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의 외화채 조달 선견지명…매크로 리스크 거뜬
FOMC 전 기회 포착, 연내 조달 마무리 수순…대규모 물량 '이상무'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미국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충격과 함께 한국수출입은행의 외화채 조달 역량이 부각되고 있다. 외화채 발행을 앞둔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과 달리,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달 앞서 포착한 사모채 기회 등을 바탕으로 사실상 연내 조달을 마무리한 것이다.
올해 미국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을 두고 조달 시장이 출렁였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은 대규모 발행 물량을 무난히 소화하는 등 조달 경쟁력을 드러냈다.
23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8억 달러 안팎의 사모채 발행으로 사실상 연내 조달 자금 대부분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예고 등으로 다수의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사들이 이종통화 등의 조달 대안처를 찾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외화채 발행을 이어가는 곳 중 하나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가속화 등으로 외화 여신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데다 최근 시장금리 인상 등으로 기업들의 은행 대출 활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 초 한국수출입은행이 계획한 연내 조달 자금은 155억 달러에 달했다.
상당한 물량이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은 일찌감치 조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9월 FOMC 충격 등으로 이후 발행 시장 분위기가 더욱 출렁일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에서 선견지명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한국수출입은행의 시장 포착 능력이 주효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달 6일 공모 달러화 글로벌본드(SEC Registered) 조달을 위한 북빌딩(수요예측)에 나섰다.
당시 25억 달러 발행에 71억 달러의 주문이 몰리는 등 인기가 상당했다. 여름휴가 직후 유동성이 풀리는 시기였던 데다 AA급 우량 신용등급과 차별화된 만기 구조 등이 투자자를 사로잡았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투자자들의 높은 호응 속에서 기회를 찾았다. 북빌딩 후 곧바로 중기채권(MTN) 프로그램을 열고 사모채 조달 기회를 엿봤다. 공모채 물량을 받지 못한 기관들을 겨냥해 추가 발행 등을 타진한 것이다.
판단은 적중했다. 양질의 투자 수요에 힘입어 자금 마련은 물론 만기 분산 효과 역시 누릴 수 있었다. FOMC 등 대규모 이벤트 전에 자금 집행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기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조달 역량은 연초부터 두드러졌다. 올해 첫 공모 한국물 발행 주자로 30억 달러를 찍어 대한민국 정부를 제외한 기업으로는 최대 물량을 조달했다. 수급 부담 등을 이유로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던 '30억 달러'의 벽을 넘어 한국물 시장의 이정표를 쓴 것이다.
이후 미국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부상하면서 조달 비용 상승은 물론 시장 불안감이 커졌다. 올해 첫 발행사로서의 이점 역시 톡톡히 누린 셈이다.
캥거루본드와 유로화 채권 등 이종통화 시장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달러채 금리 변동성이 커진 데다 대규모 발행으로 물량 부담이 커지자 다른 통화 시장을 택해 조달을 이어갔다. 특히 올 5월 발행한 15억 유로 채권의 경우 국내 발행사로는 유럽에서 찍은 최대 물량이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시장을 놀라게 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조 단위 채권 발행은 이달까지 이어졌다. 2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찍으면서다. 공모 한국물로는 올해 최대 금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물론, 이외에도 연중 내내 외화 사모채 조달 기회를 포착해 조달 수요에 대응해나갔다.
시장 관계자는 "달러채 금리 상승과 매크로 이벤트 등으로 올해 한국물 발행사들이 쉽사리 조달에 나서지 못한 것과 달리, 한국수출입은행은 연초부터 발행 기회를 적절히 포착해 압도적인 물량을 찍어냈다"며 "쉽지 않은 시장에서 '역대 최대 발행' 기록을 잇달아 경신한 것은 물론 발 빠른 움직임으로 연내 조달을 거의 마무리하면서 9월 FOMC 충격에서도 비껴간 모습"이라고 말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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