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의 엔저] 시장, BOJ 변화·당국 개입 여부에 촉각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일본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24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은 일본은행(BOJ)의 정책 수정 가능성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쏠려있다.
일본은행은 6월 금융정책 결정 회의에서 초완화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내외 금리차 확대로 엔저가 심화할 경우 일본은행도 완화 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예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환시 개입의 경우 미국의 동의를 얻기 어려워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단독 개입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엔화 추가 급락시 BOJ 바뀔 것"…외국인 日 채권 대거 매도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1일 내달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 금리가 오르면 중소기업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이 영향을 받고, 나아가 경기가 큰 타격을 받는다며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통화정책은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결정돼야 한다"며 "지금은 (금융정책을) 바꿀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17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금융정책 결정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융완화 수정은) 경제 성장에 큰 마이너스가 된다"며 현행 정책을 끈질기게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재강조했다.
최근 일본 내 물가 상승은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혼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 일부에서는 일본은행이 대규모 완화 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이미 정책 변화를 시야에 두고 일본 현·선물 국채를 대거 매도하고 있다.
바클레이즈증권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매우 단기간에 달러-엔 환율이 140엔을 돌파하면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 제어 정책(YCC)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밖에 국채시장 기능 저하, 현행 금융정책을 반대하는 여론 확대 등 정치적 요인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이와증권도 "달러당 엔화 가치가 1개월새 10엔 이상 급락하면 일본은행이 정책 수정을 요구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달 엔화 가치는 22일 기준 8엔 하락했다.
이어 다이와는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비중이 극단적으로 높아질 경우에도 원활한 시장 기능을 위해 일본은행이 정책 수정을 강요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달 중순 해외 투자자의 일본 중장기채 매도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무성의 대외 및 대내 증권매매계약 자료에 따르면 6월 12~18일 대내 중장기채 투자는 4조8천46억엔(약 46조1천300억 원) 순매도로 집계됐다. 이는 2005년 1월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최대 순매도 규모다.
![[출처: 일본 재무성]](https://newsimage.einfomax.co.kr/AKR20220623166300016_02_i.jpg)
◇ 미국은 강달러 선호…일본, 단독 개입 나설까
엔저를 막을만한 또 다른 방안으로는 당국의 환시 개입이 있다. 올해 들어 일본 외환당국 관계자들이 '급격한 엔저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러 차례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 4월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이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앞두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각국과 의사소통을 해나가겠다고 밝혔고, 이때부터 시장에서는 미국과의 공조 개입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고물가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줄 만큼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수입물가 상승 억제 효과가 있는 달러 강세(엔화 약세)를 약화해야 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일본 환율 정책을 주도해온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재무성 재무관은 아시아 금융위기와 같은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금은 개입할 시점이 아니며, 개입한다고 해도 미국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은 이달 발표한 환율 보고서에서 일본과 중국, 한국 등 12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시켰다. 미국 재무부는 "개입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 한해 적절한 사전 협의를 근거로 실시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일본이 환시에 개입한 때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엔화가 강세를 나타냈던 지난 2011년 10월이다. 하지만 당시는 엔화를 매도하는 개입이었기 때문에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현재는 당국이 엔화 매수·달러 매도에 나서야 해 외환보유액을 헐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지난 5월말 기준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약 1조3천296억 달러로 상당한 규모지만, 개입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부각되면 오히려 투기세력의 엔화 매도·달러 매수가 거세질 수도 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https://newsimage.einfomax.co.kr/AKR20220623166300016_03_i.jpg)
다만 일부에서는 엔화 급락세가 이대로 지속되면 일본이 단독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011년 재무성 재무관을 역임했던 나카오 다케히코 전 아시아개발은행 총재는 23일 한 인터뷰에서 "현재의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에 좋지 못하다"며 "환시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자와 얘기하지 않았으며 개인적인 견해라면서도 이같이 예상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우에노 쓰요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이해를 얻는다고 해도 공조 개입보다는 효과가 제한되는 단독 개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재무성과 일본은행, 금융청이 회의를 개최하고 공동 성명을 발표한 점도 시장 참가자들의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과거에도 3자 회동은 종종 있었으나 공동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긴밀하게 연계해 환율시장 동향과 경제, 물가 등에 대한 영향을 한층 긴장감을 가지고 주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MUFG은행은 "엔화 약세 우려를 표명한 당국의 공동 성명이 개입 위험을 높였다"며 "(BOJ의 금융완화 유지와 채권 매입은) 이 성명을 우습게 만들었지만 개입을 통해 엔화 약세를 막을 문턱이 어디쯤인지 투자자들은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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