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강달러 책임론-②]당국은 '예의주시'…정치권은 '언급 자제'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노요빈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300원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외환당국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수요가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국은 국민연금의 투자전략에 대해 직접적인 평가나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환헤지 등 관련 정책에 심도 있는 논의와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감독 당국과 통상 보조를 맞추는 정치권은 환율 상황에 대해 말을 아끼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환율 급등의 원인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동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당국은 환시 내 수급 불균형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최근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달러 수요를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달러화 강세가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당국은 지난 6월 밝힌 바 있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평균 1% 비중이라면 연간 투자 규모로 환산할 때 약 300억달러 규모로 볼 수 있다"며 "매 거래일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아닌데, 기본 단위가 몇 억달러, 십억달러에 달해 달러를 쭉 매수하면, 환율은 크게 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연기금이나 수출입 기업과 비교해도 국민연금의 달러 매입 규모가 월등하게 커 환시에 미치는 파급력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국민연금은 전체 운용 규모가 912조원, 외환자산은 40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원화 약세 흐름에 환오픈 전략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국민연금의 입장과 반대되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달 국민연금은 "현물환 일평균 거래 규모에서 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대 수준에 그친다"며 기금을 원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에서는 국민연금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른 운용 원칙을 존중하지만, 지금의 환오픈 정책이 투자 전략상 손실로 돌아올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지금 1,300원대 환율에서 나간 투자금이 나중에 회수 시점에서는 반대로 외환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그때 환율이 지금보다 높거나, 절상기라면 환차손을 그대로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좋으면 신흥국 통화인 원화 강세로 일부 환손실이 있을 수 있으나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며 "글로벌 경제 위기로 자산가격이 급락할 경우에는 원화 약세로 수익률 하락을 방어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기금 수익률의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국내 증시 등 원화 자산은 동반 약세 압력을 받기 때문에 연금의 전체 수익률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원화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가장 크기 때문이다.
또 연금이 전술적 환헤지 사용을 거의 하지 않는 점도 아쉬움을 키우는 부분이다. 환율이 급변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전술적으로 수익률 제고를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의 활용 가치는 높아진다. 이 때문에 정책 수단을 적기에 유연하게 사용하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당국과는 다소 결이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연금이 최근 외환시장에서 환율 급등의 주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지배적이었다. 현 환율상황은 물가, 금리인상, 대내외 경제여건 등에 따른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지 '국민연금'이라는 단일 경제주체만의 원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2차관을 역임했던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환율의 결정 요인은 물가, 금리 등 여러가지가 있다. 어떤 한 경제주체가 (환율상승을) 견인했다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며 "지금 주식시장이 과거처럼 활성화되지 않아 주식투자를 위해 외국에서 (달러가) 들어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금리가 스트롱달러 형태로 되어 있지 않나. 그런 부분도 함께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류 의원은 "외환 관련된 사안은 미국 등 외부에서도 계속 워치(Watch)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환율과 관련된 사안은 언급을 굉장히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내 경제통 중 한 명이자 금융전문가로 꼽히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연금 하나 갖고 (환율상승을) 설명할 수 있겠나. 환율상승은 경제 전반의 상황이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경제가 너무 어렵다. 경제가 안 좋으면 당연히 환율에 반영되고, 우리 경제 리스크가 환율로 나타난다. 또 무역적자가 나오니 달러가 귀해 달러값이 오르는 것인데 국민연금을 갖고 이야길 하는 것은 전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국민의힘 역시 "국민연금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래 목적에 맞게 연기금의 축적, 연금재정의 안정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며 "지금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4천억불 이상이기 때문에 당장 액션을 취하고 단기적으로 연기금 투자 방향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야권 내 대표적인 경제통이자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출신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기금운용본부가 자신들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알아서 판단하면 되는 것이지 정치권 등에서 코멘트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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