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무리한 환율 방어 피해야"
"외환보유액 적정 유지 중요"
"위기시 정부.한은 원팀 대응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3고(高) 시대'를 맞아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신인도의 척도인 외환보유액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전 위원장은 3일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실이 주최한 '급등하는 미국금리와 점증하는 외환위기 대응방안' 정책세미나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외국인들은 시장이 불안하면 외환보유액을 가장 중요한 국가 신인도로 본다"며 "투자한 돈을 혹시 떼이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은 그들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의 외환보유액의 마지노선을 2천억달러로 보고 그 이하로 발표되면 한국시장을 외면할 방침이었으나 이를 조금 상회해 겨우 위기를 넘긴 사례도 있다고 부연했다.
신 전 위원장은 "환투기 세력이 있다면 한 번에 과감하게 외환보유액을 투입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인위적인 환율방어선을 정하고 외환보유액을 의미 없이 소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영국 등 외환위기를 겪은 모든 나라들의 공통실책은 무리한 환율 방어였다"고 언급했다.
현재의 외환보유액은 4천억달러를 상회하고 있고 금융기관의 외화건전성도 매우 양호하다고 판단했다.
신 전 위원장은 "과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번의 큰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대응에 있어 많은 노하우가 쌓여 있다"며 "더욱이 현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경제수석 등 핵심 정책당국자들 모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과정에서 실전에 투입됐던 유경험자들이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2년여간의 코로나 사태로 재정 자체가 크게 악화된 것은 주의해야 할 측면이라고 봤다.
신 전 위원장은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재정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된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건전한 재정지표 자체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큰 신뢰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의 재정은 코로나 확산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으나 크게 악화됐다"며 "2008년에 비해 재정 여력이 부족한 것은 위기 대응에 있어 분명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원팀이 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신 전 위원장은 "전통적으로 정부와 중앙은행 간에는 묘한 긴장관계가 존재한다. 평상시에는 이러한 견제와 균형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다만 위기 상황에서는 원팀으로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시장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서로의 정보는 완전 공유하고 독자의 행동은 가급적 피하되, 중요 발표는 공동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주요 수출입 기업과의 소통채널 확립, 미국 재무부, 중앙은행, 의회 인사와의 네트워크 조성 등도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현재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내년 초까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내년 중반부터는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전 위원장은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 초까지는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며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는 2023년 중반부터는 또 다른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그만큼 금융시장은 상당히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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