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결단] '요지부동' 일본은행, 언제까지 버틸까
"호주, 美 따라 금리인상 가속 전망"
![[출처: 연합인포맥스]](https://newsimage.einfomax.co.kr/AKR20220621084900016_04_i.jpg)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한국 시장참가자들이 주시하는 주요 아시아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과 호주중앙은행(RBA)은 통화정책에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은 엔화 가치 급락에도 초완화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반면 호주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사이클을 개시했다.
일본은행은 단기적으로 완화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다른 국가와의 금리차가 이대로 지속되거나 더욱 확대되면 엔저 심화와 이에 따른 물가 상승에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느끼는 부담감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정책 변경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호주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긴축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50bp 깜짝 인상을 단행한 중앙은행은 내달에도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긴축 속도는 연준의 행보에 달렸다는 분석이 많다.
◇ '영원한 비둘기파' 일본은행 완화 유지
22일 금융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글로벌 중앙은행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정책 차별화에 따른 엔화 약세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은행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행은 17일 금융정책 결정 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135엔대로 급락하고 금융정책 결정 회의 즈음 7~9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국채 금리를 웃도는 왜곡 현상이 나타나자 일부에서는 일본은행이 정책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익률곡선 제어 정책을 폐지하거나 금리 제어 목표 대상을 10년물보다 단기화하는 등의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었다.
일본은행 결정 직전에 스위스중앙은행이 15년만에 금리를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점도 정책 변화 기대감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결과는 '현상 유지'였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cost push inflation)이 경기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며, 금융완화를 수정하면 "경제 성장에 큰 마이너스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목표하고 있는 물가 상승과 다르다"며 "지금의 물가 상승은 오히려 경기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금융 긴축이 발생해 경기를 더 압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로다 총재는 수익률곡선 제어 정책(YCC)와 관련해 "다양한 오퍼레이션을 궁리해 확고히 수익률곡선을 형성할 수 있다"며 "수익률곡선 제어 정책은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명언했다. 해외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져도 국채 매입 규모 확대나 지정가 국채 매입을 통해 수익률곡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CNBC에 따르면 다이와리서치의 구고 쇼타로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안내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일본은행이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 일부에선 정책 조정 기대감 여전
일본은행이 정책 변경에 나서지 않은 것은 조만간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일단락돼 일본 국채금리 상승이나 엔저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이 당분간 대폭의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전 일본은행 정책 심의위원이었던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주택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고 주식시장도 동요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 가속 관측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해외발 금리 상승 압력은 완화된다"고 말했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은 정책을 조정하지 않고도 엔저 비판이나 채권 매도 압력에서 탈출하게 되는 셈"이라며 "지금 정책을 조정해버리면 시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도 정책 동결의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익률곡선 제어 정책의 제도적인 한계가 인식되는 가운데, 미국 금리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 일본은행이 장기 금리 상승을 다소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장기 금리(10년물 금리)를 0.25%로 항상 억제한다는 엄격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기 때문에 투기세력의 타깃이 된다"며 장기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목표는 유지하되 유연한 운용에 나서야 투기세력의 공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은행이 정책 조정에 나선다면 우선 매영업일 실시되는 지정가 매입 오퍼레이션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는 "일본은행 정책은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은 계속 정책 변경 가능성을 반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국가와의 금리차 확대로 엔화 매도 베팅은 당분간 강할 것으로 전망됐다.
ING는 "단기적으로는 정책 조정이 실현 가능하지 않지만, 올해 후반에는 그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BNP파리바증권은 "금리차 확대로 (달러당 엔화 가치가) 140엔대로 하락하면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3%를 넘을 수 있다"며 "연내 정책 수정은 메인 시나리오가 아니지만, 여론에 떠밀려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내년 일본은행 총재 교체 시 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3년 3월 취임하고 2018년 4월 연임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내년 4월 8일 임기가 끝난다.
◇ 인플레 파이터로 변신한 RBA…"하반기 인상 지속"
호주중앙은행은 하반기에도 긴축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만 해도 시장은 올해 6월께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4월말 발표된 1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이 일었다.
1분기 CPI 상승률은 5.1%로 2001년 3월(4.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5월 초에 기준금리를 0.10%에서 0.35%로 25bp 인상했다. 2010년 11월 이후 약 11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전격 인상됐다.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기 때문에 6월 인상도 거의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다만 시장 참가자들은 6월 금리 인상폭도 5월과 같은 25bp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좀 더 공격적인 전망을 내놓은 전문가들은 40bp 인상을 점쳤다.
하지만 호주중앙은행은 6월 기준금리를 0.35%에서 0.85%로 50bp 올렸다. 인상 폭은 2000년 2월 50bp 인상을 단행한 이후 가장 컸다.
필립 로우 총재는 6월 성명에서 "호주의 인플레이션이 현저히 확대됐다"며 "(물가가) 다른 선진국보다는 낮지만, 종전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높다. 향후 몇 달간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호주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로우 총재는 이후 한 TV 프로그램에서 물가 상승률이 올해 말 7%로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인) 2.5%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7월에도 50bp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점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식품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내부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최근 호주 공정근로위원회는 2023년 회계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 기간의 법정 최저임금을 5.2% 올리기로 했다. 이는 2006년 이후 최대 인상률로 호주의 최저임금은 다음 달 1일부터 현행 시간당 20.33호주달러에서 21.38호주달러로 인상된다.
AMP캐피털의 섀인 올리버 이코노미스트는 "(5월) 일자리 수는 6만600개 늘어났는데 증가분의 대부분이 전일제 일자리였다 "며 "고용시장 활황을 보이고 있고,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7월에도 50bp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우존스는 호주 자금시장이 내년 4월 호주 기준금리가 4%까지 오를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호주가 글로벌 금리 인상 행진에 휩쓸릴 것이라며,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75bp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호주도 7~8월에 50bp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보다 인상 폭이 작아 보이지만 호주중앙은행의 회의 개최 횟수가 연준보다 많아 긴축 속도는 비슷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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