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쿠팡처럼'…교보생명, 美 증시 상장 검토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교보생명이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주주 간 분쟁이 지속되는 한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문턱을 넘기가 녹록지 않은 만큼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생명은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내부 논의에 착수했다.
교보생명이 최우선으로 검토하는 곳은 단연 뉴욕증권거래소(NYSE)다. 최근 쿠팡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속속 진출을 검토하고 있어 교보생명 역시 이를 위한 사전 준비 사항 등을 주요하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내년이면 새 회계기준이 적용돼 보험사의 자산 가치가 더 커지니 해외상장 자체는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교보생명이) 워낙 오래전부터 국내외 상장을 준비했으나 주주 간 분쟁으로 증시 데뷔가 더뎌지다 보니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주주 간 분쟁에 발목…소송 장기화에 해외 증시로 전향
올해 교보생명은 유가증권시장 입성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지난 7월 한국거래소는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교보생명의 상장을 논의했으나 승인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교보생명이 재무적투자자(FI)와 진행 중인 주주 간 분쟁을 주된 원인으로 봤다.
현재까지 9차례에 걸쳐 개정된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시행세칙에는 물적 요건과 질적 요건이 명시돼있다.
이중 질적 요건에는 피 상장기업의 소송과 분쟁을 '기업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경영권에 대한 소송의 경우 상장 신청인이 그로 인한 기업 경영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더불어 지분 당사자 간의 관계와 지분 구조 변동 등에 기반한 기업 경영의 안정성도 증명돼야 한다.
그간 교보생명은 국제상업회의소(ICC)의 1차 중재판정 결과를 들어 현재 진행 중인 주주 간 분쟁이 경영권 논쟁으로 비화하지 않으리란 점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9월과 올해 5월, ICC는 풋옵션을 행사한 FI 어피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너티)·어펄마캐피털(KLI Investors LCC·이하 어펄마)가 각각 신청한 국제중재에서 신창재 회장이 이들로부터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연 이자 지급과 손해배상 의무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피너티가 ICC의 결과에 불복해 지난 3월 두 번째 중재를 신청하며 소송전은 장기 국면에 진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피 상장기업의 미승인 사유는 해당 기업에만 공개한다"며 "다만 질적 요건 역시 물적 요건만큼이나 중요한 평가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유연한 시장 찾아 떠나는 韓 기업…가능성 두고 갑론을박
최근 3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신규 상장에 나선 기업 중 거래소가 승인하지 않은 기업은 교보생명이 유일하다. 사실상 주주 간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교보생명의 국내 상장은 불가능한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외 상장으로 돌파구를 찾는 교보생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때도 한차례 국부유출 논란이 있었다. 모호한 상장 규정이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의 국내 증시 입성을 막아 국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쿠팡의 미국 진출을 계기로 다수의 국내 기업이 해외 상장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보다 유연한 시장에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펀더멘털이 우수한 기업이 정성적 평가로 인해 상장이 제한되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며 "더 큰 투자 기회를 찾고자 제2의 쿠팡, 라인, 넥슨이 나오는 것은 환영할만하지만 한국 증시를 위해서는 가능성 있는 기업이 증시에 입성할 수 있도록 문턱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교보생명의 미국 상장 가능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쿠팡은 국내 기업이지만, 미국 법인 쿠팡INC의 100% 자회사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쿠팡INC(옛 쿠팡LLC)'로 사실상 미국 법인이 현지 증시에 상장한 구조였다.
쿠팡은 일찌감치 외국인 경영진을 꾸준히 선임해 이사회를 꾸렸다. 쿠팡의 초기 핵심 투자자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이며, 블랙록과 세쿼이아캐피털 등 다수의 외국계 투자자를 주요 주주로 두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미국인이 창업한 미국 기업으로 봐야 한다. 국내 기업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기준을 넘어서는 일이 쉽진 않다"며 "뉴욕멜론은행, AMP 모두 배당주다. 교보생명 역시 충분한 잉여금을 활용한 배당 전략으로 미국 상장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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