兆 단위 자본확충 앞두고 한화생명 '고심'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글로벌 시장에서 조(兆) 단위 자본 확충에 나서는 한화생명[088350]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선제 재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자본 조달이 시급하지만, 매크로 환경을 둘러싼 변수가 산재해 있어 외화채 발행이 녹록지 않아서다.
◇美 5년물 2.7%→3.5%…발행금리 6%대 훌쩍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최대 7억5천만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승인했다. 추석 연휴 전 환율 기준으로(달러-원 1,380.80원) 약 1조356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한화생명은 내년 4월 상환을 앞둔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비해 올해 상반기부터 이번 발행을 준비해왔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5월 18일 단독 송고한 ''신용등급 강등' 한화생명, 외화채 발행 카드 '만지작'' 제하의 기사 참고)
지난 2018년 한화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대비하고자 10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당시 한화생명이 발생한 신종자본증권은 발행 규모 기준으로 국내 영구채 중 최대였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가 발행한 달러 표시 영구채 중 가산금리가 가장 낮았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최근 악화한 금리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지금은 발행의 최적기가 아니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당시 한화생명은 4.7%대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미국 국고채 5년물 금리가 2.7%대였던 때의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미국 국고채 5년물 금리는 3.5%에 육박한 상태다. 차환을 위해 더 큰 금융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한화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금리는 6%대를 훌쩍 웃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비슷한 체급의 교보생명의 발행금리를 벤치마크 하더라도 신용등급 차이와 금리 시장 환경 등 일부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한화생명 외화 신종 금리는 6%를 훨씬 웃돌 것"이라며 "이달 말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시장에선 이미 예정대로 발행 계획을 가져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환보단 RBC 효과…발행 결과 '예의주시'
한화생명은 지난 1월에도 7억5천만 달러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10년 만기, 5년 콜옵션 조건을 내건 당시 발행은 국내 보험사가 해외 시장에서 처음으로 조달에 성공한 후순위채였다.
한화생명은 꾸준히 원화는 물론 외화 시장에서 조달을 이어왔다.
그간 발행해 온 규모만 고려하면 이번에 1조 원까지 무리해서 조달하지 않아도 내년에 도래하는 차환에 문제가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보완자본 이슈가 있지만, 업계에선 한화생명이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조달에 나선 가장 큰 목적을 지급여력(RBC)비율에서 찾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화생명의 RBC 비율은 167.7%로 전 분기 대비 7.7%포인트(P) 개선됐다. 금리 상승으로 자기자본은 전분기보다 2조 원 가까이 줄었지만, 금융당국의 제도개선이 RBC 비율을 소폭 끌어올렸다.
하지만 생명보험업계 대형사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RBC 비율이 낮은 게 현실이다.
지난 5월 국내 신용평가 3사가 한화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주된 원인도 RBC 비율에 있었다. 당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신용등급을 기존 'A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생명의 RBC 비율은 184.6%로 지금보다 높았다. 다만 부채 구조가 유사한 다른 대형사의 RBC 비율이 300% 내외에서 유지된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았다. 신용평가사들은 한화생명이 기존 발행한 자본성 증권의 조기상환과 금리 상승으로 자본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생보업계 순위를 다투는 교보생명이 올해 상반기 일찌감치 5%대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한 만큼 한화생명 입장에선 이번 외화 조달이 부담이 큰 게 현실이다.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금리의 우상향 곡선이 더 가팔라진 것도 악재다.
이에 시장에선 외화가 아닌 원화 발행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올해만 해도 기업은행, 신한지주 등 외화 발행시장을 검토했던 곳들이 원화로 돌린 경우가 많다"며 "한화생명이 어떤 리스크를 더 낮게 볼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화생명은 이번 1조 원에 달하는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할 경우 약 13%P의 RBC 비율 개선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사회 결의는 했으나 금리 환경이 매우 안 좋아서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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