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에…은행권 외화자산관리 '고삐'
킹달러 장기화 대비 컨티전시 플랜 가동
글로벌 신용경색 아냐…외화자금 유출 감내할 수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고 서울외환시장에서 위기감이 커지자 국내 은행들도 외화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금융당국과 국내은행들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유동성 위기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달러화 강세 장기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하는 등 외화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귀한 몸' 달러화 끌어모으기 안간힘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개장 직후 전거래일 보다 10원 넘게 오르며 1,42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1,42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환율이 무섭게 뛰어오르자 시중은행들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외화자금 조달 라인을 다양화하고 외화대출을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등 외화자금 관리 방안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신한라이프와 외화증권대차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또 다른 국내 금융사와의 약정도 검토하고 있다. 위기 상황시 활용할 수 있는 외화 조달수단을 다변화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은행은 계약을 체결한 금융사에서 외화증권을 빌린 뒤 해외 시장에서 이를 담보로 외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다른 시증은행들도 국내 보험사와의 외화증권대차계약을 추진하는 등 비상 조달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연말까지 고강도 긴축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자 달러 조달창구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두려는 차원에서다.
은행들은 외화채권 발행이나 차입은 물론 미국 국채와 같은 고유동성자산 확충도 추진하고 있다. 위기시 달러를 신속하게 조달하기 위해 커미티드 라인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한도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커미티드 라인은 필요시 외화를 우선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로 서로 제공하기로 한 한도에서 통화를 인출할 수 있다.
최근 환율상승으로 인한 차익 시현과 기업들의 결제대금 인출 등으로 달러화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은행들은 빠져나간 달러 자금을 채우기 위해 외화예수금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882억7천만달러로 전월 대비 21억1천만달러 줄어들며 한 달 만에 감소 전환했다.
외화예금이 줄면 국내은행의 해외차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른 조달 비용 부담도 커지게 된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환차익 시현 등의 영향으로 달러예금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며 "기업들의 달러통장 금리를 우대하고, 외화대출을 보수적으로 관리해 증가율을 제한하는 등 환율 상승에 대한 외화관리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위기와 다르다…위기 전이 가능성 낮아
금융당국이 외화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우려하고 은행들이 달러 모으기에 나서고 있지만 과거 금융위기와 같은 심각한 외화유동성 위기와 같은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는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달러 조달창구가 아예 막히면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외부채보다 자산이 많고, 원화 가치 하락 폭이 다른 통화와 비슷한 만큼 비상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상반기 말 기준으로 신한은행 134.21%, 국민은행 120.0%, 하나은행 133.67%, 우리은행 107.27% 등으로 금융당국의 규제비율인 80%를 훨씬 웃돈다.
한국은행이 최근 대규모 자금유출 충격 발생을 가정해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대규모 외화자금 유출 충격이 발생해도 은행권이 확보한 외화자금 대비 유출액 비중이 절반을 넘지 않았다.
금융당국도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통화스와프와 외화차입 여건 등 외화자금시장이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고, 국내 은행 외화유동성 상황도 아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9월 FOMC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과 건전성 등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미 정책금리가 재역전된 상황이지만 과거 유사 사례 및 최근 외국인 보유채권 듀레이션, 국가신용등급(AA) 대비 높은 금리 등을 고려하면 급격한 자금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시중은행 외환 담당 임원은 "최근 환율 및 금융 불안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국의 고강도 긴축정책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과거와 같이 대처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은 아니다"며 "정부도 환율 마지노선이 뚫리도록 그냥 두진 않을 것이고, 최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만큼 금융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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