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뉴욕전망대> '합리적 무관심' 거론한 파월의 무서운 속내
(뉴욕=연합인포맥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다시 세상의 중심에 섰다. 파월 연준의장이 지난달 26일 잭슨홀 미팅 연설을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어서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이번주 들어 3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였고 달러화는 달러인덱스 기준으로 한때 20년 만에 최고의 강세를 보였다.
대략적으로만 알려진 파월 의장의 연설 행간을 다시 꼼꼼하게 챙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래야 글로벌 금융시장이 새파랗게 질리는 까닭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파월, 간단· 명료 ·단도직입적 화법 선언
우선 파월 의장이 연설 모두에 "Today, my remarks will be shorter, my focus narrower, and my message more direct."라고 말한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본격적인 연설 내용을 전달하기도 전에 해당 표현을 통해 '간단명료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월은 해당 표현을 통해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피벗(pivot)에 대한 월가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가진 기대의 싹을 잘랐다. 파월 스스로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내년도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을 바탕으로 베어마켓 랠리를 펼쳐왔던 글로벌 시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이와 관련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지난달 30일 잭슨홀 미팅 이후 발언한 내용이 새삼 주목을 받았다. 카시카리 총재는 "파월 의장의 연설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방식을 보고 사실 기뻤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6월 저점에서 8월 중순까지 17%가량 오르는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반등)를 펼친 데 대해 연준의 의도와 시장 해석 간의 괴리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당초 연준 내부에서도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였던 카시카리 총재가 최근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입장을 급선회하며 파월 의장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됐다.
◇'합리적 무관심' 거론한 파월의 무시무시한 속내
다음으로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목표치인 2%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유용한 척도로 거론한 '합리적 무관심(rational inattention)'도 눈여겨봐야 할 표현이다. 파월 의장이 전임인 앨런 그린스펀 의장까지 거론하며 용어를 설명할 정도로 공을 들여서다.
'합리적 무관심'은 화폐환상(money illusion)이라는 경제학 용어를 통해 설명될 수 있다. 화폐의 가치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실질적인 가치의 증감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을 화폐환상이라 일컫는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가치보다는 명목가치를 우선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물가 상승률이 5%인데 임금을 동결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여겨지지만, 물가 상승률이 10%일 때 임금이 5% 인상되는 것은 수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임금은 두 경우 모두 5% 삭감이지만 사람들은 후자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폐환상은 실업률과 명목임금의 변화율에 역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필립스 곡선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개념이다.
실업자들이 명목 임금 인상을 실질임금의 인상으로 착각하는 화폐환상을 바탕으로 합리적 무관심 단계까지 접어들면 일자리를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마찰적 실업도 감소한다.
파월이 굳이 전임인 그린스펀 전 의장까지 동원해 '합리적 무관심'을 거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합리적 무관심이라는 용어가 고용시장에서 노동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염두에 두지 않아 인상된 명목임금이 잠식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까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를 다잡겠다는 결기를 함축적으로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잭슨홀 연설로 본 파월은 이른바 '독(毒)'이 바짝 올랐다. 투자자들도 연말까지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몸을 낮추는 게 상책일 듯싶다.(뉴욕특파원)
neo@yna.co.kr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