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 위기] 두드러지는 원화 약세…도대체 왜
(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미국의 고강도 통화긴축에 대한 우려가 달러 강세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최근 달러 인덱스 및 여타 통화에 비해 두드러진 원화 약세에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와 외환 당국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23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 및 달러 인덱스(6400) 등에 따르면 6월 들어 달러 인덱스는 미국 물가지표 충격과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우려에 급등세를 나타내며 105.8선 가까이 고점을 높였다.
이후 연준의 75bp 금리 인상 이후 달러 인덱스는 하락세를 나타내며 간밤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경기 침체 발언에도 104.1선으로 내려섰다.
달러-원 환율도 6월 들어 급등세를 나타내며 1,230원대에서 1,290원대로 레벨을 높였으나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도 환율 레벨이 하락하지 않고 재차 오름세를 이어가며 1,300원 빅피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월초 대비 달러 인덱스가 2%대 중반의 상승률을 나타낸 반면, 달러-원 환율은 5%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달러화 대비 주요 통화등락률을 비교해도 이달 원화는 엔화보다 약세를 보인 모습이다.
통화별 등락률 비교(2116)에 따르면 6월 들어 원화는 달러 대비 4.63% 절하됐다. 엔화가 4.51% 절하된 것보다 원화 약세폭이 더 큰 셈이다. 호주달러는 3.43%, 뉴질랜드달러가 2.93%, 대만달러가 1.83% 절하로 그 뒤를 이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달러-원 환율의 주요 상승 재료가 됐을지는 몰라도 FOMC 이후 환율 흐름은 분명 달러화 움직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여타 통화 대비 원화만 유독 약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서울 환시 참가자들은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한국의 수출 전망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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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의 공포'가 촉발한 수출 부진 우려에 외인 투자심리 악화
최근 달러-원 환율 상승의 주요 동력은 이달 내내 지속된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확대를 꼽을 수 있다.
미 연준이 경기 침체에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고강도 긴축 정책을 지속할 방침을 밝히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급격하게 경기 침체 우려를 가격에 반영했다.
한국 경제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만큼 경기 침체가 주요 기업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주력산업이 반도체 산업은 다양한 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 산업인 만큼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외국인 투자심리를 훼손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방 수요 부진에 올해 세계 D램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코스피 지수도 6월 들어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며 13% 가까이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14.5% 폭락했다.
한국처럼 반도체가 주력산업인 대만의 경우도 상당한 통화가치 하락세를 경험한 가운데 가권지수도 기술주 중심의 약세를 보이며 연저점 기록을 연일 경신하는 모습이다. TSMC도 11.7%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A은행의 외환 딜러는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이탈은 결국 경기 침체에 따른 국내 수출경기 부진 전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금까지 한국의 수출이 선방하는 모습이었는데 경기 침체 전망이 강화되면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급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중국 주식이 망가질 동안 한국 주식이 선방한 점도 뒤늦게 이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며 "한국 증시의 유동성이 좋은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설상가상, 확대되는 무역적자…매수 우위의 수급 변화
이렇듯 주력 수출 품목이 경기 침체 우려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진 반면, 끝나지 않는 전쟁과 치솟는 물가 등은 수입물가에 영향을 미치며 무역수지가 만성적인 적자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도 커진 모습이다.
무역수지 적자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인 만큼 환시에서 달러 매수 수요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환율에 구조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관세청은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무역수지가 76억5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155억 달러 수준에 달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올해 무역수지가 147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4년 만에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미 이를 넘어선 셈이다.
환헤지를 하지 않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해외투자 수요가 꾸준한 점도 환율 상승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B은행의 외환 딜러는 "최근에는 장중 비드가 항상 우위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외국인은 주식을 팔고 나가고, 무역수지는 적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연기금도 달러 매수에 나서며 환율 상승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당분간은 환시에서 매수 우위의 장세가 이어지면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달러화 흐름이 돌아서거나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야 하는데 최근에는 중국에 대해서도 무역적자를 기록하며 상황이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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