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미팅] 물가안정이냐 성장이냐…기로에 선 파월 의장 선택은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가안정과 경제 성장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거 저금리, 저물가를 견인했던 세 가지 동력에 변화가 나타나며 금리 인상을 통해 과거로 회귀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저널은 과거 발언과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견해를 빌어 파월 의장이 침체를 무릅쓰고 물가안정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했다.
◇ 세계화·노동시장·원자재 시장의 변화
과거 연준이 느긋한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도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화, 노동시장, 원자재 시장의 삼박자가 맞아 들었기 때문이라고 저널은 설명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를 두고 '신이 내린 우연의 일치(divine coincidence)'라고 불렀다.
냉전 종식 이후 넘쳐났던 교역, 자금, 인력, 사업구상과 중국의 세계무역체제 참여 등으로 다국적 회사들은 세계에 걸쳐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공급망을 건설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경쟁은 많은 상품의 가격 인하에도 기여했다.
이런 여건은 미국의 물가안정에 큰 기여를 했다. 지난 2019년까지 20년 동안 미국의 상품 가격은 연간 0.4%, 서비스 가격은 연간 2.6%,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연간 1.7% 부근에 머물렀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런 세계화의 양상을 바꿔놨다. 많은 기업들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시장 근처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혹은 공급처를 다양화했다.
노동시장 변화도 주시해야 한다. 잉글랜드은행 총재를 지낸 찰스 굿하트는 지난 2020년 8월 펴낸 '인구 대역전(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에서 1990년대 이후 낮은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 정책보다는 아시아와 동유럽의 저임금 노동자 유입의 영향이 컸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노동비용과 선진국 수출상품 가격이 내렸다는 이야기다.
굿하트 전 총재는 이런 노동력 과잉 시절이 끝나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고 적었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의 디뎀 튀즈먼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비해 대략 250만 명의 노동력이 부족하다. 팬데믹 이전 미국의 임금은 연간 3% 올랐는데 지난 7월을 끝으로 하는 1년 동안 시간당 평균 소득은 5.2% 올랐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노동 가능 인구의 이민자 숫자도 추세 대비 180만 명가량 줄었다.
파월 의장은 지난 5월 인터뷰에서 이민 감소가 지속적인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원자재 가격은 주요 회사들이 지난 10년 동안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불안 요인이다. 증가하는 수요에 보조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저널은 1980년대 폴 볼커 전 연준의장이 인플레이션을 부러뜨릴 수 있었던 것은 석유회사들이 수십 년에 걸쳐 투자했던 도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 공급충격과 침체 공포…중앙은행의 사명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연준의 대응은 과거에 비춰 수요가 후퇴할 것으로 예상하고 기준금리를 0%로 내리는 한편 연방정부와 의회가 쏟아내는 막대한 재정지출에도 부양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실제로 나타난 것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충격이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국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이에 대해 서방 국가들이 금융제재로 대응하면서 공급충격이 지속했다. 동시에 미국에서는 노동력 부족이 부상했다.
블랙록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를 이끄는 진 보이빈 전 캐나다 중앙은행 부총재는 "더는 신이 내린 우연의 일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진압은 성장과 고용 저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연준과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경제상황을 오판한 것은 지난해 초 인플레이션은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중고차 등 소수 품목에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댈러스 연은의 연율 환산 평균절사 인플레이션을 살펴보면 작년 8월 2%에서 올해 1월 3.5%, 6월 4.3%로 상승했다. 이 지표는 기저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변동성이 큰 부류를 제외하고 측정한다.
브렌다이스 대학의 스티븐 코체티 교수는 "1990년대가 다시 고개를 치켜든 것 같다"며 "당시에는 모든 전망가들이 성장을 과소평가하고 인플레이션을 과대평가했다. 지금은 뒤바뀐 것 같다. 이것은 아주 불쾌할 수 있는데 우리가 갑작스럽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굿하트 전 잉글랜드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2년 전 목표인 2%로 되돌리겠다는 중앙은행들의 주장은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초기부터 그들은 그렇게 말했지만 전혀 달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은 이런 새로운 환경에서 시행되는 미국의 첫 통화정책 사례라고 저널은 언급했다. 빠른 속도의 대규모 금리 인상은 침체 위험을 키우고 전통적인 자산 포트폴리오의 양대 축인 주식과 미국 장기국채의 빈번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저널은 연준의 올해 금리 인상이 3월 0.25%포인트, 5월 0.5%포인트, 6월과 7월 각각 0.75%포인트였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의사록을 통해 살펴보면 5월과 7월에서 중요한 변화가 포착된다고 지적했다.
저널은 연준 관료들이 여름을 지나면서 성장을 늦출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이례적일 정도로 단합했다면서도 노동시장이 얼어붙고 경제가 둔화하면 파월 의장이 합의를 형성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함께 일했던 전 연준 관료들의 견해를 빌어 파월 의장이 소극적인 금리 인상보다는 과잉 금리 인상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파월 의장 자신도 인플레이션의 연준 목표치인 2%로 낮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23일 의회 청문에서 파월 의장은 "우리는 이 목표에 실패할 수 없다"며 "무조건이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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