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돌파] 당국의 전방위 수급 조치, 시장에 먹힐까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22일 달러-원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도 뚫고 치솟으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외환당국은 달러 매도 실개입과 함께 수급 안정화 조치들도 하나씩 내놓으면서 달러-원의 상승 압력을 누그러뜨리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충격이 소화된 이후에는 당국의 조치들이 달러-원에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하지만 거침없는 달러 강세의 추세 아래서 달러-원의 지속적인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팽배하다.
◇1,400원도 넘긴 달러-원…당국이 내놓을 조치는 무엇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 인상을 이어가면서 연말까지 고강도 긴축이 지속할 것을 분명히 하자 달러-원 1,400원 선도 상향 돌파됐다.
연준은 연말까지 남은 두 번의 회의에서 100bp에서 125bp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다음 회의에서도 75bp 금리 인상이 또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급부상하면서 달러가 가파른 강세다. 달러 지수는 111선도 넘어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의 악화 등 다른 대외 여건도 달러-원 상승 요인 일색이다.
상황이 악화하자 당국도 1,400원 방어에서 물러났다. 이날 장중에도 당국의 달러 매도 물량이 지속 공급되고 있지만, 매도 공백을 메우는 정도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도 개입으로 달러-원의 상승을 막는 것은 한계가 분명한 만큼 당국은 매수 우위 수급 구도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들도 본격적으로 내놓고 있다.
우선 오는 23일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에서 연금과 한국은행의 통화스와프 재개 방침이 결정될 전망이다. 당국은 한국가스공사의 달러 매수 수요를 차입으로 대체하는 방안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주요 공공기관의 달러 매수를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의도다.
당국은 또 중공업체의 신용한도 문제도 해법을 연구 중이다. 국책은행 등의 한도 신용한도를 확대해줄 경우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연기금 등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 흐름, 수출·수입업체들의 외화자금 수급 애로 해소 등 외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시장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30일께 발표가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관찰대상국 편입 가능성도 시장이 주시하는 이벤트다. 정부는 관찰대상국 편입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빅스텝(50bp)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다시 부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25bp씩 금리를 올리겠다고 한 것의 전제조건에 변화가 발생했다면서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효과 두고 의견 분분…'늦었다' 지적도
이처럼 당국이 준비하고 있는 조치들이 1,400원대로 올라선 달러-원의 상승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조치는 국민연금과 한은의 통화스와프다. 연금은 그동안 막대한 해외투자 자금을 현물환시장에서 사들이면서 달러-원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거론되어 왔다.
그런 만큼 연금의 달러 매수가 줄어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수 있다.
A은행의 딜러는 "해외투자자들이 가장 자주 묻는 것이 국민연금의 동향이다"면서 "워낙 대형 기관인 만큼 연금의 움직임은 해외 투자자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금과 한은의 통화스와프 한도가 상당한 수준으로 설정되어야 효과가 있을 것이란 진단도 있다.
B은행의 딜러는 "한도가 소규모로 설정된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될 것"이라면서 "전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발표되는 규모는 500억 달러 등으로 상당히 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GBI의 경우 관찰대상국에 편입되더라도 즉각적인 자금 유입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반면 관찰대상국 등재 시점부터 선제 투자가 일부 들어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기존 투자분에 대한 환헤지를 푸는 움직임 등 달러 매도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수 추종 투자의 경우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기존 투자자들이 일부 헤지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A은행 딜러는 "FOMC 영향이 어느정도 반영되고 나면 월말 WGBI 관찰대상국 등재 등의 이벤트가 주목받을 수 있다"면서 "포지션도 다들 롱으로 몰려 있는 만큼 하락 재료가 나오면 달러-원이 낙폭이 커질 수도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조치들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조치들이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데다, 이미 1,400원 위로 달러-원이 오르며 심리적인 불안감이 한층 강화된 만큼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C은행의 딜러는 "이제는 달러-원의 상단 저항선이 마땅하지 않고 오를 때까지 올라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달러-원 1,200원대 등 더 이른 시점에 당국의 조치들이 나왔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환율 때문에 빅스텝으로 금리를 올리면 경제가 망가지고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 이탈 등으로 오히려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면서 "우리 경제가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선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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