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재정긴축 공식화…통화 이어 재정도 쪼인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재정운용기조를 긴축으로 전환할 때라고 공식화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상하며 통화긴축을 지속하는 가운데 정부도 재정긴축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행사에서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고(3高)' 현상을 거론하면서, 정부가 재정을 긴축할 때라고 밝혔다.
신용위기 등으로 초래된 디플레이션시 적자재정 등을 통해 과감하게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하지만, 지금 경기상황은 그렇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 코로나발 재정·통화정책 완화기조에서 긴축으로 전환
윤 대통령은 스태그플레이션과 고금리, 달러-원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재정을 긴축하고, 규제 개혁과 비용 하락으로 민간투자가 활발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전략회의에서도 재정상황 악화로 국가신인도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면서 예산만 투입하면 경제가 성장하고 민생이 나아질 것이란 재정 만능주의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미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 상황에서 정부가 마냥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위축된 경기를 살리는 해법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유행으로 재정과 통화정책의 동반 확장기조도 마무리될 예정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한국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여러 차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해 포용적 회복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사상 최저 수준(0.5%)으로 낮아진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정책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금융 불균형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통화 긴축의 배경으로 언급됐다.
한은은 작년 8월 이후 금리를 25bp씩 다섯 차례 올려 1.75%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금융시장은 한은이 오는 13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50bp 이상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새 정부의 재정정책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다가 이번 재정전략회의를 계기로 긴축으로 선회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59조4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내놓으면서도 국채를 9조원 규모로 상환할 계획을 세우며 재정건전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재정확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인정하고 추경도 편성했으나 이후 달라진 상황을 고려해 이제 긴축이 필요한 시점임을 분명히 했다.

<2020년 이후 기준금리·소비자물가·국고채 10년물 금리·달러-원 환율·국제유가 추이>
◇ 긴축 이유는 물가·나랏빚·재정여력 확보
치솟는 물가와 대폭 늘어난 국가부채,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재정여력확보가 긴축 선회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 치솟았다.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다. 뛰는 물가가 민생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한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며 이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확장재정은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금리 인상을 재촉하는 요인이 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고물가, 고금리에 환율이 올라가는 상황인데,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재정을 긴축하고 민간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빚을 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급증한 국가부채도 재정 긴축의 필요성을 키웠다. 지난 2017년 660조원 규모였던 국가채무는 올해 말 1천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도 52%로 올라갈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초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지속해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은 중기적으로 신용등급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랏빚이 현재 'AA-'인 신용등급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나랏빚의 증가 규모와 속도가 역대 최고 수준이므로 건전재정 기조가 필요하다는 게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과 향후 5년여 동안 발생할 위기에 대비해 재정여력을 확보하려는 계획도 엿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향후 209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지출구조조정과 세수로 재원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상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제 막 출범한 정부 입장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이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위기에 대응할 여지를 확보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정부 5년간 재정확대, 적자국채가 남발됐고 국가부채가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며 "재정건전성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숙제"라고 설명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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