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은 왜 '미국行' 카드를 꺼냈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기업공개(IPO)에 교보생명 생존(生存)이 달렸다.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교보생명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논의를 위한 상장공시위원회가 열린 지난 7월, 한국거래소를 찾은 신창재 회장은 IPO를 생존의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IPO 없이는 미래의 교보생명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최고경영자(CEO)의 현실 지각이 담긴 말이었다.
◇해외 상장, 2년 만에 재논의…급물살 타나
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생명은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내부 논의에 착수했다. (연합인포맥스가 6일 단독 송고한 ''우리도 쿠팡처럼'…교보생명, 美 증시 상장 검토' 제하의 기사 참고)
교보생명이 해외 상장을 검토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에도 교보생명은 미국과 홍콩, 상하이, 런던 등 해외 주요국을 대상으로 증시 상장을 검토했다.
당시만 해도 교보생명에 해외 증시 상장은 복수 상장을 염두에 둔 스터디 차원으로 알려졌다. 국내 상장사가 해외에서도 상장하면 보완 작용을 통해 주가를 관리하기가 더 쉬워서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KB금융[105560]과 신한지주[055550] 등 내로라하는 국내 금융지주들도 대외 신인도와 주가 관리 차원에서 미국 증시에 상장돼있다"며 "(교보생명이) IPO 의지가 강했던 만큼 중장기적으로 상장 전략을 짜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 무렵 교보생명은 앞서 풋옵션을 행사한 재무적투자자(FI) 어피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너티)·어펄마캐피털(KLI Investors LCC·이하 어펄마)과 법적 분쟁을 진행 중이었다. 어피너티와 어펄마는 각각 2019년 3월과 7월 ICC에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법조계에선 중재신청 결과가 단기간 내 발표되리란 시각이 우세했다. 이에 해외보단 국내 상장을 우선시 여겼던 교보생명은 해외 증시 상장에 대한 검토를 잠시 중단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법적 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돌입하면서 IPO 논의는 지연됐다. 시장에선 교보생명의 상장 진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지지부진하던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그해 9월, ICC는 신 회장이 어피너티로부터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영권 논란이 해소됐다고 판단한 교보생명은 석 달 뒤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한국거래소가 이를 승인하지 않으면서 교보생명의 IPO는 다시 물거품이 됐다.
◇사업다각화 급한 교보생명…최종 목적지는 '금융지주사'
교보생명은 IPO를 추진하며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을 밝혔다. 현재의 단출한 사업구조만으로는 중장기적 관점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지난 6월 말 기준 교보생명의 계열사는 상장사(교보증권) 1곳과 비상장사(교보악사자산운용·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교보자산신탁·교보문고 등) 15곳에 불과하다.
그룹 차원에서 61개 계열회사가 존재하는 삼성생명(상장 16·비상장 45)과 93개를 두고 있는 한화생명(상장 7·비상장 86)과는 포트폴리오상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
결국 교보생명이 비싼 비용을 감내하고서라도 미국 상장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그만큼 금융지주사 전환이 시급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1년 9월 설립한 신한지주는 그해 9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고 3년 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오프닝 벨을 울렸다. KB금융은 2008년 9월 국민은행을 비롯한 자회사의 포괄적 주식 이전을 통해 지주사를 설립하고 즉시 NYSE에 데뷔했다.
이들 금융지주사는 최근 몇 년 새 벤처캐피탈(VC)은 물론 대체투자,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 등 다양한 투자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자회사를 설립해 신성장 비즈니스를 도모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회사도 만들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계열사를 통해 해당 시장에 투자를 해마다 눈에 띄게 늘리고 있다.
하지만 VC 자회사 한 곳 없는 교보생명이 신사업이나 신규 투자를 다양하게 가져가기에는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
앞서 신 회장이 IPO를 생존의 문제와 직결한 것은 그만큼 금융지주사 전환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현재의 교보생명에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생보업계 2위임에도 삼성이나 한화에 비해 사업구조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보니 고민이 클 것"이라며 "내년 출범하는 KB라이프, 그리고 신한라이프에 지주 차원의 지원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교보에는 부담이다. 고객 정보 공유 등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라도 상장 이후 지주사 전환이 꼭 필요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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