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잡다가 실업률 얼마나 오를까…WSJ "구인율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9%대를 뚫은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중앙은행 목표치인 2%로 낮아지기 위해 얼마나 높은 실업률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용 시장에서 구인율과 실업률 간의 음(-)의 관계가 이어질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갈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상승률을 억제할수록 실업률은 치솟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미 실업률은 지난 3월 이후 넉 달 연속 3.6%를 유지하면서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태다.
대부분의 현지 전문가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는 과정에서 실업률의 아주 큰 고통을 수반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WSJ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 실업률은 지난 6월 3.6%에서 내년 말 4.3%로 상향 안정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예상은 연준의 더욱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깊은 경기침체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다.
비관론자들은 2%의 인플레이션 상승률과 4% 이하의 실업률을 함께 가져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같은 상황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WSJ는 "결국 정답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어진 일련의 경제 충격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바꿔놨는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오버 슛을 일으키지 않고 낮은 실업률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등에 달렸다"고 말했다.
우선 경제학자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지점은 연준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도 지난 6월 9.1%에 달한 인플레이션율이 향후 1년에 걸쳐 저절로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공행진을 이어온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진정되고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을 급등시킨 공급망 혼란 문제가 서서히 해결될 것으로 보이면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이 최소 2.5%에서 4.5% 내지 5% 정도로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매튜 루체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인플레이션율이 3.3%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물가상승률을 중앙은행 목표치인 2%까지 낮추려면 당국 차원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 미 노동부와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 달성을 위해서는 연준이 뜨거운 노동 시장을 식히고 연 5~7%에 이르고 있는 임금상승률을 지금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
WSJ는 "이러한 조치는 현재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인 빈 일자리율(구인율)을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며 "경기가 둔화하면서 기업들은 신규 사업을 줄이고 채용 공고를 철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채용 공고가 줄면 임금 상승률은 줄어든다. 문제는 실업률도 증가한다. 구인율과 실업률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 바로 '베버리지 곡선'이다.
제롬 파월 의장 등 연준 관계자들과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번엔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이 기존 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신규 일자리를 줄이는 데 집중하면서 실업률의 큰 폭 증가 없이 구인율이 상당히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는 지난 29일 발표한 글에서 베버리지 곡선을 언급하며 미 실업률이 1%포인트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 채용 공고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실업률에 미치는 영향이 더 적다고 전했다.
반면, 다른 쪽에선 그런 '공짜 점심'은 있을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실업률의 급증 없이 구인율과 임금상승률만 감소하는 건 불가하다는 것이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올리비에 블랜차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쓴 최근 논문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구인율이 분기별 최고점에서 하락할 때마다 실업률은 2년 동안 2.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실업률이 3.8%포인트나 급등했다.
WSJ는 "특히 포스트 팬데믹 경제에서는 고용 시장의 미스매치(수급 불일치) 문제도 나타난다"며 "연준은 노동자와 일자리 사이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실업률이 구인율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WSJ는 덧붙였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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