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뉴욕 전망대>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에 시장은 '스톱앤고'에 베팅
(뉴욕=연합인포맥스) '깜짝쇼' 는 없었다. 미국의 중앙은행이면서 사실상 세계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연준은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연방기금금리를 75bp 인상했다. 연준은 지난달에 이어 두달 연속 '자이언트스텝'의 금리 인을 단행했다. 지난 3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올해에만 무려 225bp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연율로 9.1%나 오르는 등 40여년만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최고로 고조되면서다.
연준은 다음번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75bp 올리면서도 경기침체를 우려할 필요가 주장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 움직임은 파월의 진단과 다르게 움직였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준의 통화정책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27일 한때 전날 종가대비 7bp 내린 2.73580%를 기록했다. 미국채 2년물과 금리 역전폭은 한때 40bp 수준으로 벌어지기도 했다. 시장이 경기침체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 영향으로 풀이됐다.

<미국 국채 10년물의 수익률 일봉 차트:인포맥스 제공>
월가의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이 우악스러울 정도로 매파적인 연준의 통화정책보다는 파월의장의 갈지자 행보에 주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파월의장이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사전 시그널도 없이 말을 바꿔온 탓이다. 파월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부터 연준의장을 맡은 이후 최근까지 사전적 시그널도 없이 통화정책 행보를 여러 차례 극적으로 바꿔왔다.
시장은 파월의 연준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다 꺾기도 전에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적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성장률 하락을 우려해서다.
이는 지난 1970년대의 '가다 서다 하는(stop-and-go·스톱앤고)' 형태의 통화정책 행보를 답습할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스톱앤고' 정책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다시 성장률을 떠받치기 위해 물러서는 것을 반복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1960년대 말 당시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주니어 연준 의장은 경기침체 공포에 금리 인상을 중단했다. 아서 번즈 의장 체제에서는 더 악화했다. 아서 번즈 의장은 1972년부터 1974년까지는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으나 급격한 침체가 나오면서 이듬해 금리를 인하했다. 인플레이션이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고용시장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면서 연준의 긴축적인 통화정책 행보에 걸림돌이 됐다. 결국 하이퍼 인플레이션 상황은 폴 폴커 의장 체제가 들어설 때까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볼커의장은 1979년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400bp나 올릴 정도로 무자비한 통화정책을 거듭한 끝에 인플레이션을 겨우 잡았다. 이 과정에서 기준금리는 무려 21.5% 수준까지 올랐고 미국의 실업률도 10% 수준으로 치솟았다.
시장의 이런 기시감 (旣視感) 혹은 데자뷰(déjà vu)는 이날 뉴욕증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4.06%나 뛰며 2020년 4월 이후 최대의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 파월의 연준이 내년에 결국은 기준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가격 동향만 보면 모처럼 채권시장 참가자와 주식시장 참가자의 의견이 일치한 모양새다. '가다 서다 하는(stop-and-go·스톱앤고)' 형태의 금융시장 환경에서 '독박'을 쓰지 않으려면 이제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뉴욕특파원)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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