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넓고 긴 시계" 대응선언…원화 약세 오해, 적극 반박도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00원 시대를 여는 동시에 외환당국이 정책 대응 방향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는 전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한국은행 등 경제팀은 "넓고 긴 시계"를 견지하며 현 상황에 대응해 나가겠다며 정책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
올해만 1,200원과 1,300원에 이은 세 번째 빅피겨를 돌파하면서 당국은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걸맞게 정책 대응 방향은 폭넓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 당국, '넓고 긴 시계'로 전열 재정비…시장 오해는 적극 반박
당국은 "넓고 긴 시계"를 견지해 국제금융시장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 한발 물러나는 듯한 모습으로 비쳤지만,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인정하고 정책 대응의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에 더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전해졌다.
국내뿐 아니라 주요국의 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내년 이후의 흐름까지도 염두에 둔 최적의 정책조합을 모색하겠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연초부터 계속되는 구두개입과 실개입을 동반한 시장 안정화 조치 등의 즉각적인 대응을 넘어 장기간 거시환경 변화를 고려한 종합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기 위함이다.
구체적으로는 환율 상승 국면마다 불안 심리를 관리하는 것만 아니라 실제적인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방안을 조치한다.
그 방안으로 ▲연기금 등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 흐름 ▲수출·수입업체들의 외화자금 수급애로 해소 등을 나열했다. 이날 국민연금은 한은과 통화스와프 체결 등 새로운 달러 조달 방안을 발표한다.
'넓고 긴 시계'로 시장 안정에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당국의 경고도 이어졌다.
동시에 우리나라 원화가 글로벌 위기 상황에 취약하다는 인식을 적극 반박하면서 불필요한 롱 심리 확산을 진화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질실효환율은 지난달 100.2를 기록했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국 사이에서 발생하는 물가의 변동과 교역 비중 등을 반영한 환율로 각국 통화의 실질 가치를 나타낸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기준연도(2010년)보다 고평가를 나타내고, 반대로 낮으면 저평가를 의미한다.
반면 주요 통화인 유로 지역(89.8)과 일본(59.9) 등 저평가가 심한 것에 비하면 원화는 선방한 셈이다. 달러화는 주요 60개국 중 가장 높은 129를 기록하고 있다.
교역국 사이에서 발생하는 물가의 변동, 교역 비중 등을 반영한 환율로 각국 통화의 실질가치를 나타내 주는 지표다.
전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원화 절하에 대해 "국내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다른 통화의 움직임과 비교해서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强달러 VS 당국 경계감…딜러들은 1,400원대 '잠행모드'
서울외환시장의 딜러들은 급격한 1,400원대 진입에도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강달러 추세는 여전하지만, 당국의 개입 경계감에 일단 대기하려는 분위기가 관측된다.
달러-원 현물환 거래량도 이틀 연속 70억 달러대로 많지 않은 수준이다.
A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 강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지만, 단기 급등에 당국이 레벨을 주시하고 있다"며 "다들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 같은데, 일단 1,410원 위아래로 5원 사이에서 이벤트를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B은행의 한 딜러는 "일단 달러-원이 금융위기처럼 패닉 장세로 50원 넘게 오르는 상황은 아니다"며 "8월 중순부터 환율이 업다운으로 야금야금 올라오다가, 빅피겨가 바뀌었다. 딜러 입장에서 피로도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방향으로 모두 포지션을 구축하기에 부담스러워 빅 이벤트를 소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모습도 엿보인다.
B딜러는 "지금 레벨에서 사실상 실수급 플로우나 역외를 제외하면 마땅히 포지션 잡기에 애매하다"며 "가지가 많은 나무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일일 대응을 위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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