰고 있다.
당장 조달 직격탄을 맞은 곳은 A급 이하 발행사다.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 등을 바탕으로 비교적 꾸준히 발행세를 이어가는 AA급 국책은행, 공기업 발행사와는 달리, A급 이하 크레디트물은 시장 변동성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Baa2)은 올 4월 달러채 북빌딩에 나섰으나 발행을 철회해야 했다. 북빌딩 당일 미국의 75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두드러진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KB국민카드(A2)와 부산은행(A2) 역시 발행을 연기했다.
AA급 발행사라고 수월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매크로 이벤트 등에 따라 하루 단위로 조달 환경이 뒤바뀌는 탓에 북빌딩 시기를 전후로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의 매크로 리스크는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한 탓에 꾸준히 시장을 살피는 것 외엔 별도의 대응이 쉽지 않다.
타이밍이 조달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다 보니 이를 활용한 조달 전략도 두드러지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25일 기습적으로 유로본드(RegS) 북빌딩에 나섰다. 맨데이트(mandate) 공표 등의 절차 없이 발행에 나선 것으로, 해당 조달은 준비 작업부터 투자자 모집까지의 과정이 채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한 내에 성사됐다. KDB산업은행의 시장 포착력과 결단력이 돋보인 딜로, 최대 10억 달러 이상의 주문을 모아 무사히 3억 달러 발행을 마쳤다.
KB국민카드의 발행 타이밍도 돋보였다. KB국민카드는 4월 시장 변동성 고조 등으로 북빌딩 시기를 한 차례 미룬 후 지난달 31일 유로본드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한 달여 사이 뒤바뀐 시장 분위기가 인기를 북돋웠다. 미국 빅 스텝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고조됐던 4월과 달리 북빌딩 당시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매파 스탠스가 완화될 거란 기대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고점에 다다랐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었다.
달라진 투자 심리에 힘입어 KB국민카드는 북빌딩 개시 후 반나절이 되기도 전 20억 달러 이상의 주문을 확보했다. 이후 30억 달러가량의 수요를 바탕으로 4억 달러 발행을 성사시켰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요즘 글로벌 채권시장은 하루 차이로 분위기가 급변하는 등 변동성이 장악하고 있다"며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인 탓에 발행 성패를 가늠하기 쉽지 않아 시장 대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달러채 NIP 피해 이종통화 겨냥도
이종통화 시장 역시 변동성을 상쇄할 우회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이종통화 시장의 경우 달러채 대비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이 비교적 적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4일(납입일 기준) 15억 유로어치 글로벌본드를 찍었다. 유로화 채권의 경우 보수적인 투자 성향 탓에 진입장벽이 상당한 곳으로 꼽히지만, 한국수출입은행에 대한 호응은 뜨거웠다. 국내 발행사로는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어서는 물량이었지만, 기관들의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무난히 발행에 성공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경우 유로화 채권의 NIP이 달러채 대비 비교적 낮게 형성돼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최근 금리 인상과 변동성 고조 등으로 달러채 시장에서는 15~20bp가량의 NIP을 감수해야 하지만 유로화 채권은 5bp 수준에 불과했다. 금리 상승기로의 전환과 함께 조달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유로화 채권 시장에서 이를 완화할 대안을 찾은 것이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스위스 시장을 겨냥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19일 북빌딩에 나서 2억 스위스프랑어치 채권을 찍었다. 최근 달러채 금리 상승세 대비 스위스 시장의 변화 폭이 더디다는 점을 주목한 결과다.
현대캐피탈이 스위스프랑 채권 발행에 나선 건 약 2년여 만이었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달러화와 스위스프랑 이외에도 사무라이본드(엔화 표시 채권), 캥거루본드(호주 달러 채권), 딤섬본드(역외 위안화 채권) 등의 시장을 두루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이종통화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특히 현대캐피탈은 스위스 투자자의 선호도에 발맞춰 그린본드(green bond)로 관심을 높였다. 더 강력한 친환경 기준을 충족한 다크그린(dark green) 발행사로서의 강점을 발휘해 채권 몸값을 높였단 평가다. 스위스 채권시장의 경우 그린본드가 조달 기본형으로 자리 잡았을 만큼 ESG 채권 여부가 중요하다.
한 발행사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너무 커지다 보니 하루하루 조달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며 "각종 시장을 지속해서 살피며 비교적 안정적인 틈을 포착해 추진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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