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외환당국 존재감…당국 기조 바뀌었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위기 시 환율'이라는 1,300원 선을 한 달 넘게 넘나들고 있지만, 서울 외환시장에서 외환당국의 존재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고환율을 대하는 당국의 기조가 바뀌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5일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달러-원 환율이 지난 6월 23일 1,300원 선을 돌파한 뒤로 외환당국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A은행의 외환 딜러는 "1,200원대 후반에서는 당국이 1,300원 선을 사수하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지만 1,300원을 돌파하고 난 뒤로는 경계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달러-원 환율 1,300원대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6월 13일 달러-원 환율이 1,290원 선까지 급등하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6년 만에 국장급 공동 구두 개입을 내놓기도 했다.
구두 개입뿐만 아니라 실개입도 단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월 외환보유액은 전월 대비 94억 달러 감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 한은은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과 금융기관의 예수금 감소와 더불어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 등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7월 들어서는 외환보유액이 전월 대비 3억3천만 달러 늘었다. 5개월 만의 증가로, 외환당국이 매도 개입 강도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B은행의 외환 딜러는 "그간 외환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어 조심하는 분위기였다"면서도 "7월 중순 이후로 당국 경계감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고환율을 대하는 정부의 기조가 바뀐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출 기업은 달러-원 환율이 높으면 '환율 효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이에 정부도 고환율을 꺼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C은행의 외환 딜러는 "지난 7월 말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고환율이 문제 될 것 없다는 듯한 정부 발언이 있었다"면서 "이미 환율이 1,300원대에 진입한 이상 당국도 고환율을 용인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우리나라 환율만 1,300원이 아니고 1,100원으로 오르면 우리 수출에 굉장히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대중국 수출이 마이너스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환율에 함부로 손을 대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수출 호조를 위해 고환율을 유지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달러-원 환율이 숨 고르기 장세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재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 만큼 외환당국의 존재감 부재는 달러-원 롱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이다.
D증권사의 외환 딜러는 "물가는 여전히 높고 연방준비제도는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달러-원이 고점을 지났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든지 시장의 관심사가 바뀌고 달러-원도 오버슈팅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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