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 베테랑 딜러 조언 "연금 환헤지·한은 빅스텝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00원대에 진입했다.
2009년 이후 약 13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위기 시절의 환율에 진입한 만큼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 가속 가능성 등 긴장감이 고조되는 중이다.
외환시장의 베테랑 딜러들은 23일 달러-원 상승 국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실시 등 최대 수급 주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행이 7월 등 향후 통화정책회의에서 빅스텝(50bp) 금리 인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미 통화스와프의 추진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오기 시작했다.
◇연금 변화 외엔 수급 해소 길 없어…"환헤지 신호만 줘도 효과"
달러-원이 1,300원도 넘어설 정도로 급등한 가장 큰 배경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에 따른 달러 강세와 향후 경기 침체 우려다.
여기에 국내 무역수지 적자 행진과 국민연금을 비롯한 내국인의 지속적인 해외투자로 외환시장 수급이 매수 우위로 기울어진 점이 어우러지면서 달러-원이 장기간 상승세다.
연준의 긴축이나 무역수지 등의 거시 여건은 일종의 '천수답'이다. 연준이나 세계 경제의 여건이 변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그런 만큼 달러 매수 우위 수급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 패턴의 변화 외에는 방도가 없다고 진단했다.
A은행의 관계자는 "과거 1,300원대는 외부적인 충격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과 공포를 토대로 올랐지만, 지금은 수급적인 이슈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올라온 것이다"라면서 "여기까지 올랐음에도 같은 이슈가 해소될 기미는 안 보이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연금이 환헤지를 하고 해외투자를 하는 방법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보이는데, 현 규모 투자를 지속해서 헤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B은행의 트레이딩 헤드도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연금은 장기 투자자고 달러-원의 10년 평균이 1,300원일 리는 없는 만큼 헤지의 비율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에 이를 강제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5%인 환헤지 가능 비율을 늘려주고 환헤지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거나 일정 규모만 헤지를 단행해도 심리에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통화정책도 환율에 집중 필요…빅스텝 나서야
통화당국도 환율 문제에 더욱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창용 총재 등 한은은 과거 한·미 금리 역전 시에도 자본유출은 없었다는 점 등을 강조하는 중이다. 일정 수준의 금리 역전은 불가피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차원이지만, 이런 인식은 안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은행 헤드는 "단적으로 앞선 한·미 금리 역전 시기는 우리나라의 대규모 경상흑자가 이어지던 시점이고,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면서 "올해 경상흑자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경상흑자의 절반 이상 규모를 국민연금이 매수하는 등 수급 여건이 과거와 다른 만큼 100bp 금리차가 벌어져도 자본유출이 없을 것이란 판단은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은 환율이라고 보며, 악순환 고리에 들어가 환차손 우려로 자본이 이탈하는 쏠림이 시작되면 통제하기 어렵다"면서 "1,300원이 뚫리면 1,500원, 1,600원으로 갈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은 명확하다"면서 "더 호키시한 통화정책 스탠스를 보여주는 곳으로 돈이 가고 있으며, 이는 엔화만 봐도 명확한 만큼 한은도 스탠스를 더 강경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가 향후 경기 우려를 강조하는 등 다소 도비시한 발언을 종종 내놓는 점도 최근 달러-원 상승의 한 원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9월 이후 물가가 꺾이고, ECB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달러 강세도 진정될 수 있다"면서 "그런 만큼 7~8월은 한은이 빅스텝 금리 인상을 통해서 최대한 버텨줘야 할 필요가 있으며,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제스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등의 부담이 있지만, 이미 국고채 시장에서는 3년 금리가 3.8%까지 올라 이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금리는 오르면 채권 수요도 몰리게 되어 있고, 물가 피크만 넘기면 오르라고 해도 오르지 않는 만큼 지금은 환율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미 통화스와프도 안전판 차원에서 필요성이 커지는 중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가장 좋은 방법은 한·미간 통화스와프라고 본다"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연말에 다시 신흥국 부채 위기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당장은 실현이 어렵겠지만, 쏠림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극복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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