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뉴욕전망대> 키신저의 '세계질서'로 본 국제유가와 환율
  • 일시 : 2022-06-30 09:28:16
  • <배수연의 뉴욕전망대> 키신저의 '세계질서'로 본 국제유가와 환율



    (뉴욕=연합인포맥스) 야만의 시절이다. 침략국인 러시아만 승승장구하고 있어서다. 반전 평화주의자인 중국의 사상가 묵자는 나쁜 평화가 없듯이 좋은 전쟁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지금 당장만 보면 묵자라는 현인의 주장에도 예외를 둬야 할 것 같다. 전쟁이 러시아에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어서다.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 루블 환율이 가장 안정적…전쟁할수록 남는 장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거시경제 지표 측면에서 되레 양호해졌다. 적어도 환율 등만 보면 독보적일 정도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주요국이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를 강화했지만 역부족이다.

    월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업과 목숨을 빼앗은 전쟁 당사국 러시아가 경상수지 흑자를 확대하고 환율 측면에서도 세계에서 제일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서다.

    러시아 루블화 환율은 지난 21일 뉴욕환시에서 장중 한때 49.8750 루블을 기록하며 7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환율 하락은 루블화가 강해졌다는 의미다. 루블화 환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였던 지난 3월 7일에는 달러당 146.1120루블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불과 석달 만에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서는 데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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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폭등했다가 안정을 되찾은 루블화의 일봉 차트:인포맥스 제공>



    러시아 중앙은행도 이제 느긋해졌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기준금리를 연 9.5%에서 20%로 허겁지겁 올리며 당황했던 러시아 중앙은행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전쟁 이전 수준인 9.5%로 되돌리는 등 자신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강화한 것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모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거듭한 탓이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이면서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는 1천10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배가 넘는 수준이다.

    월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쉽게 거두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과 경상수지 등 거시 경제 지표만 보면 전쟁 오래 끌 수록 러시아 입장에서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나폴레옹·히틀러 괴멸시켰던 추억으로 버티는 러시아

    세계적인 석학이면서 미국 대외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했던 헨리 키신저는 6년 전에 발표한 역저 '세계질서(사진)'를 통해 러시아의 이런 속성을 꿰뚫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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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신저는 러시아의 중흥을 이끈 '표트르 대제'부터 사실상 차르(황제)의 지위를 꿰찬 '블라디미르 푸틴'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흐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모든 기후와 문명에 걸쳐 펼쳐진 장대한 영토를 바탕으로 태생적으로 국가를 확장하는 것을 의무로 생각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러시아는 1552~1917년까지 해마다 다수의 유럽 국가를 합친 것보다 더 넓은 영토를 확장해 왔다. 해마다 평균 10만제곱킬로미터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체재가 혼란할 경우 이를 조정하느라 가끔은 이런 리듬이 끊기기도 하지만 바닷가의 조류처럼 언제나 원래대로 되돌아간다는 게 키신저의 진단이다.

    그는 러시아가 프랑스 나폴레옹의 제국주의를 분쇄한 것도 자신들이라고 자부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러시아는 독일의 히틀러를 결국 괴멸시킨 원동력도 자신들이라며 대단한 자긍심을 드러낸다. 유럽을 중심으로 나폴레옹 시대와 히틀러 독재의 종식 등 세계 역사의 큰 변곡점을 러시아가 주도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프랑스 나폴레옹 제국의 몰락 이후 빈체제 협의 등을 보면 러시아의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도 아니다.

    키신저는 푸틴 등이 주도하는 음울한 팽창주의가 확신에 바탕을 두는 행위라고 풀이했다. 세계 질서에 반대하는 팽창주의적 러시아 정신에 바탕을 둔 자신들의 모든 노력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것이고 칭송받을 것이라고 푸틴 등은 주장하고 있다. 세계의 멸시는 경외와 찬양으로 바뀔 것이라는 게 푸틴 등 러시아 지도부의 한결같은 생각이라는 게 키신저의 설명이다.

    역사를 보면 키신저의 진단이 설득력을 가진다. 러시아는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150년 뒤 독일의 히틀러를 괴멸시키는 과정에서 더 심한 궁핍을 견뎌낼 수 있는 인내를 체득했기 때문이다. 실제 나폴레옹의 대육군과 히틀러의 강철부대도 러시아를 넘어서지 못했다.

    특히 러시아는 여태까지 서방을 상대로 한 번도 패전했던 기억이 없다. 푸틴 등 러시아 정치 지도자들은 이번에도 결국 러시아가 최종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다. 러시아는 상당한 기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거두지 않을 것 같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아래로 쉽게 뚫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뉴욕특파원)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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