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하나은행도 외환 이상거래…모든 은행으로 확산
금감원에 자체 검사 결과 사전 보고…은행별 최대 1조원 안팎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김예원 기자 =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지점에서 연이어 발생한 2조원 규모의 외환 이상거래와 비슷한 정황이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자금이 불법 외환거래(환치기)를 통해 자금세탁 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러한 현상에 대부분 은행이 연루되면서 금융감독원이 대대적인 검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외환 이상거래 자체 점검을 시행한 대부분 은행에서 의심 정황이 발견됐으며, 관련해 금감원에 구두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에서 나타난 외환 이상거래 규모는 수백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확인된 신한은행(1조3천억원), 우리은행(8천억원)과 맞먹는 규모로 은행권에서 수조원대의 외환 이상거래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신한뿐 아니라 국민·하나·농협 등 대부분 은행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규모 등은 은행들로부터 공식보고를 받은 뒤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신한은행에서 외환 이상거래가 발견된 후 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하는 한편, 은행권 전반에 자체 검사를 실시해 이달 말까지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은 규모가 작은 신설법인에 거액의 송금이 이뤄지거나 입금거래가 갑자기 폭등하는 등 통상적인 무역거래에 비해 액수가 지나치게 크거나, 특정 지점에서 갑자기 거래가 늘어난 경우 등을 이상 외환거래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작년 말부터 이런 사례들을 은행들이 자체 점검하도록 했으며, 대규모 의심정황이 나온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금감원에 중간보고했다.
금감원은 현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해 현장 검사에 돌입했다. 보통 수시검사는 2주 정도 걸리는데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기간을 연장하며 한 달 이상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지점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은행들을 통해 해외로 송금된 자금 중 상당액이 가상자산거래소와 연루돼 있다는 점도 파악했다. 시중은행이 환치기 세력의 자금조달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탓에 환치기 세력들이 차익을 노리고 해외 송금효과가 발생하는 불법 외환거래를 저질렀다는 추측에서다. 정식으로 외환거래를 하면 환전 수수료를 내고 자금 출처를 밝혀야 하지만 환치기를 하면 수수료도 안 내고 자금 출처도 숨길 수 있다.
금감원은 이들 외환 이상거래가 지난해 9월 가장자산사업자 신고제가 실시되기 이전 수십개의 거래소가 난립할 당시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지난해 9월 24일부터 기존 가상자산 사업자들 중 정부에 신고한 곳만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자금이 중국계 불법성자본 등과 연루됐는지, 자금세탁 목적이 있는지 등도 점검하고 있다. 자금세탁 외환 창구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자금세탁 방지법 및 외환 거래법 위반이 돼 제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시장 질서 교란행위 및 불법행위는 엄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말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하나은행에 대해 과징금 5천만원, 업무정지 4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이번 이상거래의 경우 그 규모가 훨씬 크고 대부분의 은행이 연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더기 강력 제재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로부터 자체점검 결과를 받아보고 추가 검사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조만간 검사 결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기회를 가지는 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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