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CIO 잇단 내부출신 선임에…외부출신은 들러리
KIC 차기 CIO도 '1+3 양상'…외면받는 투자전문가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오진우 기자 = 최근 국내 연기금들이 연이어 내부 출신 최고투자책임자(CIO) 선임한 것을 두고 운용업계에선 우려 섞인 말들이 오가고 있다. 자산운용 전문성보단 조직의 로열티에 집중한 인사가 요즘 같은 시장 상황에서 불안을 확대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차기 한국투자공사(KIC)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선임을 위한 경쟁이 4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단독 송고한 'KIC 차기 CIO '4파전'…이훈·장동헌·서정두·서원주 경합' 제하의 기사 참고)
시장에선 이를 두고 '1+3'이라고 일컫는다. 내부출신 인사 1명에 외부출신 인사 3명을 표현한 비유다.
KIC는 지난 24일 서류 전형을 통과한 후보군 4명을 대상으로 면접 전형을 진행했지만, 시장에선 일찌감치 내부 출신 인사의 선임에 무게를 뒀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KIC가 이번에는 내부 출신을 임명하겠다는 의지가 큰 것으로 안다"며 "후보군 대다수 경험이 풍부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인데 들러리만 서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KIC의 CIO 면접에 참여한 후보군 면면은 화려하다.
장동헌 전 CIO는 '장동헌 펀드'로 이름을 날렸던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한국투자신탁을 시작으로 SK투자신탁, 우리투자증권을 거쳐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 대표에 오르기까지 전통 자산은 물론 대체투자 시장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행정공제회 CIO를 6년간 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수익률과 자산성장률 덕에 경영진과 이사회의 신임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서정두 전 전무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 첫선을 보이기까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앞장선 산 증인이다. 기술력 기반의 해외의 선진 투자문화를 들여오는 데는 항상 그가 있었다. 현대투자신탁운용, 삼성투자신탁운용에서 국내 인덱스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면,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선 해외 투자와 투자공학 부문을 육성했다. 국내 최초로 해외 현지에서 설정한 펀드를 제3국에 판매했는가 하면, 코로나19 상황에서 글로벌 운용사와의 공조로 연달아 해외 실물 펀드를 설정해 업계에 회자했다.
서원주 단장은 공무원연금이 매년 10% 넘는 자산운용 수익률을 낸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매번 시장 수익률을 이겼고, 단조롭던 공무원연금 투자 자산을 벤처캐피탈과 해외 사모펀드, 인프라 등으로 다변화했다. 이는 국내 보험사 중 최대 자산을 운용하는 삼성생명에서 오랜 시간 쌓은 노하우 덕에 가능했다. 보험업계에선 뉴욕법인과 싱가포르 법인을 거친 그를 일찌감치 삼성생명 임원으로 내다봤으나, 운용 경험을 살려 외국계 보험사인 PCA생명에서 운용역 경력을 이어갔다.
지난 2006년 10억 달러의 위탁 자금으로 출범한 KIC는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이 2천50억 달러를 돌파했다. 투자 대상이 된 국가는 현재 66개국, 통화 종류만 38개에 이른다.
한 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KIC는 해외 투자의 국가대표다. 해외 전문가, 경험 많은 운용역이 가야 하는 자리"라며 "요즘처럼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부펀드 최고투자책임자의 자리가 갖는 무게는 남다르다"고 귀띔했다.
시장이 KIC의 차기 CIO가 내부에서 탄생하리라 내다보는 배경은 최근 연기금의 인사 동향과도 맞물려 있다.
실제로 교직원공제회는 올해 초 30년 근속의 박만수 기금운용총괄이사(CIO)를 임명했다. 과학기술인공제회 역시 지난 5월 내부 출신의 박양래 자산운용본부장(CIO)을 임명했다.
내부 출신 인사의 가장 큰 장점은 조직 장악력과 이해도에 있다. 2~3년의 짧은 임기에서 별도의 적응 기간 없이 운용에만 매진할 수 있다.
KIC의 유력한 차기 CIO로 꼽히는 내부 출신의 이훈 미래전략본부장의 경우 자산 배분 등의 큰 틀에서의 투자 전략을 세우는 데 일조해 왔다. 하지만 대체투자 등 실전 경험에서는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한 연기금 고위 관계자는 "변동성이 심한 최근의 장은 분석만큼 운용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시기"라며 "연기금의 자금 집행은 투자자산 시장의 추세를 바꿀 수도 있는 일이다. 시장이 연기금의 CIO 선임에 유난히 관심이 큰 것도 그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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