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방파제 높여야"…금융당국 특별대손준비금 꺼낸 이유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해 특별대손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 신설에 나섰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기존 제도만으로는 부실 방파제 수위를 충분히 높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7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매년 말 대손충당금 적립모형을 자체 점검해 금감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하기로 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현상이 이어지는 데다 이달 코로나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 종료가 임박하면서 부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가운데 현 제도만으로는 충분한 대비를 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제도 정비 이전에도 구두 개입 등을 통해 꾸준히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해 왔다.
금감원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2020년부터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고, 올해 3월에는 은행권에 총 8천760억원의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을 권고하기도 했다.
다만 대손충당금의 경우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적립하는 것인 만큼 부정적인 경기 전망 등을 반영해 추가로 적립하는 데 한계가 있다.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 조치 등으로 건전성 지표에 일종의 '착시'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6월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41%로, 2020년 3분기 이래 8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되면 부실채권을 기반으로 쌓는 대손충당금도 충분한 규모로 적립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에 금융당국은 추가적인 카드로 대손준비금을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경기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데 있어 대손충당금 모형의 경우 아주 부정적인 수치를 대입해 적립하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대손준비금 제도가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일종의 마지막 버퍼를 쌓도록 하자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대손준비금 적립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은 오는 4분기 은행들의 재무제표 결산 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분기별로 쌓는 대손충당금과 달리 대손준비금은 1년에 1번 결산되기 때문이다.
국제회계기준에 의해 쌓는 대손충당금과 달리 대손준비금은 국제기준 등이 없는 만큼 금융당국의 재량적인 측면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 금융사고 시에만 특별대손충당금 적립요구가 가능하도록 규정된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업감독규정 제29조에 따르면 "감독원장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서 정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해 손실이 발생했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해당 분기 말까지 손실예상액 전액을 특별대손충당금 등으로 적립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업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도입되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에 따라 배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2분기 기준 총여신 대비 대손충당금·준비금 적립률이 1.15~1.20%인데 이를 0.1%포인트 상향시키려면 개별은행당 3천억원~3천500억원 내외의 추가 대손준비금 적립이 필요하다"며 "대손준비금만큼 배당가능이익에서 참가되기 때문에 배당 제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이러한 제도가 신설된다고 해서 은행권이 지속적으로 대손준비금을 적립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경기대응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 CCyB) 규제와 같이 유사시를 대비한 제도를 우선 마련해 둔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배당가능이익 한도가 충분한 만큼 직접적으로 배당 성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주요 금융지주의 작년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20조~30조원 규모인데, 연간 총배당액은 약 6천억원에서 1조1천억원 규모다. 이익잉여금 중 배당 제한 금액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총 배당액을 지급하기엔 여유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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