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결단] 11년만에 금리인상 나선 ECB, 원활한 긴축 가능할까
(서울=연합인포맥스) 강보인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7월께 11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예정인 가운데, ECB가 원활한 금리 인상 행보를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ECB의 긴축 예고에 재정 불안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남유럽 일부 국가의 채권 매도세가 일어난데다 유로화 가치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과거 금리 인상 국면 때마다 위기가 발생해 ECB가 다시금 금리를 인하한 역사가 있다 보니, 시장은 일제히 ECB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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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플레 역풍에 11년 만에 금리 인상 카드 꺼내
22일 금융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ECB는 지난 9일(현지시간)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레피(Refi) 금리를 0%, 예금금리를 -0.5%로 동결한 뒤 오는 7월에 금리를 25bp 인상하고 9월에도 추가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히 확대되고 심화했다"며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유지되거나 악화할 경우 9월에 더 큰 폭의 금리 인상도 감수할 예정이라고도 말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ECB가 내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선을 그었던 라가르드 총재가 매파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작년 11월 ECB는 "인플레이션은 공급 측면의 문제와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으로 보이며, 아마도 가까운 시일 내에 그 회복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러한 입장은 올해 6월 회의에서 바뀌었다. ECB는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쟁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치솟아 상당히 올랐다"면서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실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확정치는 전년 대비 8.1% 상승했다. 5월 CPI 확정치는 유럽연합(EU)이 출범한 1994년 이후 최고치이자, 유로존 통계가 시작된 1997년 이후 역대 최고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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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인상 '예고'만 했을 뿐인데…남유럽 채권 시장 후폭풍
하지만 ECB의 매파 행보는 쉽지 않은 길로 보인다. ECB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자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유로존 내 일부 국가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거센 후폭풍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이탈리아와 독일 간의 국채 금리 스프레드는 2020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날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4% 선을 돌파해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고,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1.6~1.7%대에서 거래돼 두 국채의 금리차는 2.5%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탈리아는 유로존 국가 중 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편에 속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채무 부담이 커진다. 이와 같은 우려에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의 금리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 전문가들 "ECB, 일단 금리 인상 시동은 걸 것"
채권 금리가 급등하자 ECB는 15일 임시회의를 개최하고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ECB는 이날 발표한 임시회의 성명에서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 포트폴리오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상환액의 재투자에 있어 유연성을 적용하기로 했다"면서 "관련 유로시스템 위원회에 새로운 분열 방지 도구(Anti-Fragmentation Tool)의 설계 완료를 가속하도록 지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PEPP의 만기 도래 채권에 대한 재투자 유연성을 강화하고, 유로존 내 지역 간 분열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 도구를 마련한다는 내용이었다.
ECB가 채권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금리 인상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정에도 없던 긴급회의를 연 것은 채권시장 혼란을 잠재워 긴축 계획을 예정대로 밀고 나가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분열 방지 도구의 신속한 적용으로 ECB가 비교적 빠르게 최종 금리 목표치인 2%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해당 장치의 시행이 유로존 내 더 빠른 속도의 긴축 사이클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ECB가 오는 7월께 기준금리를 25bp, 9월과 10월, 12월에는 각각 50bp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https://newsimage.einfomax.co.kr/AKR20220621117400016_07_i.jpg)
◇ ECB 공격적 긴축 여부는 '미지수'
다만 시작부터 잡음을 내고 있는 ECB가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연준이나 타 주요국의 중앙은행만큼 공격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과 달리 ECB는 유럽 각국의 경기와 물가를 고려해 통화 정책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스페인 등 유로존 내 일부 국가의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아직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의 올해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 또한 1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의 127%를 큰 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ECB가 과거 금리 인상 국면 당시 금리 인상과 인하를 번복하는 모습을 보여준 점도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은행의 직전 금리 인상은 2011년 7월에 이뤄졌다. 당시 또한 현재 상황과 마찬가지로 물가 상승 우려가 고조되고 있었지만, 연말께 유럽 내 채무 위기가 심화하면서 ECB는 같은 해 11월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ECB는 지난 2008년 7월에도 금리를 올렸다가 미국 금융위기로 같은 해 10월 다시 금리를 내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ECB가 금리 인상과 관련해 '실패의 역사'를 거듭해 왔으며, 주택시장 불안과 남유럽 국가 우려로 인해 '이번에는 예외'라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분열 방지 도구와 관련한 세부 정보가 좀 더 나와야 판단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코메르츠방크의 크리스토프 리거 금리 전략가는 "분열 방지 도구를 새롭게 도입하려는 것을 보면, ECB 스스로도 PEPP 재투자 대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ECB가 내놓은 방안들의 규모와 방식에 대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사람들이 바라는 것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시장의 우려를 달래기에 충분할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TD증권의 이코노미스트들도 "ECB 임시회의 성명서에서 통화 정책 정상화가 유로존 전 지역에 걸쳐 고르게 작동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제외하면, 새로운 것은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ECB가 7월에 25bp, 9월에 50bp 금리를 인상하고, 2023년 3월까지 추가로 금리 인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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