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 FOMC 극복에도 조달 난항 여전…숨 고르기 전망
미중 갈등, 금리 상승에 발행 연기…135일룰·휴가 맞아 주춤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각종 매크로 이벤트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발행 흐름을 이어갔던 한국물(Korean Paper)의 시장 내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포스코와 KT 등 민간기업들의 발행세로 미국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리스크를 비껴갔으나 NH투자증권이 결국 조달 연기를 결정하면서다.
5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한국물의 경우 올해 다른 국가에 비해 견조한 발행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매크로 리스크에 따라 조달 기류가 뒤바뀌는 만큼 긴장을 늦추긴 어려운 모습이다. 다만 135일룰과 여름 휴가 시즌 등으로 당분간은 한국물 역시 발행이 주춤해질 전망이다.
◇발행 호조 속 불안감 여전…매크로 리스크에 분위기 급변
전일 NH투자증권은 이달 3일과 4일 중 고심했던 유로본드(RegS) 발행을 위한 북빌딩(수요예측)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앞서 글로벌 시장에서 맨데이트 공표를 하는 등 채비에 나섰으나 미국과 중국 간 긴장 고조와 조달 금리 부담 등이 커진 결과다.
한국물 발행시장이 미국 7월 FOMC에서 75bp 금리 인상을 결정한 후에도 호조를 이어간 것과 대조적이었다. 통상 각국의 발행사가 불확실성 등을 우려해 FOMC를 전후로 북빌딩에 나서지 않지만, 한국물만큼은 예외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FOMC 직전 롯데물산(KB국민은행 보증)이 3억 달러어치 채권을 찍은 데 이어 미국 금리 인상 결정 직후에도 발행이 이어졌다. 포스코와 KT 등이 뒤이어 달러채 완판에 성공해 조달 불안감을 완화했다. 당시 FOMC를 전후로 연이어 발행에 나선 곳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실상 한국이 유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물의 경우 기획재정부로부터 소위 윈도우(window)로 불리는 북빌딩 날짜를 확보해 딜에 나선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발행사 간 북빌딩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배정하는 탓에 발행사의 자율성이 비교적 제한된다.
아시아 크레디트물로는 비교적 높은 신용등급으로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를 인정받은 점도 연이은 발행세를 뒷받침했다.
대한민국 정부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으로, 아시아 국가에서도 우량한 수준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저신용등급 국가의 경우 정부조차도 달러채 발행이 쉽지 않아 대출로 선회하는 경향이 뚜렷하지만, 한국은 우량 크레디트를 바탕으로 공기업과 금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까지도 달러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NH투자증권의 조달 연기에서 보듯 한국물 시장 역시 마냥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건 아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 통화 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시장을 출렁이게 하는 갑작스러운 이벤트 발생 시 발행 시장 역시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A급 이하 크레디트물은 매크로 리스크에서 더욱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올 4월 미래에셋증권(무디스 기준 Baa2)은 달러채 발행을 위한 북빌딩에 나섰으나 당일 미국의 자이언트스텝 가능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악화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돼 철회를 결정했다. 뒤이어 북빌딩을 준비했던 A급 발행사들 역시 줄줄이 조달 연기를 결정했다. NH투자증권의 국제 신용등급 역시 'A3' 수준이다.
◇135일룰·여름 휴가 등으로 발행세 주춤…발행사 긴장감은 지속
다만 한국물 발행세는 당분간 주춤해질 전망이다. 미국 시장에서 채권을 찍을 때는 재무제표가 작성된 시점에서 135일 이내에 납입을 비롯한 모든 상장 일정을 마쳐야 한다는 135일룰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본드(144A/RegS) 등의 발행을 위해선 8월 중순까지 모든 조달 작업을 마쳐야 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상당하다. 8월의 경우 각국 여름휴가 기간이 맞물려 투자자 모집이 더욱 녹록지 않다.
한국물 발행시장은 휴지기로 접어들고 있지만, 외화 조달을 겨냥하고 있는 기업들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8월 말부터 다시 이어질 발행시장을 예측할 수 없는 데다 올해 글로벌 채권시장은 한 치 앞을 살필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물 발행사들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은 조달 호조에 익숙했으나 올 상반기 내내 이어진 수요 둔화 등으로 달라진 환경을 실감하고 있다"며 "조달 눈높이를 재설정하지 않으면 발행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데다 매크로 리스크가 언제 부상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발행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phl@yna.co.kr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