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재앙 수준의 강세…파운드화 폭락세는 '주춤'
  • 일시 : 2022-09-26 22:17:21
  • 달러화, 재앙 수준의 강세…파운드화 폭락세는 '주춤'



    (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달러화 강세가 재앙적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주요국 통화가 추락하면서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순식간에 폭락하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가 나타난 뒤 보합권으로 반등하는 등 변동성 장세를 보였다. 일본 엔화도 시장 개입에 따른 약발이 소진되면서 약세 흐름을 재개했다. 중국 인민은행(PBOC)이 외환 안정 정책을 내놨지만, 위안화 약세 흐름을 돌려세우지 못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26일 오전 9시 현재(이하 미국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43.930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43.297엔보다 0.633엔(0.44%) 상승했다.

    유로화는 유로당 0.96620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0.96912달러보다 0.00292달러(0.30%) 하락했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39.11엔을 기록, 전장 138.88엔보다 0.23엔(0.17%) 올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 112.997보다 0.24% 상승한 113.269를 기록했다.

    미국 달러, 유로화, 엔화와 함께 세계 4대 무역 결제 통화인 영국 파운드화가 추락했다. 영국 정부가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이 영국 국채(길트:Gilt) 등을 무차별적으로 투매하면서다.

    파운드화는 한때 1.03480달러까지 폭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한때 가격 하락 폭이 4%를 넘기는 등 가격이 순식간에 폭락하는 '플래시 크래시'까지 나타나 투자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새로 출범한 정부의 성장 촉진을 위해 감세 정책을 강화한 게 파운드화 약세에 직격탄이 된 것으로 풀이됐다.

    영국 새 정부의 재무장관인 쿼지 콰텡은 지난주말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5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소득세 기본세율을 인하하고, 주택을 살 때 내야 하는 인지세 인하 방안도 포함됐다. 기존 19%에서 25%로 인상하려던 법인세 인상 계획도 철회됐다. 영국 정부는 2027년까지 450억 파운드(약 70조 원)가량의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영국의 감세 정책에 대해 영국 관련 자산을 투매하는 등 혹평했다. 국가 부채가 급증하고 물가 상승세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소득세율 인하에 따른 감세 혜택이 고소득자에게 집중되는 데 따라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영국 파운드화는 0.11% 상승한 1.08785달러에 거래됐다.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가 유입된 영향 등으로 풀이됐다. 잉글랜드 은행(BOE)(BOE)이 긴급하게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일본 엔화의 약세도 재개됐다. 일본은행(BOJ) 등 외환 당국의 강도 높은 시장개입 약발이 지난주에 이미 소멸했기 때문이다. BOJ는 지난주에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24년 만에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섰다. 달러-엔 환율은 한때 145엔을 위로 뚫은 뒤 개입 여파 등으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지만 약발이 하루를 넘기지 못하면서 개입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되레 커졌다.

    이날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이 추가로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엔화 약세를 돌려세우지 못했다.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은 지난주 정부의 환시 개입이 확실한 효과를 냈다면서 추가적인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이면서 사실상 글로벌 중앙은행 노릇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독보적일 정도로 매파적인 통화정책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검은 월요일'이라고 부를 정도로 충격을 받았지만, 연준은 아랑곳하지 않으리라고 전망됐다.

    달러 인덱스도 한때 114.677을 찍으며 20년 만에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우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유로화도 약세 흐름이 깊어졌다. 이미 달러화에 대해 1대1의 등가로 교환되는 패리티(parity) 환율이 깨지면서 고착화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인 것으로 풀이됐다.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극우 세력이 주축인 우파 연합의 과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됐다는 소식도 유로화 약세 요인으로 풀이됐다.

    중국 역외 위안화도 약세 폭이 깊어졌다. 달러-위안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7위안을 위로 뚫으면서 중국 외환 당국의 대응도 다급해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외환 선물환에 대해 외환위험준비금 비율을 이달 28일부터 0%에서 20%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지만, 파장이 제한됐다. 외환 위험준비금은 금융기관이 선물환 거래를 할 때 인민은행에 1년간 예치해야 하는 금액의 비율이다. 인민은행은 외환시장 안정과 거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TD 증권의 외환 전략가인 마젠 이사는 ″(감세정책은) 영국 정부가 훨씬 더 완화된 재정적 추이를 가진다는 점에서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당장은 가장 저항이 적은 경로(파운드화 시세)가 더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운드당 1.05달러 아래에서는 패리티 환율이 실제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로화가 패리티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이미 지켜봤다"면서 "파운드화가 그러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밴티지 포인트 자산운용의 최고 투자 책임자(CIO)인 니콜라스 페레스는 정부가 경제를 부양하려고 애쓰는 반면 잉글랜드 은행(BOE)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다는 게 '엄청난 도전'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BOE가 이번 주에 정책 회의를 긴급하게 열고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며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뱅크의 전략가인 사키타디 스파트는 "재정 준칙을 지키려는 영국 정부의 의지박약과 달러화의 초강세가 파운드화의 급격한 약세를 촉발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는 "파운드화의 급락세는 일반적으로 위험한 자산을 꺼리는 일종의 위험회피 심리로 이어져 실제로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이자 전 영국 재무장관인 짐 오닐은 파운드화 약세를 달러 강세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 파운드화 약세는) 여태까지 명백하게 나타난 전방위적 압력에도 마지못해 금리를 인상한 BOE의 미온적 조치보다는 극도로 위험한 예산안의 결과물이다"고 지적했다.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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