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부터 대한항공까지…AA급 한국물, 매크로 이벤트 거뜬
안전자산 선호, 시장 수요 흡수…등급별 양극화·FOMC 주시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을 둘러싼 각종 매크로 이벤트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에 각국 발행사의 조달 기세가 주춤해졌지만,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은 꾸준히 호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19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유로본드(RegS) 발행을 위한 북빌딩에서 28억 달러에 달하는 주문을 확보했다. 참여 기관은 197곳에 달했다.
발행 금액은 3억 달러로, 3년 고정금리부채권(FXD)이다.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열 배에 가까운 수요를 모았다.
대한항공의 인기는 뜨거웠다. 북빌딩 중 주문량은 최대 32억 달러에 달했다. 최종제시금리(FPG, Final Price Guidance) 공표 후 상당수의 주문이 빠져나가지만 해당 딜에는 마지막까지 28억 달러의 자금이 남아 인기를 더욱 실감케 했다.
투자자들을 사로잡은 건 AA급 우량 신용등급이다. 대한항공은 KDB산업은행의 보증으로 해당 채권의 신용등급을 끌어올렸다. 높은 상환 안정성이 보장됐지만, 보증 프리미엄 등으로 수익률은 비교적 높았다.
해당 채권의 가산금리(스프레드)는 미국 3년 국채금리에 90bp를 더한 수준으로 확정됐다. 관련 업계에서 KDB산업은행 채권의 공정가치(fair value)를 55bp 수준으로 관측하고 있다는 점에서 35bp가량의 보증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었던 셈이다.
풍부한 수요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호재였다. 대한항공은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로 130bp를 제시했으나 기관들의 주문 공세로 스프레드를 끌어내렸다. 보증은 물론 뉴이슈어프리미엄(NIP)까지 고려해야 하는 발행사 입장에서는 높은 인기로 조달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최근 한국물 발행사들은 매크로 이벤트 등이 부상하는 환경 속에서도 견고한 인기를 확인하고 있다.
납입일 기준 이달에만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글로벌본드(SEC Registered) 발행을 마쳤다. 두 발행사 모두 미국 잭슨홀 미팅 파장으로 시장이 출렁이는 환경 속에서 수십억 달러의 주문을 모았다.
특히 KDB산업은행의 경우 잭슨홀 미팅 이후 아시아 발행사(일본 제외)로는 처음으로 북빌딩에 나서 시장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대한항공 역시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이 가시기 전 과감히 시장을 찾았다.
두 발행사의 경우 시장이 출렁인 틈을 겨냥한 점이 도리어 플러스 요소로 작용했다.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탓에 각국 발행사가 조달에 나서지 못하자 KDB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이 전 세계 투자 수요를 흡수했다.
무엇보다 투자자를 사로잡은 건 높은 신용등급이다. 시장 변동성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시아에서도 비교적 높은 AA급 국가 신용등급을 보유한 데다 최근 발행에 나선 세 곳의 채권 모두 대한민국 정부와 동일한 등급을 인정받았다.
견고한 주문 공세는 한국물에 대한 신뢰를 더욱 강화했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자 이들은 발행 직후 유통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채권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북빌딩 개시 후 주문량이 쌓이는 속도를 확인하는 등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는 배경이다.
최근 발행한 한국물의 경우 북빌딩 초반부터 강한 수요를 확인했다. 탄탄한 주문량에 북빌딩 후반부로 갈수록 기관들의 사자 행렬이 더욱 거셌다는 후문이다.
다만 최근의 한국물 발행이 AA급 크레디트물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A급 이하 기업에 대한 흥행까진 보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이달 말 북빌딩을 목표로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을 준비했던 한화생명(A) 역시 시기 조정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점도 변수다. 이번 FOMC에서 75bp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은 물론, 100bp 인상설도 등장하고 있어 또 한차례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남아있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75bp 인상분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9월 FOMC에서 해당 수준으로 금리를 올릴 경우 약간의 안도 랠리가 기대되지만 100bp 인상 시엔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한국물 시장 역시 FOMC를 주시하며 당분간 조달 등에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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